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기후변화·고령화·인구감소 라는 3가지의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청년 농업인을 육성해 농업 경쟁력을 키우고 인구감소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까?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청년농 희망인가 빚더미인가? : 정책 진단과 모색’)에서 참석자들은 “청년 농업인들에게 금융·기술·교육·정주 인프라 등 종합적이고 질적인 지원을 통해 청년이 직접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청년농에게 폭 넓은 지원 필요
토론회 기조 발제에 나선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현재 청년 농의 수도 감소하고 있지만 농촌에 와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귀농·귀촌인의 수도 2021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라면서 “전반적인 상황을 봤을 때 현재의 농업·농촌의 현실 자체가 넉넉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6차 산업화와 스마트팜 육성 등으로 시작해 문재인 정부 때 2018년부터 청년농 지원 사업이 시작은 됐지만, 양적인 성과 중심의 정책이 되면서 ‘농촌에 정착해 농민으로서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살아가느냐’ 대한 평가는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농이 농촌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농업의 환경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농업 소득이 줄고 농외소득과 농업 이전 소득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생산비가 늘면서 청년농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슈가 됐던 청년농 정책자금 사태도 그 연장선”이라고 꼬집었다.
청년농들은 스마트팜 임대 농장의 수가 부족하고 비용이 커 대출금 상환에 압박을 받는다. 이를 갚기 위해서 농산물이 제값을 받아야 하지만 이 또한 어려워 대출금 상환 기한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소장은 “청년농은 1차 산업에만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을 가공도 하고 판매도 하고 도시민들과 체험 활동도 함께하며 소통하고 있다”며 “청년농의 1차 산업뿐만이 아니라 2차 창업 산업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선임대 후 매도’ 사업도 확대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청년농의 대출 문제도 지적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부터 선발된 1·2기 청년농에게는 3년 거치, 7년 상환이라는 조건을, 이후 기수부터는 5년 거치, 20년 상환이라는 조건을 적용시키면서 청년농들 사이에서도 불공정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농업은 기반을 다지는 데 최소 10년이 걸리는데도 정부는 기반을 잡기도 전에 수억 원을 갚으라고 하는 비현실적 설계를 고집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지적이 거셌다. 여기에 기후 위기와 농자재 가격 급등, 금리 인상까지 겹쳐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정책이 청년들을 빚의 굴레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미 소장은 “농지은행을 통해서 1순위 2순위를 청년농·청년, 창업농·후계농에게 주고 있다고는 하나, 워낙 작은 규모”라며 “농지 임대차의 높은 진입 장벽부터 개선하고 ‘선임대 후매도’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청년농을 유입한 다음에는 이들이 중장년이 될 때까지 농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마트팜 기술을 배운 청년 농업인 10명 중 6명은 창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창업 보육센터 교육 수료 후 스마트팜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수료생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창업을 포기하는 것은 초기 높은 투자와 농지확보에 대한 어려움, 그리고 3년의 임대 기간이 끝나면 또다시 똑같은 창업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은퇴 농과 청년 농 잇는 다리가 세대 단절 해소
이어진 토론에선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한 번 기반이 무너지면 복원이 어렵다며 청년농 육성의 핵심 과제는 영농 기반 확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채상헌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교수는 영상으로 참석해 “필리핀의 세대교체 실패는 곧 쌀 자급 능력 상실로 이어졌다”며 “우리 농촌도 청년 세대가 끊기면, 기반이 허물어져 복원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 교수는 “다행히 우리나라 청년들의 농업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다”며 “2024년 귀농 가구 중 30대 이하 비중은 13.1%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현실은 여전히 어렵다. 농지·축사·농기계 등 영농 기반 마련에 큰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라도 흙이 없으면 꽃을 피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은퇴 농에게는 정당한 퇴로, 청년 농에게는 안정적 진입로 제공해야 한다. 농지은행 또는 지역 재단이 은퇴농의 기반을 매입해 청년농에게 임대·매각, 은퇴 농과 청년 농을 잇는 다리가 세대 단절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청년을 선발해 5년 동안 해당 영농 기반을 임대해 경영하도록 하고 이 기간에 기술 능력·경영 능력·마을 친화력 등 세 가지를 충족한다면 5년 뒤 그 청년에게 우선적인 매입 기회를 주자는 제안이다.
채 교수는 “5년이 지나도 큰돈을 한꺼번에 마련하는 것은 청년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리나라에만 있는 아파트 거래 방식을 도입하자”고도 제안했다.
청년농의 토지 매입과 동시에 30년 장기 상환 조건의 담보를 설정하고 농협·지자체가 이자를 분담해 청년농의 부담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임대 기간 은퇴농을 멘토로 지정해 자신의 경험을 청년농에게 전수하는 등 세대를 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이와 같은 방법은 지역재단에서 농지은행에서 매입해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 진입단계부터 정착까지 공공이 고군분투해야
청년 창업농을 선발하는 과정부터 공을 들여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수미 박사(농업경제학)는 “정부의 청년농민 정책을 겪어보면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생색’이 먼저 읽힌다”며 “정부가 이렇게나 혜택을 베풀었으니 만약 실패하면 그것은 오롯이 개인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촌으로 와서 농업을 생계 수단으로 하고 살아가는 일은 이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농업은 환경과 연계가 돼 있고 기후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과정이나 결과가 담보되는 일이 아니다. 농촌에 와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이 낮은 이자로 창업자금 빌려주고 3년 동안 생활비 지원해 주는 게 아니라 이들을 육성하는 진입단계부터 정착까지 공공이 함께 고군분투해서 제대로 육성된다”고 강조했다.
