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가 우리나라 고유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일환으로 토종 꿀벌 증식 및 보존 활동에 나섰다. 최근 LG상록재단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위치한 생태수목원 화담숲 인근 정광산에 ‘한라 토종벌’의 서식지를 새롭게 조성했다고 19일 밝혔다.
꿀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기며 수분(受粉)을 돕는 역할을 해 세계 식량 생산의 약 90%에 기여하고 있으며, 생태계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평가된다. 특히 돌배나무 등 일부 자생 식물은 외래종보다 토종 꿀벌에 더 의존적이어서, 한국 생물다양성 보존에 있어 토종 꿀벌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하지만 2010년대 낭충봉아부패병이 퍼지며 우리나라의 토종 꿀벌은 98% 이상 개체 수가 급감, 멸종 위기에 처한 바 있다. 최근 들어 병해에 강한 품종 개발과 정부·민간 협력이 이어지면서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후 위기로 인한 대규모 꿀벌 실종 현상이 2021년 이후 계속되며 위기는 여전하다.
이에 LG는 토종벌 100만 마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개체 수를 매년 두 배 이상 늘려 400만 마리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꿀벌의 정착지를 마련한 화담숲 주변은 꿀샘 식물(밀원수)과 야생화 등이 풍부해 꿀벌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 1호 토종벌 명인 김대립 씨와 사회적기업 비컴프렌즈와의 협업으로 추진된다. 김 명인은 꿀벌 사육 관련 기술 특허 9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40년 넘게 토종벌 보존에 앞장서 왔다. 그는 “꿀벌의 소멸은 인류의 식량 위기와 직결된다”며 “LG와 함께 그간 축적한 노하우를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컴프렌즈는 발달장애인을 양봉 전문가로 양성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LG와 함께 증식된 꿀벌을 향후 양봉 피해 농가에 제공해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지영 비컴프렌즈 대표는 “양봉은 발달장애인에게 단순한 직업을 넘어 사회와 연결되는 의미 있는 창구”라며 LG와의 협력이 이들의 자립과 사회 참여를 확장할 것이라 강조했다.
LG는 6월까지 조성된 꿀벌 서식지에 100만 마리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며, 이후 목표 개체 수에 도달하면 보다 광범위한 보급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토종 꿀벌 보호는 단순한 보존 차원을 넘어 생태계 전체의 회복과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은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하고 꿀벌 보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독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