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 직선제이다. 반면, 일본은 국회의원들 중에서 선출된 제 1여당의 대표가 ‘내각총리대신’이 된다. 즉, 이번에 열리는 일본 제 1여당인 자민당의 총재 선거는 곧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수상)을 선출하는 선거이다.
◎ 일본의 총리 임기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은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되며 5년간 1번의 임기를 갖는 단임제지만, 일본은 의원내각제로서 총리의 임기가 헌법상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총리대신은 의원(참의원 또는 중의원) 중에서 선발되며, 의원이 해산될 경우 의원의 임기가 종료되므로 자동적으로 총리의 임기도 종료되게 된다. 여기서 만약 중의원의 임기가 4년 이므로 총리의 임기도 4년이라고 볼 수 있지만(참의원 임기는 6년), 재선을 하게 되면 헌법상으로는 얼마든지 재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관례상 여당의 총재가 총리대신에 임명되므로 각 당의 규칙에 의해 임기가 정해지게 된다.
현재 1955년부터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당칙’에는 총재의 임기는 3년이고 3회에 걸쳐 재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최대 9년이 총재의 임기가 된다. 일본 총리 중 가장 오랜 기간 총리직을 맡은 사람은 이전 총리인 아베신조로서 약 7년 8개월(2012.12.~2020.9.)간 연속하여 임기를 맡았다. 이번 총재 선거는 10월 21일 중의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개최되는데, 현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후보 불출마 입장을 밝혀 누가 차기 총리가 될지 주목 받고 있다.
◎ 자민당의 2021 총선거 일정
이번 선거의 정확한 명칭은 ‘자민당 총선거(지민토소우센쿄)’이며, 오는 9월 17일 정식 공고 이후 9월 27일 투표와 개표가 당일 진행된다. 현재 국회에서 과반 수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자민당의 새로운 당 대표는 차기 일본의 수상(총리)가 된다. 임기는 2024년 9월까지 3년의 임기이며, 새로운 내각은 10월 초에 출범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9월 10일 보도에 의하면, 현 시점에서 3명 이상의 총재선거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누가 승리하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하였다. 아래의 일정은 이번 자민당 2021 총선거의 일정을 정리한 것이다.
9월 17일 |
선거 공고 (후보자 입회 연설회) |
20일 |
온라인 토론회 |
23일 ~ 26일 |
대국민 온라인 정책 토론회 |
29일 |
투표 및 개표 |
▲자민당 2021 총선거 일정
이번 자민당 총선거는 COVID-19 감염 예방을 위하여 거리에서 진행되는 선거운동은 보류되었지만, 후보자가 국민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는 ‘온라인 형식의 정책 토론회’가 처음으로 개최된다. 일본 총재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하면, 17일 오전에 선거 공고와 입후보 등록이 이루어지며, 당일 오후에 후보자들의 입회 연설이 당 본부에서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 총리 선출 투표는 누가 하는가?
일본의 총재선거는 ‘국회의원표’와 ‘당원표’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지며 각각 383표씩 동일하다. 즉, 국회의원 1명 당 1표를 가지는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표 ‘383표’, 전국의 당원들의 표 ‘383표’를 합쳐 모두 766표로 선거가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국회의원표’는 9월 29일 도쿄도의 한 호텔에서 투표가 진행되고, 그 곳에서 바로 개표가 이루어진다.
반면, ‘당원표’의 투표는 자민당의 규정에 따라 과거 2년간 자민당 회비를 납부한 당원이 선거권을 갖지만, 3년 전의 총재선거(아베 전 총리 선거 당시)와 마찬가지로 올해만 특별하게 과거 1년분의 당 회비를 납부한 당원도 참가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전국에 자민당의 당원은 작년 말 시점 113만 명에 달한다. 이번에 투표가 가능한 당원도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113만 명의 표를 어떻게 383표로 추리게 되는 걸까?
후자의 ‘당원표’는 28일까지 약 113만 명의 당원들이 미리 투표를 마치고, 29일 각 도·도·부·현(일본의 광역 자치 단체 명칭)에서 집계된 표를 한국의 비례대표제처럼 총 득표수의 비례에 따라서 당선자 수를 결정한다. 즉, 113만 명의 표를 383표의 비율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국회의원표’와 ‘당원표’를 합쳐서 유효표의 과반 수 이상을 얻게 되면 당선이 결정된다. 만약 과반수를 넘지 못할 경우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 투표를 다시 진행하게 된다.
