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新결혼풍속도

  • 등록 2014.03.25 21: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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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결혼은 남녀가 결합해 하나의 독립된 가정을 이루는 것을 알리고 인정받는 통과의례이자 인륜지대사다. 결혼의 의미가 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류가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커뮤니티임은 분명하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변하고 있는 우리 문화 가운데 결혼 문화∙의식도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이에 LTE급으로 변하고 있는 우리의 결혼 풍경을 들여다봤다.


헤겔에 따르면 결혼은 인륜적 관계다. 여기서 인륜적 관계라는 의미는 결혼이 인류의 종으로서의 생명의 유지와 보존을 위한 성적 관계로서만 파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칸트와 같이 결혼을 시민사회의 단순한 계약관계로서만 파악해 서로의 성기를 상호간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관계로서 파악하는 것도 잘못이다. 나아가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결혼의 본질을 두고자 하는 것도 잘못이다.

 

결혼은 이상과 같은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도 사랑과 신뢰를 토대로 생활 전체를 공동으로 영위하는 관계에서 성립하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관계인 것이다. 결혼에 대한 헤겔의 이와 같은 규정은 결혼이 연애지상주의나 결혼제도를 부정하는 동거주의나 내연관계에 반해 감정의 변덕이나 우연성을 극복하고 법적인 규정에 따른 관계를 취함으로써 그것을 좀 더 높은 인륜적 관계로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헤겔의 결혼관도 결혼에 대한 하나의 입장이다. 결혼에 관한 수많은 관점이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문화에서 결혼은 혼인(婚姻)을 맺는다는 뜻이다. 혼인의 ‘혼(婚)’은 남자가 저녁에 여자를 맞이하러 간다는 것이니 남자가 장인의 집(丈家)으로 간다는 의미이고, ‘인(姻)’은 여자의 집에서 중매쟁이를 통해 남자를 만나도록 시집(媤宅)에 보낸다는 의미다. 이처럼 남자는 장가를 가고, 여자가 시집을 가는 결혼 풍습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각기 달랐다.

 

결혼식-혼수 DIY 


일본의 경우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는 ‘나시혼(無婚) 부부’가 일본 신혼부부의 48%를 차지한다. 한국은 나시혼까지는 아니더라도 합리적이고 가치 중심적인 결혼식·혼수 문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결혼 당사자와 혼주 1천여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중에 응답자들 중 85%는 우리의 결혼 풍습에 호화로운 사치 풍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77%는 공공시설 등의 장소에서 저렴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주택 마련 비용을 제외한 1인당 비용을 보면 최소 비용 334만 원에서 최대 3억3650만 원에 달해 큰 스펙트럼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결혼식이 치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작은 결혼식 등 새로운 결혼모형을 개발 보급하고 합리적 소비를 지원해 줄 결혼 상품·서비스의 비교정보 제공체계 구축을 관계 당국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요즘 2030 세대를 삼포세대라 부른 지 오래됐다.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하고 산다는 삼포세대. 이들은 기존의 예식이나 혼수 기준을 답습하기보다는 자신의 재정상황과 형편에 맞는 독특한 자신만의 결혼예식과 혼수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엄숙한 주례가 있는 혼례식보다는 주례를 생략하는 대신 덕담이 가득한 결혼예식을 꾸미거나, 재미있는 축하 공연을 벌이기도 한다. 이렇게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이 아닌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자신들만의 결혼식, 매뉴얼처럼 존재하는 혼수 등이 아닌 실속과 가치 중심의 혼수를 마련하는 등 결혼예식 문화가 다양해졌다.

 

연상녀-연하남 결혼 증가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서 성인남녀 1314명을 대상으로 연하남-연상녀 커플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남성 78%, 여성 81%로 나타났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인 1990년엔 전체 결혼커플 가운데 8.8%를 차지해서 12쌍 중 1상이 연하남·연상녀 커플이었다면 지난해엔 15.6%로 2배나 늘어서 6쌍 중 1쌍이 연하남·연상녀 커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초혼의 경우는 이렇지만 재혼은 20% 정도로 더 높다. 통계청 관계자는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많아지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인 지위가 높아지고 사회가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가연 산부인과 이소영 간호사는 “신생아들이 태어나면 부모의 주민번호 등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는데 최근 연상녀-연하남 부부가 예전보다 확연히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면서 “특히 예전에는 한두 살 차이가 많았는데, 요즘은 5살 이상 차이 나는 연상녀-연하남 부부도 눈에 띠게 늘었다”고 전했다.

 

돌싱녀-초혼남 결혼, 재혼∙만혼 증가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이혼 및 재혼 현황’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12년까지 30년간 이혼이 10.6%(2003년)까지 증가하다 2003~2012년 사이에는 연평균 4.1%로 감소했다. 또 재혼은 2005년까지 증가하다 2006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50대와 60대 이상의 황혼 재혼은 2006년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재혼 중에서 돌싱(이혼하고 싱글로 돌아온) 여성과 초혼 남성과의 결합 비율은 1982년 15.1%에서 2012년에는 26.9%로 30년간 11.8%나 증가했다. 반면 남자 재혼과 여자 초혼 커플 비율은 1982년 44.6%에서 2012년 19.2%로 큰 폭으로 줄었다.


