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보치 공개 여부
일반적으로 자신의 유보치가 매우 훌륭하며, 협상 영역이 매우 좁다고 의심이 가지 않는 한 자신의 유보치를 밝히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유보치를 공개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유보치에 해당하는 제의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거꾸로 상대방의 유보치를 알고있다면 상대방의 유보치를 겨우 넘는 수준의 제의만을 하게 되며, 그 결과 협상잉여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동일한 논리로 협상가가 자신의 유보치를 노출시킨다면, 상대방에게 협상잉여의 대부분을 빼앗기는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상인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은 “이 값이 공장도 가격이다. 더는 깎아 줄 수 없다”이다. 이 말이 진실인가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은 거짓으로 유보치를 노출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한쪽 당사자가 자신의 유보치를 언급하는 경우, 이것이 거짓임을 입증할 책임은 상대방에게로 전가된다. 예컨대 “너무 비싸네요. 옆 가게에서는 2만 원에 팔던데요.(사실인 경우)”라고 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객관적인 증거 제시를 통해 상인이 거짓으로 유보치를 공개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일부 협상가들은 자신들이 좋은 믿음 속에서 협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한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자신의 유보치를 의도적으로 노출시키고 싶어 한다. 상대방의 선의를 믿으며, 상대방이 이 정보를 악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며, 비효과적인 협상전략이다. 협상이란 단순히 신뢰의 문제만은 아니다. 협상은 전략의 문제이다. 또한 한쪽이 좋은 배트나(BATNA)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상대방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 상대방에게 속아 자신의 유보치를 노출시킬 가능성도 있다.
1) 유보치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하면 좋지 않은 이유
▣ 협상영역의 크기를 줄어들게 만든다.
▣ 서로가 합의에 이르기를 바라는 상황에서도 협상이 파국 으로 끝날 수도 있다.
▣ 협상에서 자신의 발언을 쉽게 취소하기 힘들다.
▣ 협상가 자신의 평판(reputation)에 악영향을 미친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다.
2) 유보치의 공개와 흥정의 주도권
가격을 흥정할 때는 확인한 최저가를 먼저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개 상인들은 얼마 정도 생각하고 왔느냐고 묻는다. 예를 들어 구매자가 50만 원쯤이라고 답하면 상인은 이거 원래 55만 원짜리인데 50만 원에 드린다고 하자, 그 순간 흥정 주도권은 상인에게 넘어간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한 가격조사로 서로가 최저가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도 가격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 것이 흥정에 유리하다.
2. 반 가르기
1) 단일의제 협상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합의 방법이 바로 공평하게 반 가르기(even split)이다. 중고 차량의 매매나 주택가격 협상처럼 많은 협상 상황에 있어 당사자들의 제안은 일치되지 않는다. 이때 흔히 한쪽 당사자가 “차이를 반 가르자”라는 번뜩이는 제안을 한다. 예컨대 상인이 손님과 옷값 협상에서 값 차이를 반 가르자고 제의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공평한 반 가르기는 매력적이며 서로가 이익이 되는 해결책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우리는 흔히 중간값에서 합의 보지 못하는 사람을 오히려 잘못된 것으로 여긴다.
2) 그러나 반 가르기가 자의적인 평가에 기초하여 이루어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만일 구매자가 중고 게임기 가격으로 7만 원의 최초 제의를 하였고, 최종적으로는 11만 5천원의 제의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상인은 최초 25만 원을 요구하였고, 최종적으로 12만 5천 원으로 양보했다. 결국 둘 간의 차이를 ‘공정’하게 반 나눈 12만 원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경우 12만 원이 과연 공평한 반 가르기인가? 양측이 12만 원으로 합의에 도달하기까지의 양보의 양상이 전혀 ‘공평’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상인이 13만 원을 양보하였던 반면, 손님은 5만 원을 양보하였을 뿐이다.
3) 설령 양보가 똑같은 크기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 중간값을 택하는 것이 반드시 ‘공정’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대부분은 반 가르기를 제의하는 쪽이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 따라서 공평한 반 가르기를 받아들이거나 제의하기에 앞서 그 값이 자신에게 유리한가를 반드시 확인해야만 한다.
3. 긍정적인 협상 영역하에서 합의 실패
1) 두 당사자의 유보치가 중첩되어 긍정적 협상 영역이 존재하는 경우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가 흔히 발견된다. 그 이유는 휴리스틱스나 직관에 의한 판단 오류와 같은 요인들과 갈등의 역동적인 측면이 협상 과정에서 협상 영역을 사라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2) 합의에 실패하기 또 다른 요인은 당사자들이 유보치보다는 목표치에 의존해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기대치(aspiration) 또는 비교 수준(comparison level)으로 알려진 목표치는 보통 협상가가 협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심을 집중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효과적인 협상의 핵심 요소는 바로 분명한 유보치의 확인이다. 그런데 많은 협상가가 협상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유보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소홀히 한 채 자신의 목표치를 얼마로 정할 것인가에만 집중한다.
3) 목표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면서도 유보치를 정하기 위한 정보의 수집은 소홀히 한다. 유보치를 정하지 않고 협상에 임하는 경우, 흔히 다른 대안을 선택했을 때 얻게 되는 것보다 더 나쁜 제안에 쉽게 동의하거나, 또는 다른 대안들보다 나은 대안임에도 불구하고 그 제안을 쉽게 거절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4. 첫 제의
1) 당사자들의 첫 제의들을 통해 합의 가능 영역(ZOA)을 예측하고, 나아가 최종합의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를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첫 제의를 하는 쪽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쉽다. 정박(achoring) 휴리스틱스에 따르면 협상에서 먼저 제의함으로써 협상을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정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 제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역 제의를 함에 있어 첫 제의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 정도의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상인과 손님이 물건 가격 흥정을 하는 상황에서 상인이 먼저 첫 제의를 하는 경우는 손님이 먼저 첫 제의를 할 때 비해 최종 합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2) 첫 제의를 누가 먼저 할 것인가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당사자의 믿음(confidence) 및 통재력(sense of control)과 관련된다. 협상의 구조나 대안이 부족으로 인해 통제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당사자는 적극적으로 첫 제의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3) 첫 제의의 수준은 합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좀 더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첫 제의는 그러한 제의를 하는 당사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하기 쉽다. 무엇보다 공격적인 제의를 하면 이후 양보의 폭과 횟수를 조절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첫 제의를 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양보를 요구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또한 자신은 실제 양보를 해 줌으로써 상대방의 만족감이 향상된다.
4) 첫 제의는 공격적인 것이 바람직하지만 터무니없는 수준이면 안 된다. 이 경우 상대방은 모욕감을 느끼고, 이후 협상은 적대적인 분위기로 흐르기 쉽다. 합의 가능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 상대방은 협상을 그만두고 가버리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흔히 협상가들은 공격적인 첫 제의를 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장로교목사(헤브론드림교회 담임, 꽃동산교회 협동목사, 세직선 지도목사)로서 사역 중이며 Allianz 생명, 금감원을 거쳐 현재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지원센터장으로 근무 중이다. 농협은행 직원들의 협상능력 향상을 위한 교재를 저술하고 7년 이상 지도하는 데 참여하였다. 영남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웨스트민스터대학원대학교에서 목회학(M.Div.)과정과 고려대에서 MBA를 마친 후 미국Caroline University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