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 21일 국회를 통과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 폐지법안의 시행일이 확정되면서 6개월이 지난 7월 22일부터 단말기유통법이 사라졌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단말기유통법 폐지법률에 대해 전자 관보를 통해 개시하며 많은 사람들의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다. 법안은 국회 통과 이후 국무회의, 공포 등의 절차를 거쳐 시행됐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장관은 “단말기유통법 체제 이후 새로운 유통 질서가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유통점과 통신사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도 하위 법령을 신속히 정비하는 한편 제도 변화로 인한 시장 혼란과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통업계의 애로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단말기 유통법은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2014년 도입됐다. 2010년대 초반 번호이동, 신규 가입, 기기 변경 등 가입 유형에 따라 보조금이 다르게 지급되며 혼란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람, 지역, 통신요금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조금이 제공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법안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법 도입 이후 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불편하다" 는 원성이 높아지며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엔 올해 7월 22일부로 폐지됐다. 정부는 기존 법안의 사업자 간 경쟁을 위축시키는 규정은 삭제하고, 이용자 권익 보호와 건전한 유통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규정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했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 이후 더 큰 혼란은 기다리고 있었다. 휴대폰 유통 및 요금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며 '성지폰', '공짜폰', 성지 좌표 등 소비자를 유혹하는 '자급제 폰' 광고와 '문란한 불법 휴대폰 시장'이 개방됐다. 법이 사라졌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는 반응들도 있지만, 통신사들의 규정과 정책에 맞지 않게 휴대폰 유통이 난무하며 시장의 혼란과 개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 폐지로 단말기 지원금 공시의무와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공시지원금 15% 이내) 규제가 없어져 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휴대폰 대리점, 유통점 등 가입유형·요금제에 따른 지원금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도 사라져 사업자가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쓸 수 있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통신 요금 피해 및 부가서비스 의무화 정책에 있어 성지폰, 자급폰, 성지좌표 등 '찐성지 휴대폰 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신문물에 대해 우리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단통법 폐지 후 통신사 정책 변경없어...대리점∙유통점 "허황된 이득은 옛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14년 도입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지난 22일 폐지되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지원금 공시 의무가 폐지되고,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했던 유통점의 추가지원금 상한도 사라진다.
번호이동·신규가입 등 가입유형별 지원금과 요금제별 지원금에 대한 엄격한 차별금지 규정도 없어져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은 다양한 형태로 단말기 지원금 영업 경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단통법체제에서는 음성적으로 지급하던 초과 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 초과)도 공개적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휴대폰 자유 개척 시장'이 열린 셈이다. 사업자 및 대리점과 치열한 경쟁과 휴대폰 브랜드에 따른 '유통 전쟁'이 불가피해졌다. 신도림테크노마트, 영등포지하상가 등 단통법 폐지 이후 판매점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어떤폰 찾으세요? 저희 색상 다 있어요", "최신폰 있어요 어디 다녀오셨어요?", "갤럭시Z폴드7 찾으시죠? 저기는 얼마에 준데요?" 등 치열한 영업 전쟁을 방불케했다.
서울시 영등포 한 S휴대폰 유통점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유통점에서 제공하는 추가지원금을 포함한 단말기 총지원금 정보를 개별적으로 측정해 안내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동통신사로부터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은 이용자에 대한 요금할인제도는 유지되며 추가 할인은 카드사 및 통신사 결합을 이용한 할인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출고가 100만 원인 스마트폰에 이통사가 50만 원의 공통 지원금을 제공할 경우, 과거에는 유통점이 줄 수 있는 추가지원금이 7만 5000원으로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유통점 재량에 따라 더 큰 폭의 보조금도 가능해진다.
그간 불법으로 간주됐던 ‘페이백’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단말기 구매자에게 현금이나 상품권을 돌려주는 방식이 과거에는 ‘불법 보조금’으로 단속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계약서에 명시하면 합법적으로 인정된다. 단말기 가격보다 보조금이 더 많은 ‘마이너스폰’도 등장했다.
그러나 대리점간 경쟁이 심화되고, 통신사들의 정책이 달라진 부분이 없어 유통 업자 및 대리점 점주들은 호황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마포구에 위치한 휴대폰 F매장 대리점주는 "단통법이 없어져서 매출이나 휴대폰 시장이 큰 활성화가 될 것처럼 말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 개인들간 휴대폰 거래도 많고, 업체들간 경쟁이 심해서 휴대폰 개통을 해도 5~12만원 정도 남는다"라며"예전처럼 돈 번다는 말은 허황된 꿈이다"라고 말했다.
