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등에 논평을 내지 않던 중국 정부가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 를 거부하는 대국민 담화에 대해 "한·중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례적인 비판 성명을 냈다. 우방국의 내정 문제라며 거리를 뒀던 중국이 윤 대통령의 두 번째 담화에 발끈한 이유는 윤 대통령이 이 담화에서 무려 4차례나 중국을 언급하며 심기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관련 상황에 주목했다. 한국 측의 언급에 깊은 놀라움과 불만을 느낀다"면서 "한국 측이 내정 문제를 중국 관련 요인과 연관 지어 이른바 '중국 간첩'이라는 누명을 꾸며내고, 정상적 경제·무역 협력을 먹칠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이는 한.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야권이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중국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2년 이상 한국 내 군사시설들을 촬영한 중국인 2명이 최근 적발된 일과 지난달 드론으로 국가정보원을 촬영하다 붙잡인 40대 중국인 사례를 들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 발언이다. 기자의 담당 분야인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또 한 번 윤 대통령은 중국 언급하며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 나라를 지배할 시에 원전 산업,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미래 성장 동력을 고사될 것이고,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 산림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이 말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정말 중국의 녹색 산업은 우리 강토를 어지럽히는 난개발로 이어질 것인가.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윤 대통령의 위험한 상상일 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주장은 윤 대통령의 그릇된 현실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 질이 떨어진다는 건 편견
그렇다면 우리가 왜 중국산 태양광 패널 비중이 높은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사실 중국산 패널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서 중국과 관계를 위해 태양광 패널 수입을 급격히 늘렸다고 이야기 하고 싶겠지만, 사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늘어난 건 기술이 우리보다 한참 뛰어난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한 환경단체 연구원 A는 "중국의 녹색 산업은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 하다. 중국은 리더가 한 번 길을 제시하면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무조건 전진을 한다. 시진핑 주석이 녹색 산업 육성을 이야기한 뒤 곧바로 녹색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고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 우리 제품이 앞서 있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태양광 패널 뿐 아니라 전체적인 녹색 산업이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제 녹색 산업 선진국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중국 제품이 싸고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이미지는 편견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발간된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웨이퍼의 97.2%, 폴리 실리콘 생산능력의 88.2%, 태양전지(셀)의 85.9% 및 모듈의 78.7%의 생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소재 공급부터 중간소재, 완성품까지 모든 분야에서 공급 비중의 70%를 넘어 섰다.
반면, 한국의 녹색 산업은 그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녹색 산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R&D 등 연구 개발 역량도 저하되고 세계와 경쟁하기엔 기술력도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국내 태양광 패널 중 중국산 비중은 74.2%나 됐다. 최근 4년 간 비중이 2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국산 패널 비중은 2019년 50.2%에서 지난해 25.1%로 크게 줄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중국산 비중이 크게 늘어나 자신의 손으로 사인한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중국산 패널이 산림을 정말 파괴했을까
지난 2021년 산림청이 공개한 태양광 목적 산지전용 허가면적을 보면 2016년 529ha로 최대치를 이룬다. 이후 큰 폭으로 산지전용 허가 면적이 줄어 지난 2021년에는 32ha까지 축소됐다.
태양광 패널이 산림을 파괴하고 있다는 가설은 사실일까?
산지전용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폭발적으로 늘다 환경파괴 논란이 심해졌다. 그러면서 경사도 등 전용 규제가 강화됐다. 산림청 허가가 엄격해져 2018년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산림청 산지전용허가 경사도 기준은 강화됐다. 기존 25도에서 15도가 됐다. 2018년에 생긴 변화다. 또한 환경부는 백두대간, 보호생물종 서식지 등 생태자연도1등급 지역을 '회피지역' 규정했다. 경사도 15도 이상 지역 '회피지역' 규정, 동물 이동로 능선 등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지역'으로 규정했다.
