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팟 터졌다?…너도 나도 MOU체결

  • 등록 2016.06.22 09:01:38
크게보기

mou의 의미와 영향력


[M이코노미 이홍빈 기자] ‘42억 원 규모의 MOU체결…잭팟 터졌다’ 얼마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과 관련해 보도된 내용들 가운데 하나다. 각종 매체는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단어를 쏟아내며 역대 최고의 경제외교 성과를 일궈냈다고 열을 올렸다. 상상할 수 없는 큰 거래가 성사되고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부유해지는구나, 살기 좋아 지겠다’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과 이란이 체결한 계약은 MOU다. 최근 뉴스나 신문을 통해 하루에 한 번은 보게 되는 익숙한 단어 MOU 그 의미와 영향력을 살펴봤다.

계약을 위한 계약서

세계화의 영향일까? 부쩍 약어로 사용되는 영어단어들이 귀에 익숙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가 터졌다’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했고, 당시 사람들은 IMF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IMF가 터져서 경기가 안 좋아 지고 국가 부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무슨 폭탄이 터진 것 마냥 IMF를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했다. 하지만 IMF는 폭탄이 아니었다.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는 국제 금융 체계를 감독하는 국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의 약자였다. 오히려 국제통화 협력과 환율안정·조정 및 경제성장 등 국가의 재정보충을 지원해주는 좋은 시스템 이다. 이외에도 ABS(자산유동화), BIS(국제결제은행)등 다양한 약어들이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다. MOU도 그런 단어들 가운데 하나다. 다음은 MOU에 대해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공정거래, 기업인수합병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김종식 변호사의 응답을 정리해 보았다.



Q. MOU란 무엇인가?

A.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는 한글로 양해각서로 풀이되며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정식으로 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작성하는 문서로써 본 계약의 체결 목적이나 이유 등을 적시해 서로 양해된 사항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문서다. 즉 정식계약 이전 양 당사자 간의 의견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여 정식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에서 작성하는 일종의 약속의 증표다.

Q. 그렇다면 정식계약 체결 전에 미리 작성하는 약속이기 때문에 혹시 계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파기 할 수 있지 않나?

A. MOU체결 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MOU에 구속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보통 MOU가 본 계약 체결 이전에 구속력이 없는 합의를 의미한다는 사실이 일반적이지만 경우에 따라 구속력을 가지는 내용으로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세부 계약 조항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한편 MOU에 법적 구속력을 둘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계약교섭 과정에서 상호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어야할 문제다. 더 좋은 계약이 성사될 수 있는 상황인지 혹은 구속력 있는MOU를 요구했을 때 상대방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 또 본 계약과 관련해 구속력이 없을지라도 비밀유지조항 등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Q. 최근 정부간 MOU가 체결됐다는 이야기가 많이나온다. 실효성이 있다고 보아야하나?

A. 양 당국이 외교교섭 결과, 즉 서로 양해된 내용을 본 조약이나 협정 전에 확인 또는 기록한다는 점에서 개인이나 기업 사이에서 작성하는 MOU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국가 간의 외교적인 이슈는 그 영향력이나 파급력이 개인이나 기업보다 크기 때문에, MOU를 통해 구속력을 갖는 조약이나 협정을 하기 이전 국가 사이의 의견을 미리 조율하고 확인하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MOU를 체결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구속력이 없다고 말할 수 없기에 MOU를 체결할 당시 양 당국에 구속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 신중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국가 간 MOU가 비구속적이더라도 개인 또는 기업 간의 MOU와 비슷하게 일정 정도의 책임이 발생한다. 더욱이 국가 간에 체결하는 큰 단위의 각서임을 고려했을 때 이후 본 조약이나 협정의 체결을 위해서라도 구속력에 준하는 도덕적 책임이 따라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시 후속협정에 불리한 지위를 갖게 되는 등의 결과를 예상해야 한다. 지켜지지 못할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키지 못 할 약속

MOU가 단순히 계약을 위한 계약서 일지라도 엄연한 계약서로써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구속력이 없다고 하지만 도덕적 책임이 따를 수 있으며, 일반적인 사항이나 비밀유지조항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다음 사례는 구속력이 없는 MOU를 체결했던 한국타이어와 상주시의 법적 분쟁 이야기다.

지난 2013년 9월12일 경상북도 상주시와 한국타이어는 상주 공검면 일원에 한국타이어 테스트 엔지니어링센터를 유치하고 이에 필요한 40만평 규모의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투자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경상북도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일자리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2천5백억 원 규모의 금액을 투자해 주행시험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MOU를 체결할 때까지만 해도 상주시와 한국타이어 사이에는 아무런 갈등이 없었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주행시험장 건립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심각한 소음과 환경오염
그리고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론을 제기하며 주행시험장 건립에 저항했다.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주행시험장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던 도중 결정적인 사건이 등장했다.



