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취재 속보경쟁이 오보 원인

  • 등록 2014.05.14 0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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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합의 필요

세월호 사건에 대해 취재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채 외면 받고 있다.

 

이에 방송기자연합회 주최로 1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배척받는 방송, 기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재난재해 취재, 보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방송기자 출신인 신경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을 때 (언론이) 어디로 가는지 (세월호 사건이) 보여줬다"라며 시스템적인 문제를 해결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언론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기자연합회 전동건 회장은 재난방송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방송이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 했다고 비판했다. 또 방송이 경찰 등에 대해 비판 보도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지만 이번에는 언론통제를 당해 비판 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곧바로 진행된 토론 순서에서 발제를 맡은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김창룡 교수는 재난보도에 있어서 정확도 보다 속보성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오보가 불가피해 불신을 초래한다고 지적한 뒤 이러한 문제는 언론사끼리 협정을 통해 자제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 인터넷신문이나 종합편성 채널 등 많은 매체와 기자들이 늘어나다 보니 자질 미달의 기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가족의 얼굴을 클로즈 업 하는 등 초상권의 침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한 방송사에서는 실종자의 사망 보험금을 추정해 보도하는 등 생사여부도 모르는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클릭유도형' 보도 역시 오보의 원인이라며 그 사례로 민간잠수사를 사칭한 홍가혜 씨의 인터뷰를 꼽았다. 이 같은 오보의 원인으로 그는 (1)재난보도 준칙을 지키지 않아도 회사에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2)행정규제나 법이 오보나 불법 보도를 막지 못하고 (3)데스크의 조급증과 회사의 상업주의가 게이트 키핑을 무력화 할 뿐 아니라 (4)기자의 특종 욕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체로' 오보를 내면 '안전'하지만 단독으로 보도하면 타격을 입기 때문에 다른 매체의 눈치를 보는 것이 언론의 풍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서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목포MBC 박영훈 기자는 지난달 16일 오저 10시50분 세월호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당시 해경이 오전 8시 54분부터 58분까지 세얼호 탑승 학생과 통화한 후 곧바로 해경 소속 진도VTS에 연락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신고시각도 8시58분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SBS A&T 영상취재팀 장운석 기자는 '흔들리는 화면'은 시청자에게 불안감을 전달하기 때문에 재난보도에 사용되지만, 일본의 경우 이 같은 화면을 사용하기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경우 폴리스 라인 외에 포토 라인이 별도로 설치된다며 이 같은 점은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건의 경우, 주도적으로 포토 라인을 만들 구심점이 없어 과잉 취재로 인해 유가족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속보성 보다는 재난 구조의 내용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정착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YTN 편집부 강진원 기자는 세월호 현장에 민박집이 부족해 현장 기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현장 취재의 어려움을 전했다.

 

특히 당국의 통제로 인해 50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촬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물 속 상황은 알 수가 없어 당국의 발표를 받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발표 이외에 별도의 취재를 통해 오보를 낼 경우에 후폭풍이 두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기자들의 합의가 필요한데 공동취재단(Pool)을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서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는 사고현장인 팽목항과 합동수사본부가 위치한 목포, 대책본부가 꾸려진 진도군청 3곳을 커버하다 보니 연차가 높은 고령의 기자들이 물리적으로 힘들어 정부의 발표만 받아 써 오보를 내게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 공감을 얻는 보도는 꼭 클로즈 업 할 필요도 없다며, 이러한 판단을 해 줄 데스크들이 현장에 내려가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숙명여대 미어학부 강형철 교수는 데스크들이 타성화 돼 정통 저널리즘을 후배 기자들에게 가르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의 보도 행태는 과거부터 해 오던 방식 그대로 관행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만약 이번 세월호 사건이 바다 속이 아니라 육지에서 일어났다면 건물 안에 내시경 카메라를 집어넣고, 피해자 핸드백을 열어서 소지품을 보여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가 차분한 보도를 이끌었다면 다른 방송사들이 속보 경쟁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경헌 기자 editor@icr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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