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 달리는 기차를 사랑하라

  • 등록 2025.04.08 09: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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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하며 살고 싶다면 프랑 스에서 살고, 만약 그대가 최상의 조건에서 치료받고 싶다면 미국으로 가라. 혹시 그대가 의료비 때문에 몸과 마음이 소진되고 싶지 않다면 영국으로 떠나야 할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보건 의료체계의 특징과 장단점을 요약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러한 국가 간 의료서비스 차이를 이용해서 발전해 온 것이 의료관광이다. 단순히 정의한다면 의료관광은 의 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건강한 삶을 위한 치료’라는 인간의 두 가지 욕구 를 적절히 결합한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 바로 의료관광일 것이다.

 

미국인들은 치과 진료나 성형, 미용 수술을 위해서 주로 가까운 브라질이나 코스타리카 같은 중남미 국가를 선호한다. 수술 대기 시간이 긴 영국인들은 인근 프랑스나 스페인으로 의료관광을 떠나고 있다. 의료의 상업화라는 비난 속에서도 세계 의료관광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며 고용, 산업 발전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세계 의료서비스 시장 규모... 연평균 6.1%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

 

지금 전 세계는 고령화로 의료 수요 증가로 인해 글로벌 의료 서비스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각국은 이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피치솔루션(Fitch Soutions)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의료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3년 10.8조 달러에서 2029년에는 15.4조 달러로 연평균 6.1%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에서도 코로나 이후 시대 메디컬 코리아의 경쟁 력을 회복하기 위해 “제2차 의료 해외 진출 및 외국인 환 자 유치 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추진 중에 있다.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유치 외국인 환자 수를 회복해서(‘21년 : 13만 명 →’26년 : 50만 명) 한국 의료 이용에 대한 선호도를 제고하는 한편 의료 해외 진출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하여 글로벌 시장 선점을 통한 의료산업 고부가가치 창출 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중장기계획에서 자주 확인되는 전략적 포인트 중하나는 의료관광 시장에서 해외환자 유치사업과 의료 해외 진출사업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해외환자 유치산업은 국민 의료비에 대한 추가적 부담 없이도 의료기관의 수익을 증대시키고 국부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매우 높다.

 

대한민국은 선진수준의 의료기술과 낮은 의료비, 신속한 진단과 치료 그리고 첨단 의료 장비·IT 기반 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한 강점을 지니고 있어 국제적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국민 1인당 암 치료비가 지난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은 29만 원이다. OECD 평균은 34만 원, 미국은 67만 원이다. 이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주목받을 만한 경쟁력이다.

 

이러한 경쟁력에 힘입어 의료기관 해외 진출 신고제가 도입(2016년)된 이후 2023년까지 총 31개 국가 204개 의료기관이 해외로 진출하였다. 또 해외환자 유치는 2009년 16만 명에서 2023년 111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통계수치로 본다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회복했으며 국내 의료 관광시장에 마치 두 번째 봄이 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상황은 조금 달리 파악된다.

 

정부가 발간한 2023년 외국인 환자 유치 통 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의 절반 이상은 서울 과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다. 한때 전체 외국인 환자의 20% 를 상회 했던 경기도는 8.4%로 내려갔으며 첨단의료복합 단지를 유치하여 “메디컬 대구”를 부르짖었던 대구시는 여 전히 2%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강점을 지닌 제주와 전 남은 각각 1.1%와 0.1%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관광 시장에서 우수 의료인력과 첨단 의료기술을 보유한 지역 위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지자체장의 교체에 따라 끊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원론적으로 접근할 때 국내 의료관광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전략, 메디컬 코리아 인지도 제고, 외국어에 능통한 의료인력 수급, 의료서비스 표준화, 의료분쟁 조정, 출입국 간소화 등 웬만큼 해결해 야 할 과제들은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계획에 이미 다 포함 되어 있고 매년 추진하고는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고 의료관광의 아시아 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좀 더 민감하고 차별화된 국가별 지역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정책결정권자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해외환자 유치에 있어서는 일본, 중국, 미국, 태국, 몽고 등 외국인 환자 중 비중이 큰 국가 위주로 고위급 면담 등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의료 해외 진출에 있어서는 한국문화에 대한 친숙도가 높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와 우즈베키스탄, 카 자흐스탄 등 북방 국가들에 대해 대형 국책사업과 패키지로 진출하는 방안이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인프라가 열악한 지역 의료관광의 활성 화를 위해서는 각 지자체에서 건강과 휴양을 관광상품에 접목시키는 소위 “웰니스 의료관광” 모델을 오래도록 꾸준하게 개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공공 의료 기반에 훼손 되지 않으면서 의료관광객 유치를 도모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정책의 연속성 매우 중요

 

의료관광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의 연속성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고위급 정책결정권자, 각 지자체장의 의지와 경제적 상황에 따라 정책의 우선순위가 변경되면 실제 사업 현장에서 겪는 혼란과 손실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제주도 투자개방형 병원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제도적 뒷받침과 인적 물적 인프라 투자에 있어서 끊김이 생기면 그동안 투자해 온 노력은 한순간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다른 모든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관광 분야에서도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를 이어 나가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 정책의 연속성이다. 의료관광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 고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 발전의 속도 역시 더디고 느리기만 하다. 하지만 인생에서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듯이 의료관광 시장에서도 그 방향이 맞는다면 꾸준히 밀고 나가는 기관차의 역동적인 힘이 필요할 것이 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의료관광 열차가 맞게 달리고 있다면 굳이 도중에 포기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의료파업 등 최근 어렵고 힘들어진 의료 현장이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의료관광 시장 역시 원래 달리던 그 방향 그대로 열심히 달려주기를 기대 한다.

 

왜 기차를 타고 가면서도 기차에서 뛰어 내리는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 기차에서 왜 뛰어내려 울고 있는가? 내가 기차에서 뛰어내린다고 해서 기차가 달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계 의료관광 시장을 선점할 대한민국의 의료관광 열차는 아직 종착역에 도달하지 않았다. 세계 의료관광 시장에서 열심히 달리는 기차를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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