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뮬러·노무현·이재명으로 본 권력과 검찰의 충돌사
- 검찰개혁은 제도 개선인가, 권력 충돌의 후속전인가
로버트 뮬러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뮬러 전 국장은 2021년 파킨슨 진단 이후 투병 생활을 해왔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잘됐다, 기쁘다”는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자신을 겨눈 특검 수사를 이끈 인물에 대한 노골적인 적개심이었다.
뮬러 특검은 2017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며 현직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눴다. 정치적 후폭풍은 컸다. 하지만 수사는 끝까지 제도 안에서 진행됐다. 수사 체계 자체가 권력에 의해 즉각 뒤집히지는 않았다. 대통령이 수사를 불편해할 수는 있어도, 그 수사를 가능하게 한 장치를 곧바로 허물 수는 없는 구조였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공직선거법(2022년 기소), 대장동·백현동 개발(2023년 기소), 성남FC(2023년 기소), 쌍방울 대북송금(2024년 기소) 등 복수의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다. 수사는 법정 안에 머물지 않았다. 여야 대립과 지지층 충돌, 언론의 프레임 경쟁 속에서 검찰 수사 자체가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약 2~3년이 흐른 뒤 그를 수사했던 검찰 조직은 중대 기능을 경찰과 신설 수사기관으로 넘기는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검찰개혁 2.0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회는 검찰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검찰개혁 2.0’이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청 체계를 사실상 해체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공소청 분리, 검찰 직접 수사권 축소, 경찰·공수처와의 권한 재배분이 주요 내용이다. 단순한 기능 조정이 아니라,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수준의 변화다.
여권은 이를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한 제도 개혁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입법 드라이브 형태로 개혁을 본격화했다. 2025년 6월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검찰개혁 관련 법안 패키지를 당론으로 발의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심사에 착수했다.
핵심은 단계적 구조 개편이다. 1단계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일부 영역으로 한정하거나 폐지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어 2단계로는 검찰의 수사 기능을 떼어내 별도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이관하고, 검찰은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하는 ‘공소청’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 두고 대통령 자신이 검찰 수사와 기소를 거쳐 권력의 정점에 오른 상황에서, 취임 직후 검찰 조직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흐름을 두고 개혁이 아니라 충돌의 연장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 “검찰의 나라”에서 반복되는 역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검찰개혁을 정면으로 제기한 상징적 인물이다. 하지만 6년 뒤 그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로 대검 중수부 조사를 받는 처지로 돌아섰다. 개혁의 주체였던 대통령이 퇴임 뒤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는 이 역설은 한국 정치에서 반복돼 온 장면이다. 권력은 검찰을 바꾸려 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 권력은 다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다.
지난 2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이날 정 대표는 “노무현 정신 계승”을 강조하며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정치권에선 이번 행보가 단순한 추모를 넘어 노무현 정부의 개혁 기조를 이재명 체제로 잇겠다는정치적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검찰 수사를 받았던 기억이 다시 호출되면서, 정치권과 검찰의 긴장이 현 정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번 개혁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로 권력 독점 구조를 깨고, 법 위에 누구도 군림할 수 없는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검찰이 본연의 가치인 국민 보호에 충실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이번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