2014년 6월6일 전국지방선거가 기폭제가 된 것이다. 당시 주행시험장을 적극 추진하던 성백영 시장과 주행시험장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건 이정백 후보자 간의 싸움에서 주행시험장 반대 주민의 힘을 받은 이정백 후보자가 새로운 상주시장으로 당선됐다. 결국 상주시에 건립되기로 했던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은 주민 여론을 수렴하는 단계로 돌아가 전면 재검토되는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주행시험장 건립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상당수 존재하고 있었기에 주민들 간 의견 통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한국타이어는 지체할 수 없다며 상주시를 포기하고 다른 장소를 물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국타이어는 주행시험장 건립을 위해 이미 비용을 투자한 상태였고, MOU가 파기됐다며 투자된 비용에 대한 청구권을 상주시에 요구했다. 이에 상주시는 “체결한 MOU에는 법적구속력이 없다”며 배상을 거부했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주행시험장 건립에 투자된 비용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상주시는 법적구속력 없는 MOU를 근거로 반박에 나섰다. 2015년 12월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원은 “한국타이어와 상주시가 체결한 MOU는 법적구속력이 없지만, 상주시가 행정 및 재정 지원을 중단한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 되는 불법”으로 간주했다. 다만 주민반대등을 감안해 한국타이어가 주장하는 비용 21억 7천만 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13억 원을 상주시는 배상하라며 한국타이어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상주시는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빚만 남긴 MOU체결의 결과

얼마 전까지 언론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순방을 통해 30여개의 프로젝트에서 총 66건의 MOU를 체결했고 약 42조원의 경제적 성과를 일궈냈다는 소식으로 뜨거웠다. 하지만 문득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MB정권은 ‘자원외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해외 자원시설과 MOU를 맺거나 인수합병을 하는 과감한 행보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후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자원외교는 깡통에 불과했고 오히려 해외에 투자한 금액 때문에 빚이 생겨나는 일이 발생했다.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Harvest Energy)인수 프로젝트는 MB정부의 야심찬 자원외교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이 사업은 한국석유공사가 2009년 9월 석유·가스 광구와 오일샌드 광구를 보유한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 에너지를 40억6천5백만 캐나다 달러(약 4조5천억 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고, 자원외교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하베스트 사업은 2013년 국정감사를 통해 거대한 부실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베스트 에너지를 인수하면서 9억3천만 캐나다 달러(약1조원)를 주고 구매한 정유시설에서 3년 동안 10억3천9백만 캐나다 달러의 손해가 발생했고 이후 석유공사가 투자한 금액은 다 날아가 버렸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하베스트 사업은 신중하지 못한 계약 체결로 인해 투자금을 다 날려 버린 사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내 전문가들은 하베스트 인수 사업을 “퍼주기식 M&A”라고 비판했고 해외 언론에서도 “왜 한국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기업을 비싼 돈을 주고 인수하나”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후 한국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에너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매각을 진행하면서도 피해는 늘어만 갔다. 하베스트 에너지를 미국의 실버레인저 파이낸셜 파트너스에 판매한 금액은 한국이 총 투자한 금액(약 2조 원)의 1% 수준인 200억 원이었다.

요란한 정치적 이벤트

MB정권의 자원외교는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자행되었다. 2010년 8월에는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을 한국에 초청해 리튬 개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튬 개발의 환상은 3개월 뒤인 2010년 11월 볼리비아 정부가 리튬 채굴권을 외국에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무너졌다. 이후 언론에서는 MB정권의 자원외교로 손해를 본 31억원에 비해 20억원이 넘게 들어간 4대강 사업은 명함도 내밀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이란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성과도 MOU 체결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이후 5월9일 현대건설과 현대로템이 공동으로 이란 교통인프라개발공사(CDTIC)와 맺을 예정이던 23억 달러(약 2조6천억 원) 규모의 철도 공사가 한국과 이란의 이견 차이로 MOU가 체결되지못한 것이다.



또 다시 언론에서는 ‘MB정권의 자원외교를 뛰어넘는 실적’이라며 MB정권의 뻥튀기 자원외교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이후 한동안 뜨겁게 지면을 달궜던 한국-이란 MOU체결은 이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현재 이란은 오랜 경제제재로 인해 경제상황이 좋지 못하다. 실업률은 30%에 육박하고 재정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투자를 한다고 해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날이 갈수록 각종 매체를 통해 MOU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띄고 있다. 반면에 MOU의 진정한 의미와 성과가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변질되는 문제가 여기저기에서 발생하고 있다. 계약을 위한 계약서 MOU, 숫자놀음이라는 지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업과 정부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을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June 2016
이홍빈 기자 lhb0329@m-economynews.com
Copyright @2012 M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회사명 (주)방송문화미디어텍|사업자등록번호 107-87-61615 | 등록번호 서울 아02902 | 등록/발행일 2012.06.20 발행인/편집인 : 조재성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23 한국금융IT빌딩 5층 | 전화 02-6672-0310 | 팩스 02-6499-0311 M이코노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무단복제 및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