외국에선 청년이 농업에 진입하기 전 역량을 갖췄는지를 묻고 갖추지 못한 청년은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진입 과정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한다. 프랑스의 경우 청년정착금(DJA) 필수 신청 자격으로 농업 관련 학위나 경험치를 증명하도록 한다. 또 일본은 취농 준비형과 경영개시형으로 나눠 대상에 맞게 진입하도록 지원한다.
◇ 준비된 청년 창업에 나서도록 선발 내실화
조민경 농림축산식품부 청년농육성정책팀장은 지난 2018년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추진해 지금까지 약 2만여 명의 청년농을 선발해 자금·농지·교육·주거 등 종합적 지원을 통해 영농 초기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 오고 있다“고 설명한 뒤 “여전히 보완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농 유입 확대라는 양적 목표를 중시하다 보니, 창업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을 받아 중도 이탈로 이어지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단순히 진입 문턱을 낮춰 참여를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신규 선발자는 준비된 청년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선발을 내실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팀장은 또 “후계농육성자금 등 정책자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농에게는 청년농 전문 종합컨설팅을 실시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재기 및 도약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정예 청년농업인재를 육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잘못된 정책 바로 잡아야..."사과부터 하라"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정부의 책임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찬일 전국 청년창업농 귀농창업자금 상환 피해 대책위원회 부위원장 “2020년 청년 창업농부터 5년 거치 20년 상환 연장을 진행 시킨 이유를 묻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한 뒤에 “농림축산식품부 청년 창업농 육성팀 관계자의 답변을 들어보면 상환 도래가 된 2020년부터 상환 연장을 포함시켰다는 답변은 충분하지도 설득력과 정확성까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2018년도, 2019년도를 제외시키고 2020년 청년 창업농 대상자부터 상환연장(5년 거치 20년 상환)정책에 대한 변경된 경로와 이유, 그리고 충분한 설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어떤 정책도 중간 파트부터 바뀌진 않는데, 청년농 정책은 연도를 나눠서 구별 지으면서 오히려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에서 내세우고 있는 국민 주권 주의에 해당한 실무 정확성 체계적인 국정 철학과는 반대되는 경로를 농림축산식품부만 걷고 있다. 기존 정부에서 만든 잘못된 정책이라면 이재명정부 철학에 맞는 정책으로 바꿔서 정책 실책에 대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책임 있는 방향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 선정된 해에는 행복했던 기억..."그러나 지금은 좌절"
이어진 자유발언에선 지난해 청년창업농에 선정돼 현재 2년 차 청년 농업인인 전남 강진의 이성희 씨가 참석해 “선정된 해에는 토지를 알아보고 시설을 올릴 생각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하지만 자금 소진과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1년을 낭비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씨는 “올해 들어서 일괄 구제로 지난해 선정자까지는 자유롭게 대출이 가능하단 소식을 접하고 토지 알아본 후 농협, 농신보 대출을 알아보면서 또 한 번 좌절했다”며 “신용 1등급, 연체 ‘미납 없음’이면 농협에서도 개인 5% 이내 대출로 토지 구입과 시설 올리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었는데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에 대출을 신청했더니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신용이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농신보가 보는 신용의 기준은 무엇이냐 물었더니 시스템상 그렇다고 하면서 확실한 답변도 하지 못했다. 더 황당한 것은 농림부 담당자의 말이다. 그는 금리가 저리인데 바우처까지 주는 그런 사업이 없다고 하면서 토지만 사고 시설을 올리지 못하면 어떻게 농사짓냐고 했더니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지역 농협이나 농신보 직원들의 재량에 따라 본인 신용도 및 재산에 따라 청창농 선정자들이 겪는 일들은 천차만별”이라며 “언제부터인가 창업농에도 빈익부부익부가 됐다. 줄어드는 인구에 농촌이 생기를 잃어가는 현실에서 청년들이 진입하기가 쉬운 것인지 그 기회가 만인에게 공평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는 노대형 강원도 한농연 청년분과위원장이 “농업은 날씨와 기후, 시장 가격에 따라 소득이 크게 요동친다”고 말한 뒤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 확대와 공공급식·푸드플랜에서 청년농 생산물 우선 연계가 필요하다. 학교·군부대·공공기관과 같은 안정적 판로에서 청년농이 우선 공급자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청년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제공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설자금을 대출받을 때 농신보 보증이 처음에는 100%라고 안내되지만, 내부 지침에 따라 사후에 보증 50% 해지 특약이 적용되는 사례가 있다. 계약서에는 없는 조건이 뒤늦게 적용되면서 청년 농업인은 추가 담보를 요구받거나 불리한 금융 조건을 떠안게 된다. 이는 자산이 없는 청년농에게 벽을 세우는 것이며 결국 농업 진입 자체를 막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영농정착지원금은 3년까지만 지원되며 1년 차 110만 원, 2년 차 100만 원, 3년차 90만 원으로 줄어들지만 현실적으로 농업은 최소 5년 이상 되어야 안정기에 접어든다. 3년을 5년으로 연장하고 월 지원금을 50만 원 수준으로 상향하거나 초반 3년에 집중 지원해 1년 차에는 월 200~250만 원 2년 차에는 월 100~150만 원에는 3년 차는 월 50~100만 원”을 제안했다. 그는 의무 영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바우처 100% 환수”라는 방침을 세워서 청년농업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농신보 관계자는 “이제 뭔가를 만들어야 된다”고 한 뒤 “서로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농림부·은행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을 좀 만들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라고 했고, 농협 관계자는 “우리가 대출을 지원하지만 영업점 교육도 같이 병행해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진보당 전종덕·조국혁신당 신장식·더불어민주당 문금주·이원택 의원의 공동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