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과 광화문을 뒤덮은 성난 민심, 박근혜 대통령 퇴진 목놓아 외쳐

  • 등록 2016.10.30 20: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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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끝까지 차오른 분노를 평화시위로 마무리한 촛불집회, 성숙한 집회에 경찰도 시민들에 ‘감사’표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물러나주세요' 라는 문구를 들고 눈물을 흘리는 시민. <사진- 이승엽기자>


저 또한 분노한 국민들 중 한 사람입니다. 분노한 국민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왔습니다청계광장에 부는 날카로운 칼 바람에도 70세 노신사는 우두커니 서서 붉은 촛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광화문 일대 고층 빌딩 사이로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도 분노에 가득찬 시민들의 촛불을 꺼트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9일 토요일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로 가득찬 시민들은 청계광장으로 뛰처나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목놓아 외쳤다.

 

경찰추산 7천명, 주최측추산 3만명이 모인 이번 촛불집회는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진행됐다. 촛불집회 현장은 집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학생과 노동자를 비롯해 아이를 안고 나온 어머니와 백발의 노인들로 가득했다.

 

분노한 시민들이 몰려든 청계광장

 

북받쳐 오르는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도 시민들마다 제각각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목청껏 외치며 청계광장을 가로질렀고, 또 다른 시민들은 한 손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과 또 다른 손에는 붉게 타오르는 촛불을 쥐고 차가운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 손을 높이 쳐 들었다.

 

청계광장 곳곳에는 장문의 대자보를 써 붙인 피켓을 몸에 걸친 학생들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춰세우기도 했다. 홀로 대자보 피켓을 들고 서 있던 동국대학교 박병수 학생(25)사람들이 이렇게 거리로 몰려나온 이유는 국민의 목소리를 박근혜 대통령이 제대로 못 듣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면서 최순실 게이트라는 사건이 터진 뒤 어떻게 130초짜리 녹화방송으로 사과를 대신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자보 피켓을 들고 있는 학생들 <사진- 이승엽기자>


청계광장 거리 한쪽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퍼포먼스도 펼쳐지고 있었다. 최순실, 재벌, 부패관료, 기득권 가면을 쓴 시민들은 국민과 박근혜라는 가면을 쓴 사람들의 몸에 실을 묶어 뒤에서 조종하는 인형극을 펼쳐보였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던 시민들은 연신 플래쉬를 터트리며 퍼포먼스에 관심을 가졌다.

 

이날 퍼포먼스를 기획한 이효상(36)씨는 현 시국에 대해 울분에 찬 청년들 20명을 주축으로 이번 퍼포먼스를 진행하게 됐다며 웃기면서 슬픈 현 상황에 울상만 지을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풀어보자는 의도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쓰고 현 상황을 우습게 조롱하는 퍼포먼스를 펼쳐보이면서도 이효상씨는 현 시국에 대해 분노와 실망을 넘어 이제는 슬픔을 느낀다우리 사회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비리와 부패를 넘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찌 이렇게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누그러 뜨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발 디딜틈 없을 정도로 많은 군중이 모인 청계광장 안쪽에는 촛불을 든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4학년 김주란 학생은 외대 총학에서 이 집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했고, 오늘 집회를 위해 50명 정도 참가했다한 개인이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뿐만아니라 A부터 Z에 이르기까지 국정 전반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최순실씨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각종 소환과 압수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나라의 명운이 달린 만큼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라며 성역없는 수사가 진행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김주란 학생은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라도 끝까지 행동하는 시민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스스로 물러날 때를 인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외국어대학교는 28일 한국어를 포함한 10개 언어로 시국선언을 낭독했으며, 현 사태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지 않겠다며 투쟁을 이어간다는 강한의지를 내비췄다.

