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대체 데이터 플랫폼이 조사하여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금년 7월 학원비 카드 결제액이 1조 4,214억 원으로 5년 전인 2021년 9,506억 원보다 50% 가까이가 증가하였다. 서울 대치동의 수학학원 여름방학 특강 수강료는 고등학생 55만 원, 중학생 45만원이다.
“방학이 되면 사교육비가 고등학생은 평소의 두 배, 중학생은 1.5배 로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는 학부모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일부 학원은 방학특강을 사실상 필수과정처럼 운영해 학 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이 기사를 그대로 이해하면 가정의 경제적 격차는 지역 격차가 되고 같은 지역 내에서 도 부모의 열성과 경제력에 의해 사교육의 격차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학력의 격차, 대학 진학의 격차로 나타나게 된다.
기득권이 위협받는 시대
지난 7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직원 중 4%에 해당하는 인력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약 9,000명이 감축되는데, 2023년 약 1만 명을 감축한 이후 최대 규모의 인력 감축이 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홍보 담당자의 성명에 의하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어 지속적으로 조직 개편을 실시할 것이라고 한다.
관리직 계층을 줄이는 동시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업무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것인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중심의 인력 감축은 다른 글로벌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전세계적으로 AI가 8,500만 명의 고용을 소멸하는 한편, 9,700만 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한다고 예측했다. 현재에도 AI에 의한 직업 대체와 신산업 창출은 동시 진행형이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잘나가던 직업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해고 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WEF는 2025년 보고서에서 세계 대기업의 41% 이상이 AI에 의한 업무의 자동화를 배경으 로 앞으로 수년 안에 종업원의 해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I의 영향은 소셜미디어(TikTok, META), 미디어(CNN), 고객 서포트, 콘텐츠 제작, 영상 부문, 출판 분야, 금융, 교육 서비스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 분야 연구자에게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수여되었다. 물리학상은 기계학습과 심층학습 (deep learning)의 기초를 만든 미국과 캐나다 2명에게 돌아가고, 화학상은 단백질의 설계와 입체구조 예측에 컴퓨터와 AI를 활용한 영국과 미국의 3명이 영예를 안았다.
인공지능이 경제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직업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력 감축은 서막일 것이다. 이런 대전환의 시대에 자녀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학부나 학과는 생각지도 않고 이력서에 명문대학 한 줄을 적기 위해 자신들의 노후 자금까지도 다 털어 자녀 교육에 써버리는 우리나라의 과열된 교육이 과연 바른 현상일까?
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개개인에게는 여러 가지 능력 중 두 세 개가 있다고 하는데(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학교교육 기간 중에 잠재 능력을 계발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장해 버리는 우리 교육이 과연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대학 입시를 위해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열정과 감성을 억누르면서 무한경쟁을 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투자하는 사교육이 개인의 인성이나 경 제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마이크로소프 트처럼 고학력 직원을 대대적으로 해고하는 예측 불가능한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있어 명문대학 졸업장 하나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으며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게 할 가치가 있을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교육의 역할은 무엇인가?
교육이란 간단히 정의하면 인격을 형성하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함양하는 활동이다. 이를 교육의 개인적 작용과 사회적 작용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이 태어나 기초 단계에서 학교 교육을 받게하는 이유는 인격이나 능력이 미완성의 단계에 있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여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여 사회 곳곳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을 이끌어가는 국민을 육성하는 활동이므로 국가는 교육에 대한 책무를 전제로 학교 교육 등 공교육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의 지위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치 교육은 학교에서의 지식 정도로 그 범위와 정의가 축소되어 있다.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대학 진학이 최종 목표가 되고, 부모나 사교육기관이 만들어 놓은 루틴에 따라 모두 같은 트랙을 뛴다.
중간에 낙오자가 생기는 것은 가정이나 부모의 책임 이지 사회나 국가의 책임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트랙의 결승선 통과를 기준으로 대학의 서열에 따라 진학이 결정된다. 요사이에는 의과대학 입학 열풍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학생들은 의과대학을 택한다. 그들 중 공과대학이나 자연 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신문에 날 정도로 의과대학 지향 현상은 뚜렷하다.
학교에 들어가면 대학에 진학하는 데에 유리한 과목 외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따름이다. 학교 등 수에 비례해 학생의 평가도 매겨진다. 스포츠나 악기 등 정서와 사회성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할 시간조차 없다.
대학에 들어가면 수많은 동아리 활동이 있고 학생 대부분이 참여하지만, 축제 때가 되면 자신이 다니는 대학이 다른 학교와 차별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학생들 스스로가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업체에 위탁하여 잘 나가는 연예인을 사회자로 섭외하고 인기가수를 초빙하 면 마치 자랑거리가 되고 축제가 성공했다는 평가는 받는 다고 한다. 체험학습도 꺼리고 수학여행도 많이 사라진 고 등학교까지의 학교생활에서 주도적으로 참가할 기회가 없 었으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몇 개 나라의 지역 축제를 경험해 보면 우리처럼 가수를 불러 박수치고 흥겨워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린 아이에서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거동하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 팀이 되어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문화가 역사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축제를 하는 기간은 불과 2~3일이지만 준비하는 기간은 수개월이 걸리는데 축제를 준비하면서 남녀노소, 지역의 관공서와 학교, 기업, 상점, 식당이 일체가 되어 머리를 맞대고 기획하고 반복되는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지역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이를 해결할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지역의 축제에는 식당 주인이 주인공이 되고, 가난한 사람도 잘 사는 사람도 차등이 없이 평등하게 참가하는 평등의 기초가 만들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금 장수사회라는 키워드가 사회 전반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건강한 장수사회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그렇다’라고 할 수 있을까?
