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보다 든든한 에너지"...'햇빛소득마을'이 성공하려면?

  • 등록 2026.04.25 12: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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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소득마을’, 재생에너지 기반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 주목
- 초기 제도 설계 미흡할 경우 마을 내 갈등과 사업 실패 우려
- 속도보다 안정적 정착 우선...현장 실행력 확보 중요


 

정부는 지난해 12월 에너지 자립과 주민 소득을 함께 높이는 ‘햇빛소득마을 전국 확산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햇빛소득마을’ 정책은 공공부지나 마을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운영하고 발전 수익을 마을 복지나 햇빛연금 등에 활용하는 정책이다. 올해 안에 500개 이상의 ‘햇빛소득마을’을 선정하고 2030년까지 2500개 이상을 조성하는 게 최종 목표다.

 

'햇빛소득마을'은 에너지 자립과 소득 증대를 동시에 꾀하는 현실적인 대안이나, 이 모델이 지역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단순한 수익 배분을 넘어 주민이 기획과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창출된 수익이 복지, 일자리 창출, 공동체 활성화로 재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만 재생에너지가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주민 주도 ‘햇빛소득마을’, 재생에너지 기반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 주목

 

지난 23일, 국회에서는 ‘주민주도형 햇빛소득마을’ 활성화 입법과제와 국가균형성장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에 나선 김성훈 한국에너지공단 태양광기획처 처장은 “‘햇빛소득마을’ 모델은 주민이 직접 참여해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라며 "그래야만 기존 외부 사업자 중심 개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간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외부 사업자 주도로 이뤄지며 수익이 생기면 외부로 가져가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이로 인해 주민 수용성이 낮고,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김 처장은 지금까지의 사업 시스템을 설명한 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지역 주민이 사업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주민이 주도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전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햇빛소득마을은 마을 단위로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전력 판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공동체에 환원하는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햇빛소득마을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며,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한 주민들이 참여해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치며, 수익은 개인 배당이 아닌 마을 복지사업에 활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구조는 총 사업비의 약 85%를 정책자금으로 지원되며, 나머지 15%는 마을공동체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며 "발전 규모는 300kW 이상 1MW 이하로 제한되고, 참여를 위해서는 주민 7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의 수용성 확보다. 발전 수익이 마을 내부로 환원되기 때문에 주민 반대가 줄어들고, 오히려 참여 의지가 높아지는 구조다. 또한 안정적인 전력 판매 계약을 통해 장기간 수익 창출이 가능해 지역경제에 지속적인 도움이 된다.

 

실제 성공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여주시 세종대왕면 구양리 마을은 협동조합을 설립해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해 연간 약 1억 원 규모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해당 마을은 수익 전액을 공동체 복지에 활용해, 마을버스 운영과 주민 식사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당 사례는 주민 교육과 참여를 통해 초기 갈등을 해소한 점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 “햇빛소득마을, 현장 실행 걸림돌 해소 시급”...계통·금융·부지 문제 지적

 

이어진 발제에서는 계통·금융·부지 등 핵심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실질적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석우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재생에너지 정책의 큰 방향은 정해졌지만,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세부 기준과 실행 체계가 부족하다”며 "마을 단위에서는 여전히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올해 수백개의 햇빛소득마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신청 단계에서는 난관이 많다"며 "신청서 작성부터 사업 설계까지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주민과 지자체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는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계통 문제’를 지목했다. 전력 계통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그는, "현재는 선착순 방식으로 접속이 이뤄지다 보니 정보 접근이 빠른 민간 사업자가 우선권을 가져가는 구조로, 공익성이 큰 주민 공동체 사업에 대해서는 일정 물량을 별도로 배정하는 ‘우선 접속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ESS 설치 시 초기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실제 수익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지자체와 주민 모두 참여를 주저한다는 설명이다.  한 이사는 “ESS는 충·방전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발전 시간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수익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운영 기간과 수익 구조를 명확히 제시하고, 필요 시 국가가 인프라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부지 확보 문제 역시 주요 과제로 꼽았다. 현재 공공부지 활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으며,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부지 정보를 체계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최대 85~90%까지 정책자금을 지원하더라도, 나머지 자부담이 수억 원에 달해 고령화된 농촌 마을에서는 현실적으로 마련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이사는 "마을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협동조합 운영 역량 부족한 만큼 표준화된 자치 규약과 교육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 지자체가 협력해 조속히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햇빛소득마을, 속도보다 안정적 정착이 우선”...현장 실행력 확보 과제 제기

 