 


▲촛불을 든 군중과 표창원 의원 <사진- 이승엽기자>


박근혜 대통령, 이제 물러날 때

 

이날 촛불집회에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노회찬 의원, 표창원 의원 등 정치계 인사도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대통령이 지금 떠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더 나빠지고 한반도가 더 위험해 처하겠느냐. 이미 나빠질게 없을 만큼 망가졌다. 더 위험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며 발언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어 이제는 탄핵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자가 아닌 대리인일 뿐이므로 국민이 언제든 내 쫓을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시장의 융단폭격에 청계광장에 모인 3만여 시민들은 광장이 떠나갈 듯 이재명 시장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노회찬 의원도 누가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나. 정부는 아직도 이런 국민의 마음을 알지도 못한다이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하야다. 오늘도 내일도 박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촛불로 함께 해야한다면서 민심을 어루만졌다. 아울러 박근혜가 하야해서 국정공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야하지 않기 때문에 국정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면서 이번 사태의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하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성난 군중 <사진- 이승엽기자>


성난 민심을 막아선 경찰의 방패

 

1시간30여분 간의 촛불집회 이후 시민들은 청계광장-광교-종각-종각2-인사동-북인사마당으로 이어지는 행진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성난 시민들은 당초 행진 코스에서 청와대 측 방향인 광화문으로 발길을 돌렸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3만여 군중은 순식간에 광화문 사거리를 가득메웠고 경찰은 세종대왕상 앞에 전 병력을 배치하며 간신히 시민들의 행렬을 막아섰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광화문 일대에서 분노한 시민들과 이를 막아선 경찰의 대치는 오후 8시께부터 수 시간동안 이어졌다. 경찰의 방패 앞에 가로막힌 시민들은 비켜라. 경찰은 국민을 지켜라고 외치며 경찰 병력의 해산을 촉구했다. 하지만 경찰 병력은 더욱 견고하게 방패를 모았다. 더욱 견고하게 진열을 정비하는 경찰 병력에 분노한 군중들은 경찰 진영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 방패에 직접 몸을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견고한 방패 앞에서 시민들의 작은 몸짓은 커다란 방파제에 부딪힌 파도처럼 부서졌다.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시민과 경찰의 대치, 몰아치는 시민을 막지 못하고 경찰 병력이 반으로 나뉘었다. <사진- 이승엽기자>


그러나 대치가 길어질수록 분노한 시민의 파도는 더 크게 몰아쳤고, 견고했던 경찰 진영에도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경찰 방패를 하나씩 손으로 뜯어냈고 시민들의 손에 순식간에 뜯겨나온 경찰 병력은 군중 틈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분노한 군중의 화살은 경찰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시민들은 경찰의 방패를 손에서 손으로 옮겨 대열에서 이탈돼 군중 틈에서 우두커니 서있던 경찰들의 손에 다시 쥐어주었다. 일부 시민들은 상기된 얼굴의 경찰의 어깨를 토닥이며 젊은 경찰의 놀란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630분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청계광장을 지키고 있었다는 주진호(가명, 27)씨는 대통령이 잘못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모르는 척 하는 행동은 안된다며 대통령은 하루 빨리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 경찰과 시민들의 대치 상황 속에서 종종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폭력시위로 변질될까 두려웠는데 다행이도 평화시위를 외치는 대부분의 시민들의 목소리에 시민들 스스로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끝까지 평화시위를 이어가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고 덧붙이면서 다음 촛불 시위에도 참여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광화문 일대를 촛불로 가득 메웠던 시민들은 경찰의 간곡한 호소에 조금씩 뒤로 물러났고 오후 10시께에는 절반 가량의 시민만이 남아 못 다한 분노의 외침을 쏟아냈다. 그러나 끝까지 시민들은 턱 끝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무력시위가 아닌 울분섞인 목소리로 토해내며 평화시위를 이어갔다.

 

한편 29일 시민과 경찰의 대치는 오후 11시께 막을 내렸다. 이에 시민들과 극한의 대치 상황을 벌인 서울지방경찰청은 행진 도중 신고 코스를 벗어나 광화문광장으로 몰려든 시민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도 있었으나, 경찰은 시민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인내하고 대처했으며, 시민들도 경찰의 안내에 따라 이성적으로 협조해 주었다면서 시민들에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수 시간동안 대치를 이어간 시민과 경찰 <사진- 이승엽기자>

이홍빈 기자 lhb0329@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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