태양광 산지전용 문제가 불거지려면 태양광 패널 설치가 산사태를 유발한다는 가설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지난 2020년 8월 산림청은 전국의 산사태 피해지역 1548건(627ha)에 대한 분석결과를 내놨다.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피해는 총 12건으로 전국 산지 태양광 허가 건수 1만2721건의 0.1%에 불과하고 전체 산사태 발생 건수 1548건 대비 0.8%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호 당시 산림청장은 "산사태는 산지 태양광시설과는 깊은 관련성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신규 태양광 (용량) 중 임야 태양광 비중은 26%였으나, 2024년에는 3%로 급감했다. 이는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가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규모별(0.7~1.2) → 0.7 → 0.5)되면서 정부가 임야 태양광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즉, 현재 임야에서의 태양광 보급은 사실상 제한된 상황이다.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2020년까지 국산과 중국산 패널 비중은 1.8:1로 국산이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2:3으로 역전됐다. 이는 두 가지 원인 때문이다.
첫째 국내 태양광 보급 용량의 감소다.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와 같은 비합리적인 규제로 인해 신규 태양광 사업이 위축됐고 그 결과 시장 수요가 줄어들었다. 둘째 국내 기업들이 중국산 태양광의 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정책적 불확실성을 피해 미국 등 해외로 투자를 옮기고 있다.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왜 중국을 콕 집었을까
윤 대통령이 자신의 비상 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해 가진 담화에서 난데 없이 왜 중국을 끌어 들였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평소 윤 대통령이 내보낸 메시지에서 해답을 찾아볼 수는 있다.
서울 모 대학 정치학과 D교수는 "윤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 중국을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우리 국민들, 특히 청년층에서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혐오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이용하려 한 것으로 풀이 된다"고 분석했다.
D교수는 이어 "외부의 적이 강해지만 내부적으로는 단결이 되는 것이 보통"이라며 "중국에 화살을 돌려 국민들의 정서를 하나로 모으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도 중국을 끌어들여 비판 여론을 희석시키려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국내 환경 산업은 큰 틀의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원전 사업이 올스톱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앞장서 키워왔던 정책이기에 반대 여론이 커질 것이다.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도 파열음이 들릴 수 있다.
동해안에 가스 및 유전이 있다는 전제 하에 벌어지고 있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벌써부터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삭감했다. 산업부는 자체 예산을 가지고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나 장기적 관점에선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내년 초로 예정돼 있는 첫 번째 시추 작업에서 유전이나 가스전을 발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희망적인 발표 속에서도 시추 성공률은 20% 정도다. 앞으로 5번 정도는 더 파봐야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첫 시추 이후 두 번째 시도를 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정확하지 않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재생 에너지가 아닌 화석 에너지 시대로 후퇴하자는 계획으로 많은 환경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여기에 대통령마저 자리를 비웠으니 더욱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전체적으로는 녹색 에너지 사업에 보다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태양광 패널 경쟁력은 지난 2008년부터 정부 지원의 폭발적 강화에서 출발한다. 이후 급속도로 발전의 길에 접어 들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녹색 산업에 대한 투자를 말했다. 하지만 시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환경 단체들은 "그 때부터 대규모 투자와 함께 개발이 시작됐다면 지금쯤 한국도 재생 에너지 기술이 선진국 수준이 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을 향해 난데 없는 날을 세운 윤석열 대통령. 중국은 더 이상 떨어지는 기술을 싼 가격으로 만회하는 후진국이 아니다. 우리 나라 태양광 발전에 중국이 크게 앞서 있는 것은 그만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편견 속에 갖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상상은 매우 위험한 폭발력을 안고 있는 것이다.
최재빈 기후솔루션 정책활동가는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합리적 규제 개선으로 태양광 보급 확대 및 자국 태양광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점에 이견은 없고 세계의 정책 방향 역시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언에서 확인된 바와 같은 윤석열 정부의 그간 정책은 그 방향에 역행했는데) 곧 발표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통해 정부의 명확한 의지와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내 상황이 혼란스럽더라도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 활동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