지원금 공시 의무는 없어졌지만, 이통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와의 협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공통 지원금 정보를 홈페이지에 일 단위로 공개해야 한다. 오히려 더 개통이나 거래량이 투명해 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자급제폰'도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최근 자급제폰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이동통신 가입자 중 자급제폰 사용자 비율이 30%를 돌파했다. 특히 알뜰폰 가입자의 약 80%가 자급제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자급제 스마트폰은 약정 부담 없이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고 말한다.
자급제란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가입을 조건으로 구매하는 단말기가 아닌 온라인 오픈마켓, 전자제품 매장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 공기계 형태의 단말기를 의미한다.
초기에는 불필요한 결합 상품과 고가 요금제를 피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는 합리적인 소비를 선호하는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자급의 의미는 요금제와 결합된 약정 없이 사용자가 기기와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에 두가지를 명확히 분별해야 한다. 공기계와 자급제폰은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공기계는 유심이 제거되거나 통신사와 연결되지 않은 상태의 스마트폰이고, 자급제폰은 애초에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판매되는 공기계를 말한다.
즉, 자급제폰은 공기계의 한 종류이다. 약정 없이 알뜰폰 등 원하는 요금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동일하며 자급제폰은 약정 계약이 없기 때문에, 기기를 교체하거나 판매할 때 위약금 걱정이 없다.
또 자급제폰으로 통신사 요금제만 가입하면 선택약정 할인을 통해 요금의 25% 절감이 가하다. 특히, 기존 약정에서 위약금 없이 선택약정 승계가 가능한 경우도 많아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승계가 가능하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간 판매가 가능해 시장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 자급제폰에 대리점∙유통사 '헛물신세'...찐성지 vs 전통성지 '혈전의 눈물'
'휴대폰 성지'에 많은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라면 아마 한 두번 정도 성지 이용을 했을 것이다. 이는 통신사와의 특별한 리베이트 계약을 통해 일반 대리점보다 더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이 곳을 '가성비 성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성지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30~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말에 성지를 찾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통신사 약정 함정, 부가서비스 강요, 심지어는 사기까지 난무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 뒤에 숨겨진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악덕 점주 정책'에 당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그래서 올바른 성지를 찾는 '성지 좌표 찾기'도 생겨났다.
휴대폰 성지의 실체와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성지 외에도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휴대폰 성지 왕국'으로 유명한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근무하는 L대리점 직원은 "휴대폰 성지는 통신사로부터 받는 판매 대금을 주는 방식이다. 리베이트를 반대로 소비자에게 주는 할인혜택이다"라며, "이런 방식으로 판매하는 휴대폰 판매처를 성지라고 말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통신사가 제공하는 공시지원금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 대리점보다 훨씬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페를 통해 시세표를 공유하고 오픈채팅으로 상담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이러한 휴대폰성지는 운영 방식과 특성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찐성지' 이는 특정 상가나 건물에 매장을 두지 않고 별도 공간에서 은밀하게 운영되는 형태이다.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처와 대략적인 위치만 공유하며 방문 시 구체적인 장소를 안내받는 경우도 많다. 이것을 '성지 좌표'라 부르며 가격이 가장 저렴하지만, 매장 위치가 불분명하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 하나의 '프랜차이즈형 성지'는 통신사 이름을 내걸고 브랜드 체인점 형태로 운영된다. 네이버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고, 매장도 일반 대리점처럼 오픈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으며 찐 성지보다는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다. 체계적인 매장 관리와 A/S 지원이 장점이며, 대부분 핸드폰 가격이나 요금 정책들이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전통 성지'가 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용산 등 대형 전자상가 내에 위치한 전통적인 성지이다. 과거에는 최저가 매장으로 유명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소비자를 현혹하는 '호갱 만들기'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다양한 매장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은 예전보다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찐성지와 정통성지는 많은 고객들이 찾는 성지로 그만큼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최신형 핸드폰을 현금가 30~60만원대로 구매가 가능하며 요금제 6개월 유지, 부가서비스 패키지 3종 등 유지 조건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휴대폰 액세서리와 사은품 등 고객에게 지출되는 소모 비용이 든다. 대리점들은 고객이 약정 2년으로 유지하는 비용 등 통신사에서 매월 일정 금액을 받는 곳도 있다.
