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 정상이 다자회의와 상호 국빈 방문을 통해 내년에만 최대 4차례 만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간 ‘강 대 강’으로 치닫던 양국 간 경제 현안 갈등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중이 전략적 핵심 현안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는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갈등의 뇌관으로 급부상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 사나에 총리에 “대만 문제와 관련 발언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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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의 4차례 회동 가능성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을 통해 처음 구체화됐다. 베선트 장관은 11월 25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미·중 정상이 최대 네 차례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며 그 시나리오로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국빈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국빈 방문 △미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중국이 개최하는 APEC 정상회의를 꼽았다.
그는 “1년 동안 네 번의 회담이 있다면 양국 관계에 큰 안정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고위급 소통 자체를 ‘위험 방지 장치’로 평가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2026년 미중 관계의 ‘유화 국면’ 가능성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통화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시 주석과 매우 좋은 전화 통화를 막 마쳤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펜타닐, 대두와 기타 농산물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했다”며 “미국의 위대한 농부들을 위한 크고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강력하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글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내년 4월 베이징 국빈 방문 초청을 받았으며 이를 수락했다고 밝히고, “내년 하반기에는 시 주석을 미국에 국빈으로 초청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시 주석이 미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두 정상은 상호 국빈 방문과 다자회의를 합쳐 내년에만 최대 4차례 얼굴을 맞대게 된다.
시진핑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를 종합하면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익이지만, 대립하면 모두가 피해를 본다”는 취지로 말하며, 양국이 현재의 완화 국면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미의 상호 성취와 공동 번영의 전망이 눈앞에 보인다”면서, 양국이 협력 분야를 넓히고 문제 목록은 줄여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 대만 문제, 미중 간 최대 화두로 떠오를 미래
그러나 통화 분위기와 별개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메시지는 여전히 팽팽히 엇갈렸다. 중국 외교부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번 통화에서 “대만의 중국 복귀는 전후 국제질서의 중요한 구성 요소”라며 미중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즘·군국주의에 함께 맞섰다는 역사 인식을 끌어와 대만 문제를 ‘전후 질서’의 연장선에 놓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 주석이 대만의 ‘중국 복귀’를 전후 국제질서의 일부로 규정하며, 미국이 이 문제의 중대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메시지에는 대만 관련 표현이 사실상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 대해 “매우 좋은 통화였다”며 미중 관계가 “매우 강력하다”고 자평했다. 다만 그는 트루스소셜 글에서 대만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미국 일간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다카이치 총리와의 통화에서 “베이징을 자극하지 말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대미 5500억 달러를 투자하려는 일본 대신 중국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당초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대만 유사시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중일 간 미묘한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 틀 안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사이, 중국은 외교부 발표를 통해 “미국이 대만 문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정상 간 만남이 미중 경쟁적 구조 무너뜨리지 않아
2026년 잇따를 미중 정상 간 회동은 경제·통상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낼 가능성이 높다. 베선트 장관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언제나 라이벌이겠지만,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분명히 있다”며 “2026년에 네 번의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는 미국 국민과 세계 경제 모두에게 안정성을 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실제로 부산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뒤 양국은 대두 수입 확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정, 펜타닐 원료 관리 강화, 일부 관세 인하 등을 합의하며, 내년도에는 더 큰 ‘빅딜’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 입장에서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셈이다.
미중이 경제·통상 분야에서 데탕트를 모색할 경우, 그간 미국 주도로 진행돼 온 공급망 재편의 속도가 재조정 될 수 있고, 반도체·배터리·희토류·그린테크 등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라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오히려 완화될 수 있다.
이처럼 미중 양측 모두로부터 ‘이중 구애’를 받는 한국·일본·대만·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선택지는 오히려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미중 사이에서 관세·투자·안보를 포괄하는 방향을 섬세하게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