한경구 균형성장정책개발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종합토론에선 양적 확대보다 안정적 정착과 실행 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영구 지역의전환연구소장(전 극동대학교 교수)는 “햇빛소득마을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소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나 현장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농촌의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주민 주도 협동조합 운영과 사업 기획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따른다고 강조한 그는, "행정 주도 방식과 실제 농촌 공동체의 괴리로 인해 성공 사례가 드문 만큼, 마을의 부족한 역량과 여건을 고려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햇빛소득마을은 기존 사업과 달리 발전소 건설부터 운영, 수익 관리까지 마을이 직접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난도가 높다"며, "정부가 500개, 700개 식의 목표 수치 달성에 집중하기보다는 기반 구축을 우선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러 부처와 기관으로 분산된 지원 체계를 하나로 묶는 통합 추진 체계와 전담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지자체와 마을에만 책임을 떠넘기지 않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명확한 기준과 실행 지침을 마련해 일관성 있게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 “햇빛소득마을, 속도보다 설계, 마을 권리·거버넌스 반영해야”

 

이어진 토론에선 ‘햇빛소득마을’의 추진 과정에서 현장 경험과 마을공동체의 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을 경우 반복적인 시행착오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공모사업이 쏟아지지만, 기존 현장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사업 역시 성급하게 추진될 경우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그는 특히 “농촌 마을은 단순한 정책 대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 유지돼 온 생활 공동체인데도 권리와 공공성이 제대로 존중되지 않는 구조에 높여 있다”며 “마을공동체의 기본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책 사업이 먼저 진행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행정리 단위로 공모사업을 추진할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 현실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마을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기보다 읍·면 단위로 확장해 여러 마을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의 잦은 순환보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책 전문성과 연속성을 떨어지기 때문에 담당자가 지속적으로 업무를 맡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햇빛소득마을, 기대와 우려 공존...현장 맞춤 매뉴얼·중간조직 역할 중요

 

햇빛소득마을 사업의 제도 보완과 함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매뉴얼과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동규 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사업 공고 이후 현장에서는 기대와 희망이 매우 크지만 여전히 제도와 실행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존재한다”며 최근 전국 각지의 설명회와 교육 현장을 다니며 확인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주민들은 사업 참여 의지가 높고 성공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준비 부족과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아주 많다”며 “정부의 방향성은 매우 긍정적이나 초기 단계인 만큼 오류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주민과 공무원용 표준 매뉴얼과 지침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태양과 수익이 식당, 돌봄 등 지역 서비스와 연결되는 순환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공무원을 대신해 전문적으로 돕는 광역·기초 단위의 중간 지원조직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고령화된 농촌을 지원할 청년 인력과 외부 활동가의 참여를 이끌어 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농촌 모델을 넘어 도시형 햇빛소득마을 등 지역 특성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확장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아니라 농촌 공동체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존의 에너지 사업 중심의 접근에서 벗어나 ‘마을 공동체 기반 정책사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렸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햇빛소득마을’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아니라 농촌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라며, 주민 수용성 확보를 사업 성패 핵심 요소로 지목했다. 

 

단순한 보조금 사업과 달리 주민 자부담이 따르므로 에너지 전환의 가치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또한 두 달 내외의 촉박한 공모 일정으로는 마을 단위 협의, 조직 구성, 재원 조달, 사업계획 수립 등을 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준비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행정 주도가 아닌, 민·관이 협력하는 통합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에너지 아닌 ‘마을공동체 사업’...제도 보완·현장체계 구축 병행”

 

남호성 행정안전부 햇빛소득마을추진단장은 “이번 사업은 기존의 태양광 사업과 달리 농촌의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정책 전환임을 강조했다.

 

남 단장은 "이를 위해 범정부 협업 체계인 추진단을 구성했고, 현재 국회와 협력해 법·제도 개선(계통 우선 접속, 금융 지원 등)과 현장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지역 금융기관(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금융 지원을 주도하며 지방소멸대응기금 등을 활용해 주민의 자부담을 대폭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통 문제와 관련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등으로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각 지자체의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전담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지원도 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속도보다 내실 있는 설계가 우선"이라며 초기 제도 설계가 미흡할 경우 마을 내 갈등과 사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햇빛소득마을 사업이 단순한 숫자 확대 경쟁이 아니라 농촌의 미래를 결정 짓는 핵심 정책인 만큼, 단계별 접근과 정교한 제도 설계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공감했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김주영·김태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 (사)햇빛배당전국네트워크, (사)균형성장혁신이 공동 주최했으며, 행정안전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에너지공단 등이 후원했다.

 

최동환 기자 photo7298@m-e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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