1995년부터 남자초혼-여자재혼 건수가 남자재혼-여자초혼 부부 건수를 추월하기 시작해 2012년에는 1.78배나 많아졌다. 이는 초혼 남성들이 배우자인 여성을 선택할 때 인성 능력 미모 등을 중시하고 결혼 경험 여부는 따지지 않는 등의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적정 결혼연령과 만혼·비혼 원인에 대한 태도’란 연구논문을 보면 우리나라의 만혼 경향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여성의 경우 2001년에는 전체 기혼 여성의 절반가량이 25~29세에 결혼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그 연령대 기혼여성의 비율은 43.1%로 7%포인트 가량 떨어졌고, 반면 30세 이후 기혼 여성은 계속 증가했다.


전체 기혼 여성 중 30~39세 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18.5%에서 2011년 35.3%로 2배로 증가했다. 남성도 비슷하다. 2011년 전체 혼인 남성에서 25~29세 비중은 46%에 달했으나, 2011년에는 28.4%로 낮아졌다. 반면 전체 혼인 남성 중 35~39세 연령층은 2001년 8.2%에서 2011년 14.9%로 2배 뛰었다.


또한 기혼남녀 1만515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결혼연령의 적절성을 물으면서 결혼연령이 늦었다고 응답한 기혼남녀를 대상으로 “왜 늦게 결혼했는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 ‘특별한 이유 없음’이 38.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배우자감이 없어서’(36.1%), 경제형편이 좋지 않아서(11.4%), 취업에 방해가 될까봐(8.1%), 배우자의 사정 때문에(3.8%) 등으로 나나타났다.


1990년에 초혼여령은 남자가 27.8세, 여자가 24.8세였다. 지난해엔 남자 32.1세, 여자 29.4세로 5살 정도 높아졌다. 이는 갈수록 집값이나 전셋값은 오르고 취업도 어렵다 보니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결혼건수가 1년 전에 비해 4만6천 건이나 줄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1년 전에 비해 1만 6천여 건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극심한 경기 침체기엔 나라살림이 어렵다보니 일자리 찾기도 쉽지 않아서 결혼건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늘고 있는 1인 가구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결혼하지 않으면 재산상 불이익을 주기도 했고, 17세기 캐나다는 결혼하지 않은 자녀의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한때 스웨덴이나 불가리아처럼 세금을 부과해 강제적으로 결혼하게 하려고도 했다. 우리나라도 독신세 얘기가 회자된 적이 있다. 그러나 결혼은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3년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은 25.9%에 이른다. 1990년 9.0%에 불과했던 1인 가구는 2010년 23.9%로 크게 늘었다. 2025년에는 1인 가구가 세 가구 중 한 가구(31.3%)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1인 가구를 겨냥한 다양한 신조어들이 생겨나고 있다.  ‘솔로 이코노미’, 혼자 삶을 의미하는 단어인 ‘싱글턴(singleton)’,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의미하는 ‘싱글리즘(singlism)’, 또 혼자이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안락함과 즐거움을 추구함을 의미하는 ‘나홀로 라운징 (Alone with Lounging)’, 혼자 사는 사람들이 특정한 취향과 취미로 인해 모르는 사람끼리 저녁을 같이 한다고 해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등이 이에 해당한다.


통계청 자료의 2010년 성별과 연령별 1인 가구 유형을 보면 30대 이하의 경우 남성, 70대 이상의 경우 여성 비율이 높았다. 1인 가구 유형은 크게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으로 나눌 수 있다. 비자발적 1인 가구에는 고령화 진전과 남녀 간 평균수명 차이로 인한 고령 1인 가구 증가도 포함된다. 그 외 1인 가구 증가 현상을 단순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스펙과 통계를 넘어선 가치지향의 삶한 결혼

 

정보업체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혼회원 중 남성의 표준모델은 35세, 연소득4500만원, 4년제 대졸, 신장 173~174cm, 일반사무직 회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표준모델은 32세, 연소득 3400만원, 4년제 대졸, 신장 163~164cm, 일반사무직 회사원이다.


결혼에도 이와 같은 스펙이 존재하고 있고, 위에 제시된 수많은 통계와 숫자들로 결혼에 관해 분석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또 수많은 미디어들은 다양한 형태의 결혼과 가정에 대해 때로는 비난하고 때로는 연민을 느끼게 한다.


미혼이든 비혼이든 기혼이든 문화와 시대를 넘어 결혼은 여전히 중요한 인륜지대사다. 어떤 형태의 삶을 선택하든 그 가운데는 스펙과 통계를 넘어선 가치가 존재한다.

 

정호승 시인은 <결혼에 대하여>라는 시에서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대가 변하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며 결혼의 형태와 삶의 유형이 바뀌더라도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는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희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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