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 문화의 융합, 패션문화산업

  • 등록 2014.04.26 2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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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산업은 지난 세기 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겪으며 발전해오고 있다. 이제 패션산업은 제조업에서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지경으로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 우리의 패션문화산업을 위한 인프라 구성과 전문인력 양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패션은 창조산업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다. 먹는 것이나 주거지보다 옷(衣)을 먼저 말하고 있다. 옷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옷은 그 의미가 많이 확장됐다. 초기에는 제2의 피부라고 불릴 만큼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이 주요한 기능이었지만 이제는 사람의 외형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문화적인 기능이 더 중요한 기능이 됐다.


그러다보니 옷과 관련된 산업들이 시대에 따라 다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패션산업을 제조업으로 인식하기도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문화산업, 즉 패션문화산업으로 인식하면서 예술과 산업을 융합한 관점으로 봐야한다고들 한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패션은 단순히 패션산업이 아니라 패션문화산업이다. 패션문화산업이 패션을 전공한 몇몇의 관심분야가 아니라 전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또한 획일주의와 공짜문화가 극복돼야 한다. 그동안은 사회적인 풍토가 튀는 것을 싫어하고 견제하는 분위기였다. 또한 아이디어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지 않고 짝퉁·복제들이 판치고 있다. 그런 토양에서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융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1세기를 규정짓는 키워드가 세 개인데 패션(fashion)과 필름(film), 피메일(female)이다. 여성과 필름은 대한민국에서 그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패션은 아직이다. 깔딱고개만 넘으면 세계를 재패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더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우 동덕여자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패션은 대표적인 창조산업이다. 최근 미국이나 영국을 중심으로 패션산업을 창조산업의 한 분류로 포함해서 문화산업으로 풀어간다”며 “우리도 패션산업을 문화산업으로서 인식해야 된다. 패션브랜드와 같이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이미지로 소비자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국가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디자이너가 중심이 돼서 패션 산업을 끌고 나가야 한다. 창작자로서 예술가로서 디자이너가 인식돼야 패션이 문화산업이 되는 것이다. 패션은 문화이고 예술이기에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1세기 패션사업은 저가 OEM 대량생산체계의 섬유산업 단계에서 벗어나 첨단 패션산업시대로 발전하고 있다. 패션산업은 지식정보, 고부가가치, 선진국형 문화 창조 산업이며 연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패션 산업은 SPA와 IT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백화점, 할인점 등의 전통적 유통망과 홈쇼핑, 온라인 등의 유통채널 등을 통해 활발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탈정장화,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으로 캐주얼, 아웃도어, 스포츠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국내 패션브랜드 시장 37조 원 규모


2012년 글로벌 패션문화산업 시장 규모는 약 1,820조 원 규모다. 이는 세계 GDP의 약 1.8%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 기간 한국 의류시장 규모는 약 40조 원으로 추산된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12년 패션시장규모 조사 사업의 결과에 의하면 2012년 국내 패션 브랜드 시장 규모는 약 37조 원이고, 패션 브랜드 의류 시장 규모는 약 32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잡화를 제외한 의류 시장 규모는 약 32조 원으로 추산되며 최근 3년간 성장률은 6.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패션문화산업은 주로 서울에 집중돼 있어 국내 패션 디자이너의 90% 이상이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패션브랜드연감에 따르면 디자이너패션 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국내 브랜드 시장 규모는 약 1조 2천억 원이나 실제 이들을 해외와 같이 정기적인 컬렉션을 개최하며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재정리했을 경우 전체 매출액은 5천억 원대 미만으로 하락한다.


또한 최근 한국 브랜드에서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자이너 영입을 통해 기존의 내셔널 브랜드의 변화를 꾀하고 있으나 대부분 마케팅적 성격을 갖고 있어 일시적인 협업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 디자이너브랜드는 소량 생산을 위주로 하는 국내 생산에 집중돼 있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또 국내 유통 구조는 대부분 위탁판매 형태를 취하고 있는 백화점 유통에 집중돼 있어 1인 기업 형태에 가까운 디자이너브랜드가 적절한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 해외의 경우 대부분의 디자이너브랜드 제품의 판매부문을 담당하는 쇼룸 혹은 세일즈 랩과 같은 마케팅 네트워크가 강화돼 있는 반면 국내에는 자체적으로 마케팅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패션국가들의 패션문화산업 지원 정책


영국은 디자이너패션산업을 패션문화산업의 핵심 영역으로 본다. 영국에서는 전통적으로 DCMS(the Department for Culture, Media and Sport)을 비롯한 여러 기관 및 단체에서는 디자이너 패션을 문화산업의 한 영역으로 간주해 패션리테일 산업과 다른 범주로 인식하고 있다.


