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입법청원한 ‘공동주거시설 층간소음관리법’(가칭)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관으로 소위원회에 회부돼 지난 7월 검토가 완료된 상태다.
검토보고서는 먼저 층간소음 갈등이 이웃 간 분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청원의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국민의 주거 안정과 정온한 생활환경 보장을 위한 정책적 접근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별도의 개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도 ‘소음·진동관리법’과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이 규정돼 있으며, 국토교통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동으로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중복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관리 대상 확대와 관련해서도 보완 필요성이 언급됐다. 청원은 공동주택뿐 아니라 준주택 등 모든 공동주거시설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으나, 환경부는 이미 2024년부터 비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층간소음 현장진단 지원을 시행 중이어서, 기존 정책과의 연계·정합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준공 시 모든 세대의 바닥충격음을 실측·공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행정적·재정적 부담이 과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행 ‘주택법’에 따라 사업계획 승인 대상 공동주택은 준공 전 표본검사를 통해 바닥충격음 성능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입주 예정자에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전수조사의 실익과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 현행 제도 층간소음 관리에 역부족
전문가들은 현행법에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층간소음으로 인한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층간소음 강력 사건은 2013년 43건에서 2015년 55건, 2022년 125건으로 거의 3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에서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공동주택 관리 분쟁조정위원회,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등 제도를 마련해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7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층간소음 관리위원회’ 설치 의무화 규정도 있지만, 이는 전문성 확보가 어려워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KBS대전 생생토론에 출연한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정부가 좀 더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층간 소음과 관련된 범죄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좀 더 구조적인 측면에서 또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완할 부분들이 있으면 이번 기회에 좀 더 보완 대책을 잘 강구해서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진주 변호사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법적인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조정에 대해 의무적으로 이행하는 조건을 달거나 새 법안이나 규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정부, 층간소음 관리 제도 강화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30일 ‘제5차 소음·진동관리 종합계획(2026~2030)’에 층간소음 관련 대책을 포함했다. 공동주택을 준공하기 전에 실시하는 바닥 차음성능 검사의 표본을 기존 2%에서 5% 이상으로 늘리고, 검사결과 기준에 미달할 경우 보완시공을 의무화해 층간소음이 적은 고품질 주택 공급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공동주택 위주로 제공되던 층간소음 이웃사이서비스를 2026년부터 전국의 비공동주택(원룸·오피스텔 등) 거주자들에게도 제공해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로 했다.
입주민들이 층간소음 갈등을 스스로 조정하는 자치기구인 '층간소음 관리위원회’ 의무 설치 대상 단지를 2027년까지 기존 700세대에서 500세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층간소음 알림서비스를 보급해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행동을 개인이 스스로 인지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경실련의 ‘공동주거시설 층간소음관리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회 검토의견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만큼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정부와 국회가 층간소음으로 인한 공포와 분노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더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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