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는 열쇠는 밥상 위에 있다

  • 등록 2024.11.24 11: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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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성장이 눈부시다. 게다가 ‘스마트 APC’도 기대된다. 하지만 핵심을 놓쳐선 곤란하다. 농산물 가격 폭・등락은 매해 반복된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힘겨운 일이다. 지방도매시장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공영도매시장과 함께 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농산물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과 정보 부족이 문제의 본질이다. ‘스마트 APC’ 및 ‘스마트 마켓’ 구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다양한 거래 방식을 도입해 유통 구조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가 능사인가

 

최근에 정부는 온라인도매시장 매출액이 연내에 5,000억 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기존 농산물 유통 구조의 복잡성과 비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출범하였다. 많은 예산을 갈아 넣고 집중적인 부양 정책을 펼친 결과, 지난 6월 누적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한 데 이어 8월 20일 2,000억 원, 10월 15일 3,000억 원을 기록한 후, 한 달 만에 4,000억 원을 돌파했다. 거래 품목도 39개에서 136개로 늘었으며, 계란(495억 원), 양파(272억 원), 사과(268억 원), 쌀(256억 원) 등 주요 품목의 거래액이 두드러진다.

 

설립 초기에는 농산물만 거래했으나, 올해 5월부터 수산물로 품목을 확대하며 거래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판매자 가입 요건을 연 매출 기준 5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완화한 것이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도매시장은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로,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반품 요구 등 거래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강제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기존 공영도매시장은 유통 단계가 많아 유통비용이 높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도매시장을 도입하여 유통 단계를 축소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며 유통비용을 절감하겠다고 했다.

 

매력적인 방안처럼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면 현재와 같은 중앙집권식 온라인도매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기후위기 대응, 지역경제 활성화, 탄소중립 실현,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익 증대 등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운영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외된 지방도매시장

 

온라인도매시장은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과의 상생이 중요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 간 데이터 공유와 물류 네트워크 통합 운영, 시장별로 차별화된 수수료 정책 등을 통해 두 시장이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스마트 APC(Agricultural Products Processing Complex, 농산물산지유통센터)’ 100곳을 구축하고, 가락시장에 시범 도입된 전자송품장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농산물 유통과 물류의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중앙정부 중심의 단일 온라인도매시장 체계에 국한되지 않고, 각 지방도매시장이 온라인도매시장을 개설・병행하여 운영해야만 유통과 물류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야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현, 지역경제 활성화, 생산자와 소비자 편익 증대, 그리고 가격 안정까지 다방면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같은 지역 소비자에게 빠르게 전달될 수 있는 지역 기반 농산물 유통과 물류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신선도 유지, 비용 절감, 소비자 만족을 위해 필수적이다.

 

유통과 물류가 결합되고 연동되어 서로의 역할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생산자로부터 유통인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여러 단계의 활동인 유통과,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최소의 비용으로 원하는 장소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물류의 공통 분모는 무엇일까? 흐름이다. 유통여수(流通如水)라 했다. 즉, 물과 같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다. 유통 따로 물류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유통은 보다 폭 넓은 범위의 물류와 함께 매끄럽게 흘러야 한다.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이 각각 온라인 시스템을 갖추고 지역 수요와 공급을 직접 조율하면 병목 현상 없이 효율적인 분산형 물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전국에 100곳이나 구축되는 ‘스마트 APC’와 각 공영도매시장의 수요를 연계하면 실시간으로 물류 상황을 파악하고 생산지와 소비지를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 물류와 유통의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경제도 살려야 한다

 

지역 도매시장 중심의 디지털 전환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지역 도매시장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지역 단위의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면 가격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역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을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는 문화도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하고 더 투명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며, 지역 내 농산물의 공급 과잉이나 부족 문제를 원활하게 조정할 수 있다.

 

게다가 온라인 시스템 운영과 스마트 물류 시스템 확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데이터 관리, 물류 인프라 구축, 플랫폼 관리 등에서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경제의 기반을 강화한다. 지역 자원이 활용되고, 지역 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지방자치와 경제적 자립도가 향상된다.

 

중앙정부는 ‘스마트 APC’ 및 ‘스마트 마켓’ 구축을 통해 효율적인 유통과 물류의 기본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편, 각 지역 도매시장 운영을 기술적으로 지원하여 지역 도매시장이 디지털 전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농산물 생산-유통-소비 체계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APC’와 연계된 각 지역 도매시장의 디지털 전환과 더불어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할 또 하나의 필수 사항이 있다. 전국 공영도매시장의 거래 정보를 고도화하고 전파하는 공공데이터 제공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농업 각 분야의 데이터를 연계해 생산-유통-소비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수급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프랑스의 경우 농산물 가격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제공하기 위해 농림식품부 산하의 정보조사기관인 ‘프랑스 아리메(France AriMer)’를 운영하고 있다. 약 1,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프랑스 아리메는 프랑스 전역에 16개의 지역본부를 운영하며 농수산업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여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산하 조직으로 시장정보네트워크(RNM, Réseau des Nouvelles des Marchés)를 설치하여 조사 전문 직원 70명이 프랑스 전국의 농산물 가격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된 데이터와 정보는 프랑스 농업정책의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생산자, 유통인, 소비자 등에게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며 프랑스 농산물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밥상 위의 열쇠

 

최근 11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배추 가격 급등으로 촉발된 ‘금배추’ 현상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례적인 고온 현상으로 인해 가격 예측이 어려웠다는 점을 들어 해명하며 대응 방안을 약속했다.

 

이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산물 가격 폭・등락과 유통비용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인공지능)와 데이터 연계 강화를 중심으로 한 유통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핵심을 놓쳤다. 농산물 유통 구조의 비효율성과 정보 부족이 문제의 본질이다.

 

현재 농산물 유통정보는 도매시장 경매제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정보 활용에 한계가 있다. 경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공개하고는 있으나, 소매시장 및 직거래 등 다른 유통 채널과 연계되지 않아 데이터 활용도가 떨어진다. 이로 인해 농산물 수급 조절과 가격 변동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기 어려우며 가격 폭・등락이 반복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경매제도 외에도 다양한 유통 방식을 도입하여 정보 수집과 활용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농산물 유통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과 제도적 혁신이 결합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자송품장, 스마트 APC, AI 기반 예측 시스템, 데이터 수집 및 정보 전파 시스템 등을 통해 유통 및 물류 과정을 디지털화하는 한편,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해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유통 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이러한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면, 농산물 가격의 폭・등락과 유통비용 증가 문제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게 된다. 경제를 살리는 열쇠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 위에 있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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