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국내 휴대전화 소액결제 시장 규모는 6조 6938억원이며, 관련 민원 접수는 1만5044건에 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의원은 최근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휴대폰 소액결제와 관련된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KT에서 불거진 사건으로 통신사의 적극적인 개입 의무가 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무력화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의 미흡한 선제적인 조치가 이번 일을 더 크게 확산시켰다는 의미다.
KT는 최근 벌어진 무단 소액결제 피해액에 대해 전액 청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액결제를 둘러싼 소비자 분쟁에서 통신사들이 뒤로 빠져 수수료 이득만 챙기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짜 기지국’이라는 신종 수법으로 사회적 이목을 끈 이번 사건에서는 당국과 KT가 선제적으로 금전적 피해를 막고 나섰지만, 과거 일어났거나 향후 일어날 유사 사례에서는 결제를 막아서는 일이 여전히 소비자의 고군분투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K씨는 최근 2021년에 사지도 않은 게임 아이템을 샀다며 구글 스토어에서 59만4000원이 결제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후 KT에 문의했지만 “구글을 통해서만 취소가 가능하다”는 답만 되풀이해서 들었다고 말했다. K씨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 법전을 뒤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58조에서 “통신 과금 서비스가 자기 의사에 반해 제공됐을 때 서비스 제공자에게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용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조항을 찾아냈다. 이때 서비스 제공자는 통신사를 지칭한다.
법은 이용자가 통신 과금이 잘못 부과됐을 때 구글 같은 앱스토어 운영자나 결제대행사(PG)로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통신사가 대금 지급을 유보하라고도 규정했다.
K씨는 “KT의 안내대로 하려고 구글 사이트에서 무단 결제를 접수하려 했지만, 상품 일련번호 기재 부분 뒤로 도무지 넘어가지 않았다”며 “사무직 근로자로 컴퓨터를 수시로 사용하는데도 5시간 넘게 씨름하는 등 앱스토어를 통한 피해 접수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용자들로부터 무단 결제 등 정정 요구를 받았을 때는 악성 링크 클릭 등 이용자 과실이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통신사들이 앱스토어 사업자나 PG사에 대금 청구가 되지 않도록 나서야 하는데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소액결제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K씨는 4년 전 일을 최근 KT 무단 소액결제 건으로 상기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 재문의했다. 하지만 그는 ‘통신사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이용 대금 정정 주체가 아니고 상품권 업체, 앱스토어 등이 주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답답해했다.
국회 과기방통위 이주희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된 1만5000여건의 민원 가운데 주된 내용은 서비스 제공자 기망이나 이용자 오인 등으로 이용자 의사에 반해 결제된 경우, 미성년자 결제, 스미싱·해킹·사기 등으로 명의 도용이 의심되는 결제 등이었다.
이주희 의원은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에서 돈만 벌고 쏟아지는 고객 민원에는 나 몰라라 하는 통신사의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무단 소액결제로 이용자가 대금 지급이 정지되기를 원하는 사례들 가운데 스미싱·보이스피싱 등 공격을 받은 뒤 이용자 실수로 악성 링크를 누르거나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경우가 있다며 모든 경우에 대해 통신사 구제를 제도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스미싱·피싱 범죄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무단 소액결제 사건이 일어난 KT에게 사건이 가장 빈번히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27일부터 열흘간의 소액결제 이용자 수, 이용 금액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월별 관리 중으로 정확한 현황을 추출하지 못한다”고 지난 10일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답변에 황 의원은 “KT가 이상 소액결제 정황을 잡아 278건을 자체 추산한다고 하고 전체 소액 거래 현황은 월별로 관리하기 때문에 집계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