◇ 100만원대 휴대폰 '희소성 상품'으로 전락...'리메이트 돌려막기'는 영업 전략
성지를 이용할 때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가격이다. 대리점 대비 최대 30~50% 할인된 가격으로 최신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 예로, 출고가 180만원대의 최신 갤럭시나 아이폰 플래그십 모델이 성지에서는 40~50만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성지 사업자들은 말한다.
이런 파격적인 할인이 가능한 이유는 통신사가 판매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 때문이며, 성지는 통신사로부터 받는 판매 리베이트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에게 환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신 일정 기간 특정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아 조건을 잘 따져 봐야하며 휴대폰 가격 대비 요금제도 정확하게 비교해야 2년간 지출되는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요금제 및 사용 정책을 모르고 이용하면 '호갱'이 될 수 있다.
휴대폰 성지 이용 방법을 파악해야 추후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용어와 은어는 다양하며 휴대폰 성지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용어와 은어가 자주 사용된다. 이러한 용어들을 이해하면 성지 이용 시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수월해진다.
성지 좌표는 '성지 매장'의 구체적인 위치 정보이다.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 커뮤니티보다는 오픈채팅이나 DM을 통해 공유되는 경우가 많다.
'번이'는 번호이동의 줄임말로, 다른 통신사에서 옮겨오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사 간 경쟁으로 번이에 대한 지원금이 더 큰 경우가 많다. 이에 소규모 대리점들은 오히려 적자를 보는 경우도 있다.
'기변'은 기기변경의 줄임말로, 같은 통신사 내에서 휴대폰만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가 요금, 부가서비스, 유로 서비스 등 조건들이 많이 붙는다.
할부원금은 휴대폰 구매 시 실제로 지불하는 금액으로, 출고가에서 지원금을 뺀 금액이다. 단, 시세표에 명시된 할부원금은 보통 특정 조건(요금제, 부가서비스 가입 등)을 모두 충족했을 때 적용되는 금액임을 명심해야 한다.
'안정화'란 통신사가 판매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정책으로, 이 기간에는 성지에서 개통이 어려워지거나 할인폭이 줄어들 수 있다. 유통 대리점들은 이 기간 고객에게 구매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휴대폰 성지 시세표에는 다양한 조건과 금액이 표시되어 있다. 예로 "KT S24 울트라 33만원(번이, 9만원 요금제 6개월, 부가서비스 필수)" 이는 KT로 번호이동을 하고, 월 9만원 요금제를 최소 6개월 사용하며, 필수 부가서비스에 가입한다는 조건으로 S24 울트라를 33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은 이동통신 계약 체결 때 ▲지원금 지급 주체와 방식 등 상세 내용 ▲지원금 지급과 관련된 요금제나 부가서비스 이용 조건 ▲초고속인터넷과의 결합 조건 등을 계약서에 상세히 적어야 한다. 이러한 지원금 지급 내용과 지급 조건을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는 행위는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한다.
◇ 단통법 이후 이통사 번호이동 9만건 넘어... 정부, 시장혼란 최소화 노력
과기부는 단통법 폐지 후에도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은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이용자 거주지역·나이·신체적 조건에 따른 지원금 차별금지 ▲지원금 정보 오인을 유도하는 설명 금지 ▲판매점이 이동통신사로부터 판매 권한을 승낙받은 사실을 표시할 의무 ▲이동통신사·제조사의 특정 요금제나 서비스 이용 요구·강요 금지 등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한편, 단말기유통법이 폐지된 이후 이동통신사를 옮기는 번호이동 건수가 9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8일 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폐지 당일인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기점으로 닷새간 번호이동 건수는 9만5233건을 나타냈다.
폐지 당일엔 3만5131건의 번호이동이 이뤄졌다. 폐지 전날인 지난 21일(1만703건)과 비교하면 약 3배 증가한 것이다. 지난 23일엔 1만9388건의 번호이동이 이뤄졌고 24일 1만3496건, 25일 1만3142건을 기록했다. 26일은 1만4076건이 번호이동했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후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신규 계약서 양식 등의 교육, 전달 현황을 재점검하는 등 △대응 TF 지속 운영(주 2회) △유통점 현장 간담회 △전국 유통점 준비 상황 모니터링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휴대폰 구입과 관련 피해를 당했다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만, 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 통신이용제도과(044-202-6657), 방송통신위원회 시장조사심의관 통신시장조사과(02-2110-1533)에 문의 후 제보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