영국 문화부(DCMS)의 2007년도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디자이너패션산업은 130,7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2008년 약 2,800여 개의 디자이너 패션사업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패션디자이너산업의 고용자 수는 2008년 여름 기준으로 107,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매년 19%의 고용 증가 효과를 낸 것으로 전체의류산업의 고용이 매년 저하되고 있는 것과 상반된 결과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 영국 디자이너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매우 큰 의미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국의 패션 브랜드가 매우 독특하고 차별화된 감각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데에는 영국 패션디자이너산업의 기여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영국은 패션 리테일러와 디자이너패션산업의 강력한 네트워킹을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해 영국 패션문화산업의 주요한 차별화 운동력이 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의 패션 사업은 세계 패션문화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해가고 있다.


프랑스의 디자이너들은 세계의 패션문화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파리의 패션위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위크 중 하나다. 이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자국에서 성공 후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조성돼 있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의 성장과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프랑스 브랜드의 경기가 좋지 않자 다양한 정책을 통해 프랑스 디자이너 패션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프랑스 브랜드를 위해 투자, 장기 대출 등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패션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태리와의 연합을 통해 자국 브랜드의 지적재산권도 보호하고 있다.


이태리의 경우 이태리 경제에서 패션문화산업이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크다. 소매 매출 전체에서 패션문화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10%에 달해 패션문화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이태리의 전반적인 이미지에 패션문화산업이 미치는 영향력 또한 매우 높다. 이태리 패션산업의 경쟁력은 전반적으로 섬유산업부터 연결된 스트림 간의 강력한 네트워킹과 지역 밀착형 산업 클러스터에 있다.


이태리패션 산업의 부가가치는 각종 섬유 산업 부문에 52%, 후 가공 분야에 8% 그리고 패션 부문에 40%가 있을 정도로 산업의 역량이 고루 발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이태리의 산업구조와 가장 유사한 국가가 우리나라다. 이에 산업구조를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잘 운영한다면 우리나라도 패션 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패션문화산업은 유통업이 발달하고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양한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산업을 가능하게 하고 전세계 최대의 시장이라는 장점이 서로 다른 경쟁력을 갖춘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한다.


전략적 로드맵과 전문인력 양성 필요


위 패션 4대 국가의 강점을 한국 시장에 적절하게 적용한다면 한국의 패션산업의 발전 방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패션산업과 섬유산업과 패션문화산업이 융합돼야 하는데, 아직은 따로따로 가고 있다.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화와 산업이 융합돼야 한다. 이로써 창조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프라와 전문인력들이 양성될 때만이 고부가가치 패션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석태 KALL E SUKATE 대표는 “현재 국내패션산업은 한국패션의 성장을 뒷받침해 줄 체계적 시스템과 전문 인력 등 산업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그러나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정부지원 사업을 활용해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지향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패션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실무진 인력구성에 있어서 패션산업의 동향과 현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Trend LAB506 대표는 “국내 패션 산업의 내수시장 규모는 40조 원 가량으로 미국, 일본과 비교해 전체 GDP 점유율이 낮다”며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디자인 도용 등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관련 산업분야가 함께 육성돼야 하지만 패션산업이 제조업으로 인식돼 이종 분야에 대한 육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패션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마케터, 에이전시, 생산 등 다양한 전문 인력에 대한 육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승훈 SRA 대표는 “국내 디자이너브랜드에 대한 자국민의 신뢰도와 인지도가 낮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국내 패션브랜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또한 국내 패션산업은 하청생산에 의존하고 있는 형태로 국제 경쟁력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다. 하청생산업체마저 국내의 높은 인건비에 대한 부담으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스토리를 담은 브랜딩 마케팅 전략 등을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며 “또한 디자이너가 옷 만드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내외 비즈니스 및 행정업무 등을 전문 외주업체에 맡기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디자이너 브랜드 스스로도 경제적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최철용 CY Choi 대표는 “세계 속에서 한국브랜드는 질 좋은 중가이미지다”며 “이런 이미지가 고착되면 중저가를 중심으로 한 이미지 탈피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문화와 패션은 상호보완적이다. 따라서 K-POP과 관련해 한국패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국내 패션시장은 잠재력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신진 디자이너들이 자립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 재능 있는 디자이너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April 2014



 

April 2014

이희 기자 leehee@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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