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산업의 첨병, 무인자동차 기술의 선점이 필요하다

  • 등록 2015.02.08 13: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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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2040년이 되면 전체 차량의 75%가 자율주행자동차, 즉 무인차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인차는 구글이 2012년 구글카를 선보이면서 자동차 전문가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1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는 아우디 무인차 A7900km에 이르는 도로를 주행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일반인에게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제 무인차는 시험단계를 거쳐 상용화의 전 단계에 돌입했음을 세간에 보여준 것이다. 국민대학교 무인차량연구실 김정하 교수는 2020년에는 완벽한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상용화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성큼 다가온 무인차의 기술력이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CES 2015에서 주목받은 무인차 


CES는 영어로 Consumer Electronics Show, 엄밀히 말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자제품이 아닌 무인차가 각광을 받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박람회는 행사 시작 전부터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제품이 아우디의 무인차 A7이다. 그도 그럴 것이 A7은 행사 전날인 15일 밤에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를 출발해 6일 오전 6시에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까지 총 900km의 거리를 자율주행했다. 업계관계자는 자동차회사에서 종종 선보이는 자동주차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자동차가 시내를 주행하다 보면 갖가지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리게 되므로 이 길을 무인차로 운행한다는 것은 상당한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무인차가 독일의 마을 104km를 달려 세간을 놀라게 했다. 벤츠는 이번 전시회에서 콘셉트카인 F015 Luxury in Motion을 전시했다. 이 차량은 운전석과 보조석이 뒤로 회전해서 뒷좌석과 마주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자율주행 편의성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앞선 무인차 기술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현대차그룹은 CES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인차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구개발비 2조원을 투자해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대규모 무인차 연구시설을 건립하고 차량용 IT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TF팀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파급효과가 뛰어난 무인차 기술

 


사실 무인차는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무인차는 무인항공기 드론처럼 사람이 타지 않고 운행되는 차를 말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자동차라고 부른다. 자율주행자동차란 운전자가 핸들이나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스스로 주변환경을 인식하고 위험을 판단해 경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를 일컫는다. 편의상 여기서는 무인차로 통일한다. 무인차의 핵심기술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첫째, 사람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인식시스템이다. 사람을 대신해서 운전하려면 주변환경을 인식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인차에서는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부분은 카메라를 설치해서 극복한다. 하지만 안개나 강렬한 조명 등으로 카메라가 인식 불가능할 경우에는 사람의 귀에 해당하는 레이저 스캐너가 주변환경을 인식한다.


둘째, 네비게이션에 해당하는 항법시스템이다. 아무리 눈과 귀가 있어도 길눈이 어두우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무인차는 위성으로부터 지도정보를 얻기 위해 GPS 센서를 달아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 목적지로 향하게 된다.


셋째, 사람의 팔과 다리에 속하는 제어시스템이다. 사람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손으로 핸들을 조작하여 방향을 잡고 발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아 가속과 감속을 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손이 하는 역할을 횡방향제어라고 하며, 발로 하는 제어를 종방향제어라고 한다. 무인차에서 이런 역할을 스스로 하는 것이 제어시스템이다.


넷째, 사람의 뇌에 해당하는 통합시스템이다. 아무리 좋은 눈과 귀, 지도, 손과 발이 있어도 판단하는 머리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무인차는 인식시스템, 제어시스템, 항법시스템의 모든 정보들을 받아서 차량의 운행을 결정하는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설명한 인식, 제어, 항법시스템이 하드웨어에 속한다면, 통합시스템은 소프트웨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이 포함되어 있기에 전문가들은 무인차산업의 발전은 향후 자동차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과 컴퓨터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CES 2015에도 이런 움직임은 뚜렷했다. BMW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S로 자사의 전기차 i8를 조작해 자동주차하는 모습을 선보였으며, 현대자동차는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차량의 시동을 켜거나 끌 수 있는 블루링크를 선보였다.


다양한 산업분야를 응용하는 무인차의 발전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서인지 관련특허 출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3년 자율주행차량 관련 출원건수는 776건으로, 2009259건에 비해 3배 가까운 신장세를 보였다.

