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확산을 기점으로 노동시장은 근본적인 재편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제는 ‘AI 활용’이 일부 혁신 기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의 업무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업은 더 빠르고 정교한 의사결정을 위해 AI를 조직 전반에 통합하며 직무 구조와 인력 운용 방식의 대대적인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여러 글로벌 CEO의 입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이달 19일~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글로벌 CEO 절반은 “AI가 일자리를 대거 대체하고 있고, 이는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댄 슐만(Dan Schulman) 버라이즌 CEO는 “AI 자동화로 광범위한 해고가 불가피하다”며 신입과 전문직 모두 자동화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Anthropic) 창업자·CEO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인지노동 직군에서 빠르게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AI가 노동시장에 ‘쓰나미’를 일으키고, 선진국 일자리의 60%가 AI로 인해 향상되거나 변형·소멸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AI가 만든 노동의 지형 변화...사라지는 일과 새로 생기는 일
가장 먼저 변화가 감지된 분야는 콘텐츠 제작, 마케팅,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센터 등 디지털 기반 직군이다. 이들 영역에서는 ‘일부 업무 자동화→직무 재편→인력 재배치’라는 일련의 흐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마케팅 부서는 캠페인 기획 초안 작성, 고객 반응 분석, 광고 문구 생성 등 반복적·시간 소모적인 작업을 AI에 맡기고, 직원들은 전략 수립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다. 고객센터 역시 단순 문의는 AI 챗봇이 처리하고, 상담 인력은 복잡한 민원이나 고난도 고객 관리에 투입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가장 먼저 자동화의 영향을 받았다. 데이터 정리, 기본 문서 작성, 코드 리뷰 등 ‘규칙 기반’ 작업은 이미 상당 부분 AI가 대체하며 기업은 조직 효율화를 높이고 있다. 반면, AI 활용 능력은 모든 직군에서 새로운 기본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텍스트·이미지 생성도구 활용 능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 결과물 검증 능력, 데이터 활용 역량 등이 채용과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발직에서는 코드 자동 생성과 버그 탐지 도구 확산으로 개발자는 문제 정의, 아키텍처 설계, 검증 등 상위 단계의 역할을 맡게 됐다. 개발자는 ‘무엇을 만들 것인지’를 결정하는 설계자 겸 품질 책임자로 이동하고 있다. 고객센터 직군에서도 챗봇과 AI 상담 도입으로 단순 문의는 줄고, 상담 인력은 복잡한 민원 처리, 서비스 품질·AI 학습 데이터 관리 등을 맡게 됐다.
AI의 확산으로 일부 직무는 실제로 사라지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AI에 기반한 새로운 역할과 직무도 등장하고 있다. AI가 적용된 직무 전환 속도가 빠른 만큼 준비된 노동자와 미흡한 노동자 사이의 격차는 확대될 우려가 있으며, 기업과 정부의 효율적 관리가 과제가 됐다.
기업은 AI 중심 업무 체계를 표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 대신 재교육과 직무 전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노동시장 전반에서도 ‘AI형 인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금은 AI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를 어떻게 설계하고, 모두가 공존하기 위한 안전망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AI 전환, 대기업의 재배치 전략과 중소기업의 구조적 한계
생성형 AI의 확산에 따른 변화는 이미 여러 직군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 직군, 마케팅 분야 등에서 AI로 자동화가 가능한 직무가 이관되며 AI가 실행하는 동안 마케터는 ‘전략’을 책임지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미래 노동시장의 경쟁력은 근로자와 AI 사이의 업무 재편으로 ‘AI와 함께 효율적으로 일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나는 구조로 변화되고 있다.
근로 환경에서의 AI 도입이 확산되면서 대기업을 시작으로 직무 재설계와 인력 재배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AI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대기업들은 공통으로 직무가 감소되는 인원에 대해 해고 등 ‘인원 감축’이 아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재배치와 재교육’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과 함께 단순히 ‘AI를 사용한다’를 넘어 ‘AI를 제대로 쓸모 있게’ 활용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내부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인력을 새로운 역할로 전환시키는 방식이 조직 운용 전략의 중심에 놓이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의 상황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반면 중소기업의 상황은 다르다. 중소기업은 구조적·재정적·운영적 한계가 있는 만큼 인력 재배치를 위한 여력이 부족하다. 첫째로 재교육·전환배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직무 재편은 단순히 자리를 옮기며 업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재교육, 직무 분석, 조직 구조 재설계, 새로운 일에 대한 새로운 프로세스 구축 등이 복합적이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은 이를 위한 교육비·인건비를 동시에 감당하기 힘들다.
둘째로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한 직원이 맡는 업무가 ‘다기능·다역할’인 만큼 재편의 여지도 적다. 대기업처럼 업무 단위가 세분되어 있지 않는 만큼 재편 필요성이 없다. 또 AI 도입 자체가 ‘비용 절감’인 만큼 기존 직원의 새 업무 적용을 위한 직무 재편 교육 등도 부담이 된다. AI 도입 등 동일한 기술 변화도 기업 규모에 따라 결과는 양분되고 있다. AI 시대의 노동 변화는 기업의 자원·전략·조직 역량이 만들어 내는 구조적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기술 충격’에서 ‘기술 활용’으로...AI가 바꾸는 일자리의 미래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노동시장에서는 비정규직·계약직 중심의 일자리 불안이 두드러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는 새로운 기술 도입 및 이에 따른 기술 변화의 초기 충격과 여파가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중기적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운영 매니저’, ‘데이터 큐레이터’ 등 새로운 직무를 신설하며, 기존 인력에게도 AI 도구를 다루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AI가 대체하는 일자리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자리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AI를 다루는 사람’과 ‘AI에 의해 대체되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지며 노동시장의 양극화 심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AI 도입이라는 급격한 변화 속에 재교육·전환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기존 인력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직무 기반 채용·평가 체계로 전환해 능력 중심의 인력 운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AI 시대에 부합하는 노동정책도 재정비해 제도적 고용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기술이 아닌 일자리를 재구성하는 기술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노동시장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바뀌는 일...AI가 여는 노동의 변화
AI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이 변화 속도는 더 가속될 전망이다. 자동화가 일부 직무의 반복적 과업을 빠르게 대체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역할과 수요가 등장하며 노동시장은 ‘재구성’의 과제를 맞닥뜨리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준이 자리한다. 개발자까지는 아니더라도 AI 도구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이 모든 직군에서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결국 AI는 인간 역할을 ‘대체’가 아닌 ‘재정의’하는 기술로 작동하고 있다.
기업의 전략도 인력 재배치와 재교육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기존 인력을 새로운 직무로 전환시키고,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 경쟁력과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중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 변화로 인한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직무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훈련 정책이 필수가 됐다. 직무 기반 채용과 역량 중심 평가 체계로의 전환, 전환 교육 프로그램 확대, 취약계층 보호 장치 마련 등 다층적 대응이 요구된다.
AI 시대의 일자리는 ‘사라지는 일자리 vs 새로 생기는 일자리’라는 이분법이 아닌 ‘직무의 재편과 역량의 전환’이 핵심이다. 새로운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개인과 이를 지원하는 기업·정부의 전략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AI는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의 기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