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쟁 장기화 우려로 건설 현장 원자잿값 ‘꿈틀’...재개발·재건축 ‘공사비’ 향방은?

  • 등록 2026.04.0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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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인트·레미콘 업체 가격 부담 상승...정부 ‘건설현장 비상경제 TF’ 가동
- 현대건설, 대조1구역 조합에 ‘공사비 인상·공기 지연 우려’ 공문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으로 건설자재의 원료로 사용되는 원유의 수급 차질과 가격 폭등으로 국내 건설업계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곧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손실이 증가에 이익률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비를 증액하는 문제로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동지역 건설 현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자재 조달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부분의 건설자재를 사실상 봉쇄가 이뤄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공사기간(이하 공기)이 늘어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은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힐스테이트메디알레) 조합에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이 우려된다는 내용을 공문을 보냈다. 유가·환율 동반 상승, 운송비 증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에 따라 일부 자재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나프타 수급 차질로 건설자재 기업 가격 인상 부담

 

건설 현장에서는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를 원재료로 하는 석유화학 제품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건설자재로는 플라스틱 파이프, 창호, 단열재, 방수재, 바닥재, 도료, 페인트, 도장용 시너, 욕실 천장재, 마루용 본드, 아크릴, 시트지 등으로 품목 수가 상당히 많다.

 

나프타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이들 건설자재 생산 기업들은 가격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일부 페인트 업체들이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가 철회한 사례도 나타났다.

 

레미콘 업계도 비상이다. 레미콘은 시멘트와 골재에 물과 혼화제를 썩어서 만든다. 혼화제 원료가 나프타로 만드는 에틸렌이다. 게다가 경유 가격 상승으로 운송비 부담도 가중됐다.

 

이러한 여파로 건설업체들도 공사비 증액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며 “건설자재 대부분이 석유화학 제품으로 전쟁으로 인한 나프타 수급이 어려워 진 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공사비 증액 문제로 시공사들과 조합 간 갈등이 심각했었는데 이번 중동전쟁도 비슷하게 흐름이 이어지지 않나 우려된다”며 “아직 원자재값·공사비 인상이 현실화 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 같은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건설·건자재·시멘트 등 건설현장 관련 관계자들이 참여한 ‘중동전쟁 관련 건설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나프타 수급난으로 원자재값 인상 압력과 일부 품목이 공급 중단될 가능성 등 현재 애로 사항을 공유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석기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주요한 자재들의 공급 중단이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건설업계가 불합리한 피해를 보거나 건설 현장이 멈추는 일이 없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가며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 김윤덕 장관 “건설자재 수급 차질은 곧 국가 경제와 국민의 주거 안정과 직결”

 

앞서 국토부는 지난 3월 31일부터 ‘중동전쟁 기업애로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해왔다. 지원센터는 중동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상시 운영하고 접수된 애로 사항을 바탕으로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운영 4일만인 4월 3일 지원센터를 ‘건설현장 비상경제 TF’로 격상 운영키로 했다. 국토부는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에 좀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TF를 중심으로 자재 수급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유관 단체와 협력해 건설분야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요 관리 품목은 레미콘 혼화제, 아스팔트, 플라스틱제품(배관·창호·단열재 등), 페인트, 도료, 실리콘, 본드 등이다.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애로 사항,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 요구 등은 협의를 통해 신속히 개선하고 자재 수급 차질이 건설산업에 미치는 리스크 전반에 대해 분석·대응할 방침이다. 매점매석·담합 등 시장 교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다. 시장 불안을 키우는 가짜뉴스에도 적극 대응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자재 수급 차질은 곧 국가 경제와 국민의 주거 안정과 직결된 문제”라며 “수급 차질이나 가격 급등 등 모든 상황에 선저적으로 대응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호르무즈 막히면 해외현장도 타격...진출 기업 손실 우려

 

문제는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다. 원자재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동지역 정유시설 파괴와 운송 경로 폐쇄가 꼽힌다.

 

이른바 걸프국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에는 석유 시설이 집중돼 있다. 한국 기업이 건설에 참여하는 현장도 많다. 다행히도 아직 우리 해외 건설 현장에 큰 사고 소식은 들여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더 장기화하면 공기 연장, 역내 원재자값 상승 등으로 결국 우리 기업들의 영업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美-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건설시장 영향’(3월 20일) 리포트에서 이란의 걸프국 항공·항만, 에너지시설 타격은 에너지 수급 불안을 야기하는 실질적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란이 항만·에너지 인프라 타격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진출 기업의 자산 및 사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협이 상시화됐다”며 “호르무즈 해협 마비는 우회로 부재와 맞물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5%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원자재 시장 전반에 치명적인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공급망의 균열은 결국 석유정제와 제조업 전반의 공정 마비를 초래하는 치명적인 병목 현상으로 고착화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주요 건설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걸프 국가들의 특성상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조달 원가 폭등과 공기 지연을 야기하며 프로젝트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전쟁은 한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고강도 타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협상은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쌍방 포격은 지속되고 있어 종전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회사는 공사비 인상을 조합에 통보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현재 상승한 원자재값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철중 기자 almadore75@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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