 

경진대회를 통해본 국내 기술력

 

무인차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미국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이 주최한 무인자동차 경주대회를 통해서다. DARPA2004년에 다파 그랜드 챌린지의 첫 대회를 LA근교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사막지역을 무인차가 운행하는 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150마일을 완주한 자동차는 한 대도 없었다. 다시 2005년에 2회 대회를 열면서 5대의 무인차가 완주했으며, 처녀출전이었던 스탠포드대학교의 세바스찬 쓰런 교수가 1위를 차지했다.


구글은 쓰런 교수를 영입해서 무인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구글은 세계 최초로 도로용 시험면허를 취득했으며 구글의 무인차인 구글카로 20128월 사람의 조작 없이 5만 마일을 운행했다. 구글은 5년 내에 무인차를 상용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에서 큰 성과를 이룬 것과 같이 구글맵에 기반한 시스템을 통해 무인차 운영체제를 선점한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에서 개최하는 자율주행자동차경진대회가 대표적이다. 원래 현대자동차는 2010년까지 미래자동차 공모전을 진행 중이었다. 당시에는 단순한 미래자동차 컨셉일 뿐 무인차에 대한 개념은 도입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다파 그랜드 챌린지가 개최되고 2008년에는 이보다 더 발전되어 도심지를 주행하는 Urban Challenge 시합이 개최되는 것을 보고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 같다.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서 무인차 시장에 지금 당장 뛰어들지 않으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커다란 먹이감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인차가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으므로 초기 미국의 경우처럼 경진대회를 시작했다. 그 대회의 시작은 2010년이었다. 현대자동차는 기존의 미래자동차공모전을 자율주행자동차경진대회로 바꾸고 2010년 첫 번째 시합을 펼쳤다. 당시에는 현대자동차 측이 대회 운영과 기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으므로 1997년부터 무인차 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던 국민대학교 무인차량연구실의 김정하 교수를 찾아갔다. 그래서 2012년 첫 대회는 국민대학교 무인차량연구실이 주도가 되어 대회의 운영을 도왔다. 이후 현대자동차 측 노하우가 생기자 김정하 교수는 자문역할만 하고 있다. 작년까지 현대자동차는 2년에 한 번씩 자율주행자동차경진대회를 3회째 치렀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무인차 연구는 아직 미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쳐져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무인차 대회의 경우에도 미국에서는 시나리오가 정해지지 않은 시내도로를 주행하는 대회를 수행할 정도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주행구간 4km 내외의 정해진 구간을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주행하는 대회를 진행하는 수준이다.


물론 미국에 비해 무인차 시장에 늦게 뛰어든 탓도 있다. 미국은 이미 30년 전부터 군사용으로 무인차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 성과가 최근 나타나고 있다. 국민대학교 김정하 교수는 우리나라의 무인차 기술이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시간과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시간적인 면에서 미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쳐졌기 때문에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무인차 기술 중 항법시스템, 제어시스템, 통합시스템은 우리 기술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기술과 우수인력이 있으나 인식시스템에서는 자금과 기술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식시스템 중 레이저 스캐너는 고가의 장비인데다 아직 국산화가 안 되어 있어서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무인차개발의 메카, 국민대 무인차량연구실

   

미국에 비해 뒤쳐진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학계의 노력도 눈에 띈다. 1998년부터 국민대학교 무인차량연구실은 무인차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ATV와 골프카 등을 개조해 무인차를 연구했으며, 현재는 일반차량을 개조해서 무인차를 연구하고 있다. 무인차 개발에는 자동차공학뿐만 아니라, 전자공학과 수학 지식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실 내에는 기계자동차공학과, 전자공학과, 컴퓨터학과, 수학과, 지리학과 등 다양한 학부생 출신의 연구진들이 포진해 있다.


