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결과는 격분이고 정치적 결과가 포퓰리즘인 것은?

  • 등록 2024.07.20 16: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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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계약금을 모으는 데 19년이 걸린다. 이 사실의 사회적 결과는 격분이고 정치적 결과는 포퓰리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번영을 제공했다고 여겨지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어쩌다가 괘도에서 벗어나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태를 일으키는 것일까? 뉴욕타임스에 실린 한 칼럼을 통해 그 원인을 추적해 본다. (How Capitalism Went Off the Rails/June 18. 2024) 

 

범인은 금융완화, 세계 금융시장 가치 390조 달러, 세계 GDP의 4배 

 

G-7 국가들이 지난주 이태리에서 만났을 때 기록을 세웠을지 모른다. 자유세계 지도자들의 모임이 이처럼 인기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이들 지도자들 가운데 지지율이 40%인 이태리의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에서부터 21%인 프랑스의 엠마뉴엘 마카롱, 13%인 일본의 후미오 기시다가 있었다. 

 

지난해 에델만 신뢰도 지표(Edelman Trust Barometer, 매년 설문 조사를 하여 정부, 기업, 비정부 기구 등 사회 주체에 대한 신뢰도를 분석하여 결과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제시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G-7국가의 20%에 해당하는 사람들만이 향후 5년 안에 살림살이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에델만 조사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2020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에 자본주의에 대해 광범위한 불신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 같은 불신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는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음으로써 초래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번영을 제공했다고 여겨지는 경제시스템에 대해 광범위한 불만이 생긴 것일까? 

 

작가이자 펀드매니저,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 리스트이고 Rockefeller Capital Management's International Business 책임자인 루시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금융완화(easy money)라는 두 단어로 요약되는 답을 내고 있다. 

 

그는 자산의 괄목할 만한 새로운 책(“What Went Wrong With Capitalism, 자본주의 무엇이 잘못되었나?)에서 설득력이 있는 주장을 펼친다. 이번 주에 샤르마가 내게 말했다. “대출받은 돈의 가격이 0(제로)일 때, 다른 모든 것의 가격은 제정신을 잃고 미쳐버린다”고 했다. 

 

딱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2010년에, 초저금리와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주택 한 채의 중간 판매 가격은 22만 달러 안팎을 맴돌았다. 그러던 가격이 올해 초에 42만 달러 이상이었다. 어디에도 인플레이션(광범위한 용어의 의미에서)이 세계 금융시장에서보다 더 한 곳은 없었다. 1980년에 세계 금융시장의 가치는 총 12조 달러—당시 세계 경제 규모와 맞먹는다-였다. 펜데믹 이후 그러한 시장은 가치가 390조 달러, 혹은 세계 전체 GDP의 약 4배 언저리라고 샤르마는 지적했다.  

 

이론상, 금융완화는 일반사람들, 그러니까 401(k)-고용주가 제공하는 확정기여형 퇴직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값싼 담보대출 을 받는 소비자 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혜택이 있어야만 한다. 

 

※401(k)는 노후저축 계획(retirement savings plan)으로 저축하는 사람들에게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내국세법(U.S. Internal Revenue Code)안의 401(k) 한 절(節)의 이름 을 따라 그렇게 부르는데 고용주가 지급해야 하는 확정 갹출형 퇴직 수당 제도(defined contribution plan)다.  

 

◇ 중산층 붕괴,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 불리한 게임 이어져 

 

그렇지만 실제로 금융완화는 노인층과 대단히 부유한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중간층을 번영의 엔진으로 만들곤 하던 자본주의의 상당 부분을 파괴했다.

 

우선, 소비자 물가에서의 인플레이션에 뒤따라서 인플레이션과 싸 우기 위해 이자율이 오를 때 발생하는 높은 금융비용에 뒤따라서, 실물과 금 융자산에서의 인플레이션이 있었다-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금융-완화 정책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부른다. 

