정부가 10일 0시부터 적용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2차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할 수 있는 상한 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동결됐다.
산업통상부는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화상 브리핑을 열고 “3차 석유 최고가격을 2차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최근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 이후 급락한 유가 변동성과 민생 물가 부담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로, 2주 단위로 가격을 지정한다. 지난달 13일 처음 도입된 이후 27일 2차 가격이 발표됐고, 이번에 3차 가격이 확정됐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지난 2주간 상승했지만, 휴전 발표로 유가가 급락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민생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기준으로 휘발유는 1.6%, 경유는 23.7%, 등유는 11.5% 상승했지만, 정부는 경유 역시 동결 대상에 포함했다.
이는 화물차 운전자, 택배 기사, 농·어민 등 생계형 수요가 많고 물류비를 통해 전체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MOPS는 국제선 여객 유류할증료 유가의 기준이 되는 가격이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로 인한 주유소 판매 가격 인하 효과를 경유 리터당 300원, 등유 100원, 휘발유 20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정유사 등이 입게 되는 손실은 정부가 보전하며, 이미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재원을 반영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6개월간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목적 예비비 4조2000억원을 편성했으며, 현재로서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석유 소비 억제 효과가 약화돼 에너지 절약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동결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부당한 가격 인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통해 정유사와 주유소를 상대로 담합,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를 집중해서 점검하고, 적발 시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실제로 제도 시행 이후 전국 4851개 주유소를 특별점검해 총 85건의 불법행위를 적발했으며, 일부는 이미 행정처분을 마쳤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일 오후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984.89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기대했던 시장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산업부는 “3차 최고가격이 동결된 만큼 소비자 가격에 특별한 추가 상승 요인은 없을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안정된다면 최고가격제 지정 주기를 2주에서 3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러 언론 의견을 종합해볼 때 정부의 3차 석유 최고가격제 동결 결정은 국제유가 변동성 속에서 민생 안정에 더 신경을 쓴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하지만 재정 부담과 에너지 소비 억제 효과 약화라는 과제가 뒤따르는 만큼,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균형 있는 정책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