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K-소프트파워로 위기 속 기회를 찾자

  • 등록 2024.12.16 1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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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혜숙 공공식료사회연구소 소장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하는 세계 경제는 암울하다. EU의 무역 장벽 또한 계속 높아만 간다. 그런데 이런 복합위기에 대처하기는커녕, 윤석열은 나 몰라라 제 부부만 지키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총칼로 짓밟힌 1980년의 광주를 떠올리며 국민은 몸서리쳤다. 다행히 분연히 일어선 민심 앞에 그는 톡톡히 역사적 심판을 받을 것이다. 80년 광주 시민군의 식량이었던 ‘주먹밥’, 작가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주먹밥’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주먹밥’처럼 K-문학과 K-푸드의 결합으로 새로운 K-소프트파워 시대를 열자. 함량 미달의 대통령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실추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도 유익할 것이다.

 

◇트럼프가 몰고 올 경제 파동

 

2025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 세계 경제는 복합적인 위기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강화되는 글로벌 ESG 규제는 한국 경제에 큰 도전 과제를 안겨줄 것이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 경제 둔화는 우리나라의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JP모건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7%로 하향 조정하며 미국의 관세 인상과 중국 성장 둔화가 한국의 수출과 산업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경고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며 성장률이 1%대로 둔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역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8~2.0%로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불확실한 세계 경제 속에 한국 성장률 하락이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0~20% 수준의 보편관세 도입을 실행하면 우리나라 농식품의 미국 수출에 타격이 클 것이다. 식품의 원・부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강달러 기조는 수출 악재로 작용하고, 가격경쟁력 약화는 농식품 수출 둔화로 이어지게 된다.

 

◇점점 높아지는 EU의 무역 장벽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공급망 실사법(CSDDD)’은 한국 농식품 수출에 추가적인 무역 장벽을 만들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수입 제품에 추가 비용(탄소세)을 부과하는 제도로, EU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탄소 배출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2023년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초기에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고탄소 배출 산업을 대상으로 적용되며,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보고하고 이에 따른 탄소세를 부담해야 한다.

 

‘공급망 실사법’은 EU가 2027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법안으로,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과 인권 문제를 점검하고 관리하도록 의무화한다. 자사뿐 아니라 협력사와 하도급 업체까지 지속 가능성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며,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 법은 기업의 공급망 관리 비용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활로는?

 

한국은 미국 관세 강화에 대한 대응으로 농식품 수출 시장 다변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이외의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여 수출 의존도를 분산하고, 단순 원료나 저가 제품에서 벗어나 유기농, 친환경, 기능성 식품 등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여 가격 경쟁력 약화를 상쇄해야 한다.

 

또한 미국 내에 생산 시설을 건립하거나 현지 기업과의 합작 투자를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고 현지 시장 접근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EU의 환경 규제에 대해서는 친환경 생산 체계를 구축, 협력사와 하도급 업체를 포함한 공급망 투명성 확보, 유기농 인증과 공정무역 인증 등 지속 가능한 인증을 획득해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플라스틱 대신 생분해성 소재나 재활용 가능 포장재를 사용하며 환경 라벨링을 통해 친환경성을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 저탄소 식품 등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과 스마트 농업 기술 도입을 통해 품질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디지털 마케팅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접근성을 강화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농식품 산업의 새로운 전략

 

환경과 인권 등의 문제로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사까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한국 농식품 산업은 또 하나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위기에 직면했지만, 다행히 한국의 소프트파워(softpower)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소프트파워는 군사력・경제력・자원 등의 강제력을 통한 하드파워(hardpower) 대신 문화・지식 등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연성 권력’을 뜻한다.

 

소프트파워를 객관적 수치로 따져봤더니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했다는 IMF의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2021년 한국의 소프트파워지수가 1.68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일본(1.25), 독일(1.18), 중국(1.17) 등 순이었다. 미국은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 이어 7위였다. 이는 K-팝, K-드라마, K-푸드, 그리고 K-문학으로 이어지는 다각화된 문화 콘텐츠가 한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K-푸드의 글로벌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은 2019년 95억 달러에서 2020년 98억 달러, 2021년 114억 달러, 2022년 120억 달러, 2023년 121억 달러를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밥, 불닭 등 K-푸드는 농식품 수출의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고, 한국 전통 장류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렇듯 한국 전통 음식과 장류는 K-소프트파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12월 3일 한국의 전통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적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장 담그기 문화를 밥과 김치와 함께 한국 식단의 핵심 요소로 평가했다. 이번 등재는 단순히 한국의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장류의 글로벌 시장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 장류 제조 방식은 단순한 음식 제조법을 넘어선 문화적 행위이자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미 고추장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전통 장류는 유네스코의 인정으로 국제적 신뢰를 확보했으며, 발효음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 K-푸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3년 기준, 고추장은 수출액 6,192만 달러를 기록하며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는 2020년 대비 17.8% 증가한 수치로 전통 장류와 소스류의 총 수출액은 3억8,4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K-푸드의 글로벌 인기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K-문학과 K-푸드의 결합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농식품 산업 구축, 문학과 음식의 융합은 물론이고, 글로벌 ESG 규제에 대응하는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경제적 안정과 문화적 영향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K-문학과 K-푸드의 결합은 새로운 형태의 K-소프트파워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주먹밥’ 또한 새로 발굴할 K-푸드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알려졌다시피 농산물 몇 가지를 늘어놓고 좌판 장사하던 상인들은 물론, 중년의 여성들은 광주 항쟁 동안 시민군을 위해 ‘주먹밥’을 빚었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주먹밥’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트럭 위로 김에 싼 주먹밥과 물과 딸기를 올려주던 여자들, …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이, 부서져 피 흘렸던 그 심장이 다시 온전해져 맥박 치는 걸 느꼈습니다.”

 

헌혈하러 늘어선 행렬, 목청껏 부르던 애국가와 아리랑, 그리고 겨우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단순한 주먹밥이 항쟁 기간 내내 사람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며, 공동체성을 확인시켜 주었던 것이다.

 

이렇듯 ‘주먹밥’에 깃든 의미를 되새기면서 문학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한국 농산물의 가치를 글로벌 시장에 새롭게 전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채식주의자》에서 영감을 받은 채식 요리나 《소년이 온다》 속 광주 음식을 테마로 한 메뉴를 개발하고, 음식을 통해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상품과 연계하는 것이다.

 

한강 작가의 작품 배경 지역과 연계한 미식 관광 프로그램과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농산물 브랜딩도 효용성 높은 K-문학과 K-푸드의 결합일 것이다. K-문학과 K-푸드의 결합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가치를 세계에 전달하는, 깊이 있고 여운이 오래가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기반 농업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가 된다.

 

2025년의 복합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K-소프트파워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한강 작가의 ‘주먹밥’처럼 역사적・문화적 상징성을 가진 K-푸드는 한국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강력한 매개체로 작용할 것이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있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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