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간 관세 협상이 3천500억달러(약 502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을 둘러싸고 난항을 겪는 가운데,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5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 중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이 통화스와프 체결 문제를 포함한 주요 현안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기획재정부와 통상 당국에 따르면 구 부총리는 1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IMF 연차총회 참석차 방미해, 베선트 장관과의 양자 회담을 추진 중이다. 다만 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형식, 의제 등은 조율 단계로 알려졌다. G20 및 IMF 회의 기간 양자 회담이 관례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이번 만남이 단순한 인사성 회동에 그칠지, 관세 협상의 연장선상에서 심층 논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예고한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신, 한국이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세부 투자 항목과 이익 배분 문제 등 구체적인 조율이 남아 있어, 양해각서(MOU) 서명은 지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을 우려하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4일 뉴욕을 전격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대면 협상을 진행했다.
이 협상은 한국이 미국 측에 ‘대미 투자 패키지 수정안’을 전달한 직후 이뤄졌으며, 수정안에는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합리적인 수준의 직접투자 비율 조정 △투자처 선정 시 한국의 관여권 보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장관은 귀국길에 “이번 딜에서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우리가 제시한 안 가운데 특히 외환시장 안정 관련 내용에 대해 의견 차이가 좁혀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실제로 가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문제가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사안임을 서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구 부총리의 이번 방미가 한미 간 재무협의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구 부총리는 오는 15일 IMF 회담에 이어 송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 그리고 이달 말 APEC 정상회의 기간에도 베선트 장관을 다시 만날 계획이다.
통상 당국 관계자는 “미국도 한국의 외환시장 불안 우려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는 미정이지만, 양국이 외환 안정 방안을 협의하며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