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전문가들 “독립 감독체계 필요"

  • 등록 2026.04.15 00: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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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코드 고도화·전력시장 감시 분리할 독립기구 필요성 부각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한국전력, 한국전력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전력시장 선진화와 전력망 운영체계 개편을 위한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를 본격화했다.

 

14일 서울역 서울스퀘어에서 전력업계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에 열린 ‘전기화 시대의 전력망 기술기준(그리드코드)과 전력감독체계’ 토론회에서는 전력감독원이 단순한 조직 신설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제도 인프라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창석 전기위원회 위원장, 이경훈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손성용 가천대 교수 등이 잇따라 전력감독원 필요성을 언급하며 힘을 실었다. 세 인사의 발언은 각각 그리드코드의 전략적 중요성, 전력감독원의 구체적 기능, 현 체계의 한계와 독립기구 필요성을 짚었다는 점에서 이날 논의의 핵심 축으로 읽힌다.

 

김창석 위원장은 먼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화 진전에 따라 그리드코드가 앞으로 더 복잡하고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에 불가피하게 복잡해져야 되고 불가피하게 중요해져야 되는 우리나라 국가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피지컬 레이어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며, 지금의 그리드코드 논의가 단순한 기술기준 정비를 넘어 전력 시스템 전환의 방향을 정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기술로부터 사실상 벗어나야 되는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면서도, 전기화 확대에 큰 무리 없이 대응하려면 지금 이 시점에서 기준의 틀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전력감독원 논의가 바로 이런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한 제도적 해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 현재 기후부는 그러한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전력감독원이라는 새로운 조직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이런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데 전력업계가 이렇게까지 대부분 동의해준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전력감독원 신설이 정부의 일방적 구상이 아니라, 현장에서도 제도적 필요성이 상당 부분 공유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경훈 전기위원회 사무국장은 전력감독원이 실제로 맡아야 할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전력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고 통합하며 연계해 활용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고 짚으면서, 앞으로 전력감독원이 맡아야 할 기능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이 국장은 “전력망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감독하고, 전력시장이 공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데이터가 제대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통합하고 개방하고, 최종적으로는 이런 과정 속에서 소비자가 보호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전력감독원이 단순히 시장감시 조직 하나를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력망 안정성, 시장 공정성, 데이터 거버넌스, 소비자 보호를 아우르는 종합 감독기구로 설계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금처럼 전력거래소 내부의 소규모 시장감시 조직만으로는 직접 PPA, 분산에너지 특구 거래, 통합발전소(VPP) 등 새롭게 등장하는 거래 유형까지 포괄적으로 감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손성용 가천대 교수는 현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짚으며 전력감독원의 필요성을 보다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한전이나 전력거래소는 기본적으로 잘 운영을 하고 계시지만, 이런 것들을 다른 사업자들에게 강제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기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위원회 역시 이상적으로는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문성과 인력 측면에서 제약이 있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결국 문제의 핵심이 “정책의 목표와 보급, 현장의 실무를 통합해서 조율할 수 있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있다고 봤다. 그는 “이런 것들이 앞으로 새롭게 생기게 되면 전력감독원을 통해 많은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력감독원과 같은 독립기구가 있어야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그리드코드를 관리하고 개선하고 효율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력감독원이 당장의 시장질서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기술기준 관리와 제도 집행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장치여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세 사람의 발언을 종합하면 이날 토론회는 전력감독원을 단순한 행정조직 신설 차원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100GW 시대에 맞춰 전력 거버넌스 전반을 재설계하는 문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창석 위원장이 그리드코드 개편의 전략적 중요성을 짚고, 이경훈 사무국장이 감독원의 핵심 기능을 제시했으며, 손성용 교수가 현행 체계의 한계와 독립기구 필요성을 보완 설명하면서 전력감독원 논의의 당위성이 한층 또렷해졌다는 평가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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