기계자동차공학과 출신의 임경일 박사과정은 타 연구실의 경우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타 연구실과 연합하는 경우가 많으나, 우리 연구실에는 필요한 인원이 다 있으므로 어떻게 해서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김정하 교수는 무인차량연구실이 고속도로 주행 단계를 넘어서 일반도로까지 주행하는 실증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고속도로는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상황이 많으므로 도로주행이 쉽지만 일반도로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무인차 주행이 쉽지 않아,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게 김정하 교수의 설명이다. 지난 2013년에는 이미 일반도로 30km40분 만에 왕복하는 시험주행을 마친 상태다. 김정하 교수는 이 단계가 자율주행차량단계 중 3.5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무인차의 개발단계를 크게 0단계부터 4단계까지 크게 5단계로 나누고 있다. 0단계는 운전자가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는 단계(No automation)이며, 1단계는 운전자가 일부기능에서 자율주행기술의 도움을 받는 단계(Automated assisted), 2단계는 두 개 이상의 자율주행 기능을 통해 운전이 가능한 단계(Monitored automation), 3단계는 운전자가 자율주행기능의 작동시점을 결정하고 돌발상황에만 수동으로 전환하는 단계(Conditional automation), 4단계는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무인차가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완전 자율주행하는 단계(Full automation)이다.


김정하 교수는 무인차 시장의 상용화 가능성을 예측하고 무인차 벤처기업인 언맨드솔루션도 설립했다. 200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상용차를 이용해 무인차량이나 차량용 로봇 플랫폼 등을 개발하고 센서와 구동기 인터페이스 등 관련 시스템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이다. 언맨드솔루션은 무인차를 필요로 하는 업체나 학계에 무인차를 제작해주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자동차경진대회 본선에 진출한 11개 대학교 중 6개 대학교의 무인차를 제작해 준 곳도 언맨드솔루션이다. 언맨드솔루션은 향후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가능한 응용제품과 무인잠수정, 무인배, 무인항공기와 같은 다양한 플랫폼의 무인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정하 교수는 언맨드솔루션을 설립할 당시에는 사람들이 무인차 연구에 대해 반신반의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구글카의 등장과 CES 2015에서 아우디의 무인차 도로주행으로 사람들이 무인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하 교수는 앞으로도 무인차 연구에 박차를 가해 안전한 무인차 상용화를 위해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흔히 무인차는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무인차는 각종 인식 및 제어시스템을 통해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고 김교수는 설명했다. 통계에 의하면 교통사고의 주요 요인은 사람의 실수에 의한 것이다. 무인차의 개발 목적은 사람의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개발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들    


아무리 무인차가 안전운행을 위한 것이라 해도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무인차의 안전에 대한 법규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무인차에 대한 법규가 미비한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 네트워크기획과 관계자는 무인차는 아직 국내여건이 성숙하지 못해, 관련법 개정에 있어서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도 아직 안전성 평가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안전성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 무인차 운행을 위한 차량개조에 대해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무인차 운행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신체적 위협이 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소재가 운전자인지 제조업체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손해보험협회에서도 국토교통부와 마찬가지로 사고 시 운전자가 배상을 해주는지 제조업자가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도로교통법을 담당하는 경찰청 교통기획과에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 경찰청 관계자는 만약 운전자가 배석하는 자율주행의 경우 타 기관에서 안전성만 검증된다면 현행 도로교통법 상에는 아무 제약이 없으므로 무인차의 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도 아직 무인차가 상용화되지 않아서 자동차손해보험의 적용여부는 아직까지 검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련법 규정으로 인해 무인차 개발이 늦춰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9월에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개정안은 여성가족부장관이자 국회의원인 김희정 의원(새누리당)이 대표발의했으며, 미국의 여러 주에서 무인자동차 시험운행이 가능하도록 입법화를 완료한 점을 감안해 국내 무인자동차의 연구개발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제안한 법률안이다. 그 내용을 보면, 무인차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있다. 개정안 제21호의3에는 “‘자율주행자동차란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제271항에서는 시험운행의 허가요건을 다루고 있다.


그 내용은 다만, 자율주행자동차를 시험·연구 목적으로 운행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안전운행요건을 갖추어 국토교통부장관의 임시운행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무인차는 아직까지 사고 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고 안전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개발에 대한 제약이있다. 일부에서는 해킹에 대한 우려도 언급하고 있다. 반면, 무인차는 타 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크다. 또한 무인차 기술력을 먼저 선점하는 업체가 기술표준화를 통해 양산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업체들의 무인차 개발이 국내 업체에 비해 10년 이상 앞서고 있는 실정이므로, 하루 빨리 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개발업체들은 무인차 개발에 있어서 해킹방지나 사고예방을 위한 장치를 충분히 검토하고 마련해야 할 것이다.


MeCONOMY Magazine February 2015

김경한 기자 santa-0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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