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입단(粒團, 작은 흙 알갱이가 모인 흙)과 흙의 곰팡이 균사(菌絲)의 탄소 저장
탄소가 흙에 저장되는 원리를 알려면 우선 토양입단(土壤粒團)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토양 입단이라 함은, 여러 개의 흙 입자(粒子)가 뭉쳐서 만들어진 흙덩어리로 흙이 건강한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척도(尺度)다.
입단이 훌륭하게 만들어진 흙이라면 손안에 움켜쥐었다가 펼치면 마치 작은 콩알 같은 흙 알갱이들이 흩어지게 될 것이다. 작은 콩알 같은 그런 흙 알갱이를 토양입단(土壤粒團)이라 한다. 만약 단단한 흙덩어리로 뭉쳐진다면 입단이 원활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 흙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토양입단은 점토(粘土), 유기물(有機物), 철(Fe) 또는 알루미늄의 산화물, 칼슘 등이 모인 복합체로 바람과 물의 침식(侵蝕)으로부터 버틸 만큼 강하다. 그리고 공기와 물, 그리고 식물 뿌리가 영양분을 찾을 수 있도록 흙속에 틈새를 확보해 준다.
이러한 식물의 보호 공간을 확보해 줌으로써 토양입단은 콩과 식물의 뿌리혹박테리아(질소를 붙잡아 콩과 식물이 스스로 운영하는 비료공장)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흙속의 균근(菌根) 곰팡이의 균사(菌絲)는 그런 입단을 누에가 실로 고치를 만들 듯 감싸서 마치 ‘끈끈한 줄로 가방을 만들 듯’이 입단 형성을 돕는다. 이 때 필요한 접착제가 식물뿌리에서 배출하는 액체 탄소 분비물이다.
입단은 이런 분비물을 균근 곰팡이의 균사(菌絲) 네트워크를 통해 받고, 그 대신 흙속 미네랄 성분을 식물에 제공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소가 흙속에 저장된다고 할 수 있다. 흙의 입단은 흙속 미생물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분 함유량을 높이고, 입단 내부의 산소 압력을 낮게 유지한다.
흙의 글로말린 단백질이 흙의 탄소 27% 저장
이러한 입단을 만드는 중요한 접착제 가운데 하나가 ‘글로말린’이라 불리는 당 단백질이다. 1996년에 발견된 이 물질은 일부 과학자들에 의하면 흙의 탄소 저장량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조건에 따라서 40년 이상 탄소를 흙속에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글로말린’은 식물뿌리에서 배출한 액체 탄소를 원료로 나뭇가지처럼 퍼진 모양을 한 수지상체균근(樹枝狀體菌根) 곰팡이가 생산한다. 이 균근은 식물 뿌리 세포 내부로 자신의 균사를 뻗어 넣어 식물로부터 당분(糖分)을 얻고 그 대가로 물과 양분을 식물에 제공한다. 그러니까 식물 뿌리와 흙의 입단 사이를 이 균사가 다리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물은 흙속 미생물인 곰팡이 등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탄소를 흙에 저장하는 거냐? 고 물을 수 있다. 대답은 ‘그렇다’ 이다. 이미 밝혔듯이 흙속의 미생물이 살아있어야–다시 말하면 흙이 기름져야 이들의 활동으로 탄소가 저장된다는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현재 400ppm으로 이를 350ppm로 낮춰야 한다. 결국 어느 때인가 지구의 탄소가 제로 상태가 된다고 해도 기존에 대기에 남아있는 50ppm의 탄소 혹은, 탄소106.25Gt을 흙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기후위기는 끝날 수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100만분의 1에는 2.125Gt의 탄소가 포함되어 있다.
탄소가 흙으로부터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흙속에 다시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지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자기 발밑에 있어서 그런지 흙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흙이란 식량 생산을 위한 이용 대상정도로 알고 있다. 탄소 저장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인류는 산업시대부터 농지 개간 그리고 농업을 위한 경작(耕作)으로 무려 136Gt의 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했다.
이 때문에 토양과학자들은 지난 20년간 흙에 탄소를 다시 저장하는 방식을 고민해 왔고 농경 광합성이 토양 탄소를 축적할 수 있는 비율을 측정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 호에 밝혔다.
토양 탄소 축적 비율을 높이는 부엽토(腐葉土)
우리가 많은 양의 탄소를 흙으로 돌려보내고 싶다면, 미생물이 흙속에 있는 탄소를 소비할 때 나오는 배설물인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빠져 나가지 않도록 흙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농업의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처럼 흙을 갈아엎고 흙에 저장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시키는 농업을 바꾸지 못하면 절대로 토양의 탄소 비율을 높게 축적시킬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토양 내 탄소비율은 6%~10%의 수준이었고 장소에 따라 20%까지 측정되
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정도를 가지고 기후위기의 원인인 잉여탄소를 처리할 수 없다. 어떻게든 흙속의 탄소 비율을 지금보다 높게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데 과연 그 방법은 무엇일까?
흙속의 탄소비율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부엽토(腐葉土)다. 수십 년, 심지어 수세기 동안 흙 속에 안정적으로 머물러 있는 부엽토는 탄소를 함유한 복합분자로 구성되어 있어서 흙의 탄소 비율을 높인다.
그런데 부엽토가 흙속 미생물 등 흙의 생태계에 의해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과학자들 사이에서 부엽토의 탄소저장 기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부엽토가 저항성이 강한 흙속 탄소의 한 형태라는 점에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과학자들은 흙속에 탄소를 저장하는 것은 흙 알갱이, 즉 입단이라고 한다. 입단은 스스로 분해하는 물질을 미생물을 통해 만들고, 흙의 산소 상태를 유지하여 탄소분자가 효소(酵素)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한다. 때문에 그만큼 탄소를 흙에 저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흙 속의 미네랄도 효소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탄소 분자를 흡착하니까 탄소를 흙에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흙의 탄소 저장에 대한 과학자들의 견해는 지금도 계속 진화를 하고 있는데 분명한 사실은 흙속에 저장된 탄소가 흙속에 들어온 유기물(有機物)의 잔여물이 아니라, 흙의 보이지 않는 미생물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창조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부엽토는 약 60%의 탄소와 6%~8%의 질소로 구성되어있다. 아울러 인, 황, 철과 알루미늄 등 흙속 미네랄과 화학적으로 뭉쳐진 유기 및 무기복합물이다.
그런데 부엽토의 구성 물질은 탄소와 질소, 그리고 탄소와 황의 특정한 비율을 기반으로 한다는 설도 있고, 어떤 연구에 의하면 부엽토는 단지 질소가 활발하게 고정되는 것이고 인과 황을 용해하는 토양입단으로 이루어진 흙속에 있는 미생물 집합체 「마이크로 사이트」상태에서만 형성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다음 편http://www.m-economynews.com/news/article.html?no=39293에 계속됩니다 ]
윤영무 보도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