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청춘 지고 꽃 피다

  • 등록 2016.06.02 18: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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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호선 구의역 9-4 플랫폼에는 피지도 못하고 진 청춘 대신 국화꽃이 피어있었다.

 

지난 528일 스크린도어가 고장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용역 수리업체 직원인 김군이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던 도중 봉변을 당했다. 사고 직후 서울메트로는 수리공인 김군이 21조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군은 매뉴얼을 지킬 수 없었다. 인력이 부족한 용역 업체의 현실에 김군은 홀로 구의역에 올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사고의 원인을 두고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고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발표했던 서울메트로는 입장을 바꾸고 31일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을 통해 사고의 원인은 고인의 잘못이 아닌 관리와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하며 서울메트로의 책임을 인정했다.

 

김군이 사고를 당한지 엿새째인 62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는 많은 사람들이 김군을 추모하고 있었다. 강변 행 9-4번 플랫폼에는 많은 사람들이 남긴 메모지와 꽃 그리고 빵과 음료가 놓여있었다.

 

9-4 플랫폼에는 서울메트로가 새겨진 옷을 입은 채 가방을 메고 있는 사람이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서울메트로의 타 부서 직원이라고 밝힌 그는 “19살 청춘을 애도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이 사고는 우리 어른들의 잘못입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사고현장인 플랫폼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지만 아래층 대합실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다음이었다. 2호선을 타고 구의역을 지나치는 승객들 가운데에선 추모를 하기위해 구의역에 내려 국화꽃을 바치거나 준비한 간식에 메모지를 붙여 놓으며 눈물을 흘리는 시민도 있었다.

 



구의역 사고현장에는 많은 추모객이 있었지만 특히 5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오래도록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잠실에서 구의를 찾아온 60대 여성은 가슴이 아파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열심히 위에서 지시한대로 따랐을 뿐인데 슬픈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아이의 죽음에 대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보도한 언론사들은 도대체 무엇이냐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피해자 어머니의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다고 말한 그는 가족들이 힘낼 수 있게 많은 사람들이 손을 잡아주고 옆에 있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추모공간 앞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박수현씨(가명)사고가 일어난 토요일 이후 정말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기도를 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수차례 구의역을 찾아왔다는 70대 여성은 올 때마다 손이 떨려 글 하나 남기지 못 했는데 오늘은 마음을 추스르고 글 하나를 남겼다사고를 당한 아이가 올해 대학에 입학한 우리 막내 손녀와 동갑내기 인데 마음이 아프다. 왜 한 명이 일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추모공간에서 조금 떨어진 뒤에서 추모객을 바라보며 고개를 떨구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구의역에 근무하는 또 다른 관계자였다. 그는 열차의 차종이 다양한대 차종과 스크린도어간의 연결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다이번 사고는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에 의해 발생했다고 말하고선 올해 대학을 입학한 딸과 비교되어 슬픔을 지울 수 없다며 또 다시 고개를 떨궜다.

 


끼니를 거른 채 컵라면을 가방에 넣어둘 수밖에 없었던 김군을 위해 사람들은 빵과 우유 참치캔 등 많은 음식을 남기고 떠났다. 그 가운데 한 추모객은 아가 라면 먹지 말고 고깃국에 밥 한 그릇 말아먹어라며 쌀밥과 국을 남겼다.

 

김군이 떠난 9-4번 플랫폼에는 현재 구의역 부역장이 경광봉을 들고 역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맞이하고 있다.

이홍빈 기자 lhb0329@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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