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엔비디아, ‘한국 AI 산업혁명’ 치켜 세운 까닭은?

  • 등록 2025.11.05 21: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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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GPU ‘블랙웰’ 26만장 공급 약속...정부 및 삼성·SK·현대·네이버와 협력
AI 산업 판도 바꾸는 대전환의 기회...‘AI 팩토리’ 중심 산업 생태계 구축

 

지난 1일 막을 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경제 분야 최고 이슈는 단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깜짝 발표였다.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에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GB200)'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젠슨 황 효과는 주말의 지나 월요일인 3일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 핵심 사업 파트너로 지목받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신고가(삼성전자 11만1500원·SK하이닉스 62만4000원)를 썼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엔비디아의 GPU 26만장 한국 공급 사실을 언급하며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내년 총 10조1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 26만장 공급에 대해 “AI 산업 판도를 바꾸는 대전환”이라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GPU 공급은 단순히 AI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클라우드 인프라, 반도체 설계, 통신망, 전력설비, 데이터센터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엔비디아 GPU 기반 ‘AI 팩토리’...디지털 트윈·자율주행·로보틱스 AI 생산 인프라 구축

 

AI 산업혁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와 우리 정부·기업 간 협력 시스템이 중요하다.

 

엔비디아는 정부에 5만장, 삼성·SK·현대차그룹 등에 각각 GPU 5만장, 네이버에 6만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삼성과 SK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지속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블랙웰 1개당 최신 HBM인 ‘HBM3E(5세대) 12단’이 8개가 탑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6만장 블랙웰에 탑재되는 HBM3E는 208만개 수준이다. 통상 HBM3E 한 개당 가격이 300달러 내외로 추산되므로 GPU 26만개에 공급되는 HBM 수출 규모는 9000억원에 이른다.

 

우리 기업은 엔비디아에 GPU 핵심 부품을 공급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국산 HBM을 탑재한 GPU를 기반으로 각종 AI를 생산해 또 따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삼성은 엔비디아 쿠다-X(CUDA-X), cu리소(cuLitho), 네모트론(Nemotron) 모델, 옴니버스(Omniverse) 등을 활용해 반도체 제조용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는 동시에 엔비디아 코스모스(Cosmos)와 아이작(Isaac) GR00T로 로보틱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SK그룹은 NVIDIA RTX PRO 6000 Blackwell 서버 에디션 GPU로 구동되는 AI 클라우드를 포함해 최대 6만개의 GPU를 수용할 수 있는 ‘AI 팩토리’를 설계 중이다. SK텔레콤은 국내 제조업체와 스타트업이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통신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부, 엔비디아와 협력해 5만 개의 GPU를 탑재한 엔비디아 AI 팩토리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조, 자율주행, 로보틱스 분야의 AI 모델의 훈련과 검증, 배포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엔비디아 AI 자율주행 두뇌 ‘DRIVE AGX Thor’와 로보틱스 관련 네모(Nemo), 네모트론, 옴니버스 등을 활용해 공장 운영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네이버는 엔비디아 AI 인프라에 GPU 6만 개를 추가로 도입해 소버린, 피지컬 AI 워크로드를 지원하고 조선, 보안 분야 산업 특화 모델과 AI 서비스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엔비디아·국내 기업들은 한국에 이른바 ‘AI 펙토리’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AI 팩토리 개념은 AI를 대규모로 개발·훈련·배포·운영하기 위한 인프라 시스템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데이터를 입력하면 인공지능 모델이 ‘AI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가리킨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AI를, 의료 분야에서는 영상 진단 AI를, 콘텐츠 분야에서는 쳇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생산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AI 팩토리를 ‘AI 시대의 새로운 제조 공장’이라고 부른다. 과거의 공장은 전기와 철을 사용해 물리적 제품을 만들었다면 AI 펙토리는 데이터를 원료로 삼아 인공지능을 생산한다.

 

◇ 한국의 강점 살린 AI 분야 특화 개발 필요

 

AI 시대 산업혁명은 과거 증기기관이나 컨베이어벨트에 태통한 것처럼 오늘날에는 AI 펙토리가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SK, 현대차그룹 등이 각자 장점을 살려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국이 다른 AI 강대국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이 가진 강점을 살려 특화된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한석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미국은 범용 생성형 AI(ChatGPT), 중국은 빅데이터 기반 AI(DeepSeek)에 강점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 제조 AI, 로봇·자동차 AI, 국방·보안 AI 등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효율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 교수는 “특히 피지컬 AI는 현실 산업 데이터를 가상 공간에서 학습·제어하는 기술로 한국의 제조·로봇 기술과 결합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발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한국 AI 산업의 판을 바꾸는 역사적 선언이다. AI 선진국과 경쟁이 아닌, 한국의 산업발전 강점을 살려 산업 특화형 AI를 통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독자적 위치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젠슨 황 CEO의 방한 이후 지난 10월 31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한국의 차세대 산업혁명(Korea's Next Industrial Revolution)’이라는 제목의 3분 16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한국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나라, 가장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일군 나라로 평가하며 미래에는 AI 산업혁명을 함께 할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또한 한국에서 피씨방의 확산, 스타크레프트 등과 함께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 지포스( GeForce)가 있었다고 했다. 영상은 “엔비디아 GPU로 구동되는 새로운 종류의 AI 팩토리와 함께 AI 혁명이 도래했다”면서 “한국은 반도체에 이어 이제는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혁명에서 AI 혁명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전 셰계 AI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한국을 미래 시대를 함께할 사업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 과거 그래픽카드를 만들던 시절부터 30년 동안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같은 인프라를 갖춘 한국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한국 기업들의 협력이 중요해 보인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오 교수는 “우리가 글로벌 기술 패권의 소비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이 흐름을 주도할 창조자가 될 것인가. 정부와 기업, 사회 모두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노철중 기자 almadore75@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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