 

자산을 소유하고 있거나 저리 담보대출을 받은 더 부유한 미국인들에게 이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신용에 대부분 의존하는 미국인들에게 이것은 엄청나게 충격적인 것이었다.

 

“왜냐하면, 높은 가격, 줄어드는 저축액, 그리고 느리기만 한 임금 상승으로 이미 불편을 겪은 가족들로서는 대출 비용이 늘어나 그들을 재정위기에 가깝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The Times’의 벤 캐셀맨(Ben Casselman)과 제나 스미아렉(Jeanna Smialek)이 지난 5월에 보도했다. 

 

샤르마는 더 미묘한 손실에 주목했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률이 제로에 가까울 때 어떤 짓을 해도 국채로 돈을 벌 수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술품으로부터 버는 게 거의 없어 이자조차 내지 못하고 새로운 부채를 얻어 생존하는 좀비 기업의 고율의  부채에 이르기까지 자산을 매입하면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한다”고 했다. 

 

최근 AP(Associated Press)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그러한 좀비 기업들은 2천여 개가 발견되었다. 한때는 주로 일본적인 현상으로 생각되었지만, 전체적으로 그러한 기업들이 9월까지 갚아야 할 대출금은 총 1조 천억 달러에 이른다. 전반적인 경제에 주는 충격은 역시 다른 형태로 온다.

 

이를테면 돈이 더 이상 가장 생산적인 용도로 신중하게 배분되지 않는 비효율적인 시장을 낳는다거나, 큰 회사들이 더 작은 경쟁사를 집어 삼킨다거나, 로비스트를 배치 
해 정부 규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왜곡해서 고치게 하거나, 신중한 경제 관행의 붕괴를 초래한다.  

 

“2010년대의 가장 성공적인 투자 전략은, 가장 비싼 기술주를 사두는 것이었고, 그런 다음 그들 주가 가격과 가치가 상승했을 때 더 사두는 것이었다”고 샤르마는, 팝 캐스터 조슈아 브라운의 말을 인용했다.   

 

◇ 가난하고 젊은 층에게 불리한 자본주의는 온전할까 

 

그러나 최악의 충격은 자본주의 자체에 가해졌다. 즉 자본주의 시스템이 특히 가난하고 젊은이들에게 불리하게 깨져있거나 조작되어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고 이는 근거가 있었다. 

 

“한 세대 전, 보통의 젊은 가정은 집 한 채의 계약금을 모으는 데 3년이 걸렸다”고 샤르마는 그 책에서 말하고 있다. “2019년까지 저축의 수익률이 없는 덕분에 그 기간은 19년으로 늘어나 있었다.”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계약금을 모으는 데 19년이 걸린다는 사실의 사회적 결과는 격분이고 정치적 결과는 포퓰리즘이다. 샤르마는 바이든노믹스의 팬이 절대로 아니다. 그는 내게 바이든 노믹스는 전례가 없는 부양책과 정치적 직접 투자로 “100년간의 권력 확장과 그것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다른 저명한 월스트리트 투자자들과 달리,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우세 한 쪽에 편승하지 않고 있다. 이전 대통령은 경비 삭감과 기록적인 재정 적자 없는 감세를, 금융완화를 사랑한다.  

 

“그는 행정국가를 해체하기로 약속했지만, 그의 전임자처럼 같은 속도로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고 말았다-1년에 3000번” 샤르마가 트럼프에 대해 말했다. 그의 개인적 목적으로 행사한 대통령의 권한은 역사적 선례를 산산조각냈고, 정부의 범위를 제한하기보다는 확장하는데 더 많은 일을 했다. 그들의 정책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리드하는 두 후보자는 헌신적이고 두려움을 모르는 국가 통제 주의자들이지 경쟁력이 있는 자본주의의 친구가 아니었다.

 

양대 정당이 똑같이 몰락하는 사상의 두 가지 버전에 집착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진보 좌파와 포퓰리스트 우파 양쪽의 거물들이 더 안이한 신용거래와 더 폭주하는 지출로 문제를 악화시키려고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렇다. 우리는 안개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리고 절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김소영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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