장수사회를 위해서는 많은 전제조건이 있다. 개인적인 전제조건으로는 장수하는 기간만큼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에 심미적·정서적·육체적 활동이 가능한 능력이 젊은 나이에 가꾸어져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잘하는 스포츠나 레포츠, 한 개 정도의 악기 연주하기, 독서, 글쓰기 등 장수하는 기간에 스스로의 생활이 무료하지 않도록 하는 것들이 채워져 있어야 한다.
깨어나서 잠들 때까지 TV를 안고 살다가 따분하면 목표 없이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지역에 축제가 있으면 한 자리 차지하고 가수들 노래 듣고 박수치고 흥겨워하는 생활이 의미 있는 노후일까?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시대에 학교 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회는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OECD가 교육지표 국제비교(Education at a Glance)가 발 표되면 공적 재정으로 지원하는 공교육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낮다는 비판이 언론을 도배한다. 매년 사교육비 조사결과가 발표되면 사교육비 망국론이 고개를 든다. 그런데 그런 비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중에는 자식을 어릴 때부터 외국에 유학을 보내거나 고액의 사교육을 시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식과 남의 자식 을 다른 잣대로 가르는 이중적 인격이 적지 않다는 점이 다.
우리나라는 교육에 국가관리가 매우 강력한 국가이다. 교육은 국가나 지방정부만이 할 수 있는 불가침의 영역이며 그 영역 안에는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작은 영역들이 자리 잡고 있다. 민간이 교육에 투자하는 사립학교도 강력한 정부의 관여와 규제 틀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교육이란 인간이 태어나 소질을 개발하고 발달시켜 인생을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신적이고 복지적 활동인데 정부 만으로 교육이 운영되고 인간을 육성한다는 것 자치가 아이러니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가는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이 역할을 분담하여 지식교육은 학교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인격이나 체력은 사회가 협동하여 지원하는 시스템이 발달해 있다. 학교 규율을 잘 지키고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의 인권도 존중하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인권도 중요하므로 대안적인 교육 형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홈스쿨링, 홈에듀케이션 등 대안교육기관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에서도 비영리단체를 중심으로 무료 학원을 운영하여 경제적 이유로 학원에 다닐 수 없는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학교나 입시 학원에서 배우는 지식 외에도 체험이나 경험 학습을 지원하는 단체도 있으며, 사회성 함양의 장으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무료 학원이므로 수업이나 학습 공간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운영자의 개인 비용이나 개인, 기업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법인이 운영하는 무료 학원이나 행정기관으로부터 위탁 사업으로 인한 보조금이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대부 분은 설립자의 개인 비용으로 시작된다. 무슨 표시가 나는 일을 하면 바로 정부 보조금에 손을 벌 리는 우리나라 사회단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직원이나 강사는 대학생이나 사회인 등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학습을 지도하는데, 고등학생이 중학생에게 가르치거나, 중학생이 초등학생에게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모든 결과가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 귀속된다. 고등학교 졸업생 중 70%가 학생이 대학을 진학하고, 결혼 시장에서 대학 졸업은 당연시되는 조건이 된 우리나라의 사회현상은 대학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필수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이 10만 명 가량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정책이나 사회 정책에서 이들에 대한 언급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에 고등교육재정이 OECD 국가 평균에 한참 미달하느니, 대학에 재정을 대폭 으로 지원해야 하느니 등의 주장은 쉴 새 없이 나오고 있다. 대학이라는 제도권의 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보호되고 그렇지 않은 청년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필자는 사교육비와 학력의 경제학(1)에서 교육격차를 생성하는 요인으로 가정 요인과 지역요인, 학교 요인이며 이들 요인이 생산함수가 되어 학력이라는 결과를 생성한다고 하였다. 가정 요인은 부모의 직업이나 소득 등의 요인도 있지만 양부모 가정도 있고 한부모 가정도 있으며 시설에 서 생활하는 학생도 있다.
빈곤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 사이에는 상급학교 진학률이나 중퇴율 등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지금도 많지는 않겠지만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도 10만 명 가까이가 있다. 교육 기회를 잃게 되면 결과적으로 저소득 직장에서 생활하게 되어 빈곤의 연쇄가 계속되는 사례도 많다.
빈곤층 가정의 자녀들은 학교교육만이 아니라 학원이나 취미 활동 등 학교 밖 교육 기회도 가질 수 없다. 지역의 격차는 학교 시설, 학교 교육 관련 시설의 충실도, 학교당 학생 수, 지 역사회 교육 시설의 설치 또는 정비 등에서 차이가 크다. 앞으로 교육정책을 설계할 때에 가정 요인과 지역요인, 학 교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대도시 중심 표준의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정치의 방향성이나 정부의 자원만으로 교육을 운영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이상 사회 모두가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어 가야 하고 교육에 대한 정부의 관리를 완화하여 대안적 교육 등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 가 있다.
◀김상규 박사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기초교육학을 전공하여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는 학교법인 태재학원 법인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민족교육(2017년), 교육의 대화 (2017년), 교육의 폴리틱스·이코노믹스(2022 년, 문화체육관광부 2022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학교제도:미국·영국·일본(2023년, 문화체 육관광부 2024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경계선의 교육(2024년, 대한민국학술원 2024년 우수 학술도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