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승계를 준비하는 마음

2024.02.25 13:19:35

<박덕환 칼럼>

고령화로 인한 중소기업 1세대 경영인의 은퇴와 기업승계는 급변하는 기업환경 변화와 함께 숙명적 과제가 되고 있다. 아마도 계속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오너 경영자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젊은 나이에 사회에 첫발을 내 딛으며 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이 기업이 되고 규모를 갖춰갈 때의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 CEO의 평균연령은 53.2세이고 60세 이상 CEO의 비율은 24.4%에 달한다(중소벤쳐기업부, 중소기업실태조사).

 

중소기업 넷 중 하나는 이미 기업승계가 당면과제이며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기업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기업현장을 돌아보면 자제분들이 현장에서 일하고 그 부모님이 대표이사 또는 회장으로 경영을 이어가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는 2세에게 소유권과 경영권을 넘기는 경우가 많고 3대까지 가업 승계가 순조롭게 이루어진 기업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한, 갑작스런 창업주의 사망으로 나이 어린 자녀가 회사를 이어갈 수 없을 때는 창업주의 배우자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기업을 이어가는 사례도 많다. 문제는 그렇게라도 기업을 이끌어갈 수 없을 때가 가장 안타깝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주식회사 락앤락은 1978년 설립 후 투명하고 잘 깨지지 않으면서 밀폐력이 좋아 주부들이 선호하는 밀폐 용기 제조사로 유명세를 탓다. 그 후 국내 주방용품 1위 기업이자 전 세계 120여 개국에 밀폐 용기를 수출하는 글로벌 주방 생활용품 제조 및 유통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창업자 김준일 회장은 2017년 8월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가업 상속을 포기하고 외국계 사모펀드(Affinity Equity Partners)에 회사를 매각하는 결정을 내린다. 가업 승계를 포기한 데는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승계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외국자본에 넘겨진 현실이 못내 아쉽다. 미루어 짐작건대 상속에 따른 과도한 세금과 이를 감당해야 하는 후계자에 대한 걱정이 있었을 것이다.

 

기업상속의 걸림돌, 상속세!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높은 현실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상속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단골 메뉴다. 장수기업이 많다는 일본은 상속세율이 55%로 높지만, 비상장주식은 상속재산에 대해 10년간 100% 납세 유예를 해준다. 승계 후 5년간 80%라는 고용조건을 지키지 못할 때도 계속 유예되도록 하는 고용확보 요건의 탄력화 등 추가적인 개선조치를 통해 기업승계를 장려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유산을 기준으로 5단계 초과 누진(10~50%)에 과세하고 있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최고세율(25.3%)의 2배에 달하며, 이는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평가액에 할증평가(20% 가산)를 적용해 과세함에 따라 최대주주할증 평가 시 최대 60%의 세율처럼 적용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이 적용받는 약 60%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세계에서 가장 과중한 것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가업 승계 지원제도가 있지만, 업종 변경 제한, 최대주주 지분율 요건, 고용 유지 조건 등의 제약조건이 많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기업승계 현황과 전망

 

중소기업중앙회의 2022년 중소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600개의 중소기업 대표, 임원중 83.4%가 자녀에게 승계했거나, 승계 중이거나 승계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M&A를 통한 매각이나 제3자 승계방식, 폐업보다 가업 승계 예정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결과는 가업 승계 관련 제도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미래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리고 가업 승계 과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앞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막대한 조세 부담(76.3%)을 꼽았으며 가업 승계 관련 정부 정책 부족(28.5%), 후계자에 대한 적절한 경영 교육 부재(2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중소기업중앙회의 ‘2020 기업 승계 실태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되고 보다 긍정적으로 진전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년 전 조사에서 ‘막대한 조세 부담(94.5%)’와 ‘가업 승계 관련 정부 정책 부족(55.3%)’가 2022년 조사에서는 각각 76.3%와 28.5%로 낮아졌다. 그리고 ‘후계자 교육 부재(15.1%)’가 26.4%로 높아지는 등 가업 승계를 조세와 정부 정책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방법을 모색하는 기업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후계자 양성에 대한 교육 부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가업 승계의 긍정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장수하는 가족기업들의 실천사례에서도 후계자 선발과 훈련은 계획적이고도 치밀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정부에서도 “상속세 때문에 우리 기업 지배구조가 왜곡되는 측면이 있다”며 올해 세법개정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체계 개편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세제당국인 기획재정부는 2022년 10월 유산취득세 도입 법제화 방안을 놓고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으며 유산취득세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 오는 7월께 정부 세법 개정안에 담겨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상속총액을 기준으로 먼저 세금을 산정한 후 상속인들에게 재산을 배분하는 유산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상속액 수가 클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내야할 세금이 더 많아지는 구조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전체 유산이 아니라 상속인이 물려받는 유산 취득분에만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전체 상속액수를 상속인 수로 나눈 뒤 세율을 적용하는 만큼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세 부담의 완화는 기업승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보다 적극적인 가업 승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상속재산 역시 2000년 3조4,134억 원에서 2022년 56조4,037억 원으로 대폭 늘었다(통계청). 이처럼 고령층에 쌓이는 자산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소비와 소득 재창출 능력이 왕성한 젊은 층으로 흐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는 국가의 미래 경제를 어둡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세제 개편이라는 외부적 환경변화와 함께 기업 스스로도 후계자 양성, 1세대 경영인의 은퇴 준비, 순조로운 경영권 이양 컨설팅 수행 등 다양한 형태의 기업승계 방안을 고심할 때이다.

 


* 기업승계 지원기관

- 중소기업중앙회 가업 승계 지원센터

•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시행

• 차세대 CEO 학교(2세대 교육과정) 운영

• 기업승계 세제 관련 정보제공

• 이용 홈페이지 : https://www.kbiz.or.kr

 

- IBK M&A 센터(운영기관 : IBK기업은행)

• 중소기업 인수·합병 중개•주선 - 매도와 매수 희망기업 등록 및 관련 업무 지원

• 기타 : 기업승계 관련 컨설팅 서비스 제공

• 협업 : 매경미디어그룹, 중소기업중앙회

• 이용 홈페이지(연락처) : https://mna,ibk.co.kr(☎02 3425 4989)


박덕환
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연구 분야 :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 성공하는 기업승계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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