◎ 현재 차기 총리 후보자는?
타카이치 사나에 (60세) |
키시다 후미오 (64세) |
이시바 시게루(64세) |
고노 타로우 (58세) |
노다 세이코 (61세) |
전 총무대신 |
전 자민당 정책조사회 회장 |
초대 간사장 | 규제개혁담당 대신 | 간사장 대행 |
회파 | 키시다파 | 이시바파 | 아소파 | 없음 |
NHK 9월 9일 보도에 의하면 자민당 총선에 입후보를 표명한 후보자는 먼저 타카이치 사나에 전 일본 총무대신으로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로 올리고, 금융완화와 유동적인 재정정책, 대담한 위기관리 및 투자와 성장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이루겠다”고 말하고 있다. 키시다 후미오 후보도 경제 정책을 발표하며, “신자유주의 정책을 전환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통해 일본형의 새로운 자본주의를 구축한다”고 호소했다.
이시바 시게루 초대 자민당 간사장은 당내 정세를 파악하고, ‘이시바 파’ 소속의 의원들과 개별적인 의견을 들으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출마 의욕을 밝힌 고노 규제개혁 담당 대신은 그가 속한 ‘아소 파’의 회의에 참가하여, 아소 부총리와 함께 간부들의 파벌로 인한 대응을 둘러싸고 소속 의원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이 가운데 고노 대신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다른 후보를 지원한다는 의견도 있어 고노 대신은 아소파의 이해를 얻기 위한 막바지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입후보에 필요한 20명의 추천인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일본 국회의 회파가 총리 선거에 미치는 영향
▼자민당 각 회파별 의원수
회파 | 의원 수 | 회파 | 의원 수 |
호소다 파 아소 파 타케시타 파 시스이카이 파 키시다 파 |
96 53 52 47 46 |
이시바 파 이시하라 파 코우치카이 파 무소속 |
16 10 17 48 |
일본의 의원들은 원내에서 회파(일본어로 가이하, 한국의 교섭단체와 유사)를 구성하여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파’란 원내의 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각 당 내부에서 2인 이상의 의원으로 조직하는 원내단체‘를 말하며, 당 내에서 모든 활동의 거점이자 의회운영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성격상 우리나라 국회의 교섭단체와도 매우 유사하며, 정당 또는 정당간의 연합, 무소속과 정당간의 연합 등에 의하여 구성된다.
NHK의 9월 9일 보도에 의하면 현재 자민당 내 각 회파 중 최대 분파를 가진 ‘호소다 파(96명)’는 8일 간부들이 모여 협의를 하고 파벌로 각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고, ‘시스이카이 파’는 3명 이상이 입후보하여 개표 결과 1위 후보가 만약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여 결선 투표가 되었을 경우 그때 가서 다시 결속해야 한다는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국회의원들이 직접 1표의 투표권을 갖는 총선에서 회파의 영향은 매우 중요한 변인으로 볼 수 있다.
◎ 회파 아닌, 국민의 여론 중요
니혼게이자이신문 9월 10일 보도에 의하면 현 단계에서 회파가 결정되어 있는 사람, 즉 회파가 있는 후보자는 제 5회파의 ‘기시다 파(46명)뿐이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10월에 있을 중의원 선거를 생각하면, 지난 중의원 선거 지지율이 46%라는 매우 저조한 상황을 볼 때, “국민 여론에 따라 인기가 있는 총재가 아니면 곧 본인들(국회의원)이 선거에서 낙선하게 되므로, 누가 총재가 되었을 때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지”를 고민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현시점에서 키시다 파 이외에는 어떠한 파벌도 일치하는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자민당 총선거 공고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일본의 총리 선거는 한국 사회에도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그만큼 양국의 관계가 정적이든 부적이든 밀접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일본 사회에서도 COVID-19 속에서 올림픽이 개최되었고, 경제 성장 등 여전히 처리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보다 현명하고 신중한 판단에 따라 누가 차기 일본의 총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