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한덕수 지지하는 희한한 국힘, 경선 뭣하러 했나

  • 등록 2025.05.07 1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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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무우선권 쥔 김문수 후보 단일화 반발...국힘 경선 후보들, 당 행태 맹비난
권영세 비대위원장 “11일 이후 한 후보 단일화땐 580억 못돌려받아 당 파산”
정치 전문가 “국힘 지도부 밑천 드러나...보수 궤멸 후 세 부류로 나눠질 것”

 

서울고등법원이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대선(6월 3일) 뒤인 오는 6월 18일로 연기한 가운데, 11일 후보등록 전에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며 조바심을 내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정당 후보를 스스로 교체하려는 지도부 행태에 불만을 품은 김문수 후보와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내부의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일정을 중단하자, 당 지도부가 무소속 한덕수 후보와 단일화에 적극 나서라며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3단계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정한 거대 당 지도부가 일개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마저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국힘 지도부, ‘경선 패싱’ 무소속 한덕수에 쩔쩔

 

지난 5일 김 후보는 “당이 심야에 낸 전국위원회·전당대회 소집 공고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나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며 “두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무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김 후보는 비대위 해체 권한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단일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 한덕수 후보를 먼저 찾아보겠다는 약속을 믿고 우리 당원과 국민은 (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 후보를 선택했다”며 “7일 전 당원을 상대로 단일화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면서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11일 이후 한덕수 후보로 단일화 될 경우, 무소속인 한 후보 지원에 580억원을 쓰고 못 돌려받기 때문에 당은 파산”이라고 강조했다. 11일 이후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한덕수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기호 2번을 쓸 수도, 국고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일정 중단 소동 이후 김 후보는 7일 한덕수 무소속 후보를 만나, 단일화 관련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무우선권 발동에 대해서는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전적으로 후보가 주도하겠다”고 요구했다. 당이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설문조사를 벌이겠다고 하자 초강수로 맞대응한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당내 단일화 불협화음을 두고 “당이 억지로 대선 후보를 교체한다면 경선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비용을 모두 변상해야 한다”며 “당헌·당규에 의해 선출된 후보를 교체하는 절차는 본인이 사퇴하지 않고서는 우리 당에 그런 규정은 없다”고도 지적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결국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저를 막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건가. 제가 2대1로 싸운 건가”라며 “국민들 보시기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서 제가 마음이 안 좋다”고 언급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6일 페이스북에서 한 전 대표를 향해 “지금 당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우리 당과 함께 이재명을 막을 의지가 있나”라며, “혹시 대선 패배 후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당권을 노리는 행보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합법적 국힘 최고지도자는 김문수”...한덕수 단일화에 목숨 거는 권영세-권성동

 

국민의힘 내홍으로 번지자 김 후보 측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를 향해 “한 후보는 단일화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김 후보의 오랜 최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더 이상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없다”며 “이 시간부로 국힘당의 실질적이고 합법적 최고지도부는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 권영세-권성동 지도부를 겨냥해 “한덕수는 김문수에게 단일화 요구를 할 자격이 없다”라며 “한덕수에게 남은 길은 후보 드롭(포기) 아니면 통 큰 양보다. ‘양권’은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더 이상 버티면 낯 뜨거운 불법행위에 대한 응징만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날 당원을 대상으로 제21대 대선 후보 단일화 찬반에 대한 여론조사를 강행하기로 했다. 여론조사는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된다. 처음 전화에 응답하지 못한 당원을 대상으로 1회에 한해 추가 전화가 발신될 예정이다. 설문 조항은 △단일화 필요성(필요하다, 안 필요하다) △단일화 시기(후보등록 전·후)다.

 

국민의힘이 분열되는 모습을 지켜본 민주당 황정아 선대위 대변인은 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바지 후보’를 뽑아 명분도 없는 단일화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 사기극이 폭로됐다”고 지적했다.

 

황 대변인은 전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단일화 문제가 논의된 것을 두고 “지도부와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한덕수 당이냐’라고 항변하는 김 후보를 ‘사기꾼’이라 매도했다”며, “국민의힘 경선은 내란 대행 한덕수를 후보로 추대하려는 대국민 사기극에 국민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련의 국힘 내홍 사태를 지도부의 임기응변식 자세가 일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박근혜 국정농단과 윤석열 비상계엄을 겪으면서 보수 정당이 문제진단 없이 상황만 모면하면 된다는 식으로 당을 운영했다. 그 결과 이번에 당권 유지에만 급급한 지도부의 밑천이 제대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국민의힘의 경선 과정을 보수의 궤멸로 판단했다. 이 교수는 “내란동조 세력인 권영세-권성동 지도부는 연이은 잘못된 판단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며 “향후 보수세력을 3가지 부류로 보면 김문수와 극우세력의 조합, 개혁신당 이준석에 의한 보수 결집, 이재명 후보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세력의 새로운 보수정당 창당 등으로 나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심승수 기자 sss23@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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