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 신유빈도 막지 못한 빙그레 ‘오너 리스크’

  • 등록 2024.09.24 16: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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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급증불구 ‘주가 6만2천대’까지 하락 우려 시장 반응
일감 몰아주기·배임경찰 폭행 등 오너 일가 도덕적 해이 심각

 

해외 여행객들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마셔본다는 바나나 우유는 최근 ‘삐약이’ 신유빈 선수(탁구 국가대표)가 모델로 발탁되면서 국내 젊은 세대에게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 로고 이미지처럼 빙그레는 지난해 영업이익 1122억원, 당기순이익 862억원을 기록하며 방긋 웃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4배, 3.3배 급증했다. 올 상반기 빙그레의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지난해의 589억원보다 11.8% 늘어났다.

 

하지만 빙그레의 업계 평판은 실적과는 정반대다. 오너 일가에 편중된 배당, 일감 몰아주기와 배임 논란, 오너 3세 갑질 파문 등이 논란거리다. 지난 6월 빙그레의 주가가 사상 최고가인 11만2100원을 찍기도 했지만 연이은 논란에 24일 현재 6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지난해 빙그레는 주당 2600원의 현금배당을 했다. 2022년 1500원에서 73.3% 키웠다. 배당 확대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건 다름 아닌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그의 삼남매였다. 지난해 기준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빙그레 주식 수는 362만527주(36.75%). 주당 2600원을 기준으로 삼으면 90억원이 넘는 돈을 배당 수익으로 챙긴 셈이다.

 

김 회장의 삼남매도 물류 계열사(제때)가 보유한 지분 19만5590주(1.99%)를 통해 5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김 회장의 몫을 합하면 오너 일가가 배당금만 100억원이다. 나머지 41.97% 소액주주가 받은 배당액 107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또한, 지난 12일에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과 전창원 대표이사가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피소됐다. 김 회장은 빙그레 지분 36.75%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동시에 이사회 내 사내이사로 직책을 맡고 있다.

 

빙그레 주주이자 고소인인 A씨는 김 회장과 전 대표 등 2명을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경남김해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에 따르면, 빙그레는 자사가 소유한 김해공장(경남 김해시 한림면 고모로 768)의 ‘주차시설’과 ‘사무시설’ 등을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약 25년 동안 ‘제때(jette)’에 무상으로 임차하면서 배임행위를 저질렀다.

 

 

동시에 물류업체 제때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졌다.

 

제때의 모태는 빙그레의 계열사였던 정보처리시스템 업체 '키스크'다. 2000년 9월 빙그레가 보유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계열사에서 빼버린 키스크는 그해 12월 '선일물류'와 합병을 통해 물류사업에 진출했다. 인수·합병 후 케이엔엘물류로 이름을 바꾸면서 2007년 다시 빙그레의 계열사로 편입했다. 제때로 사명을 변경한 건 2016년이다.

 

김 회장의 삼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가족회사 제떼는 그간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받고 급격하게 성장해왔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2022년까지만 해도 비중이 적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빙그레 오너 일가가 인수한 직후 일감 몰아주기로 규모를 키워온 제때는 최근까지도 빙그레와 내부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올해 3월 사장에 취임한 1983년생 김동환 사장의 돌출 행동이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달 14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는 지난 6월17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서 술에 취한 채 소란을 피우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수차례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낸 빙그레가 주가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김 사장과 빙그레의 기고만장한 태도다.

 

사건이 일어난 뒤 두달동안 쉬쉬하다가 김 사장이 재판에 넘겨졌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에야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문만 내놨다. 빙그레 역시 인사위원회 소집 등 어떤 징계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이자 윤리강령 위반이다.

 

최근까지 김 사장이 그간 유력한 빙그레 경영권 승계 후보로 꼽혀왔던 만큼, 재계 안팎에선 비판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현재까지 김 회장이 건재하고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해 지마켓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차남인 김동만 전무가 현재 해태아이스크림에서 생산혁신 총괄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장녀 김정화는 계열사 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 전무가 차기 경영 후계자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심승수 기자 sss23@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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