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과 개헌,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

  • 등록 2024.12.31 13: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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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창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상임이사

 

한국 사회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12월 말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4주가 되지만, 계엄의 우두머리는 용산에 똬리를 틀고 있고,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환율은 치솟고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이뤄지긴 했지만, 대통령 직무대행은 위헌심사에 필요한 3명의 헌법재판관들을 임명하지 않고 있고, 대통령은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대한민국의 위험지수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박근혜 前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 8년 전보다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보인다. 2016년에는 대통령과 정부여당도 잘못을 인정하고, 순순히 탄핵의 절차에 동의하고 대다수의 국민들도 한목소리를 내 국론이 크게 분열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8년전에는 계엄 모의가 있었다고 전할 뿐이었지만, 이번에는 특수군 장병들이 완전 무장을 하고 국회에 난입했고, 국회의 주요인사들을 납치·감금하려는 지시까지 확인됐다.

 

심지어 발포를 해서라도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는 섬뜩한 대통령의 명령까지 확인되고 있다. 8년 전보다 수백배, 수천백 더 엄중하고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갈등과 분열로 추락하는 대한민국

 

하지만 대통령은 통치행위였다고 강변하면서 국론마저 분열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분명히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서도 수사는 회피하고, 정부와 여당은 헌법재판관들을 임명을 않도록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위기를 부추키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이 국민들과 함께 싸우겠다고 함으로써 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수의 국민들과 여당을 부추키고 있다. 이미 분열과 갈등이 심한 우리 사회가 이번 탄핵사태을 계기로 더욱 증오와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듯 하다. 무엇보다 사회통합에서 앞장서야 할 대통령과 정당이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더 이상의 갈등과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헌법재판소의 빠른 탄핵심판이 진행되어야 하고, 국민들은 그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빠른 탄핵심판을 위해 결원이 된 3명의 재판관들이 채워질 수 있도록 협력하고, 대통령은 수사를 받아들여야 한다. 법과 원칙을 통해 사회질서를 세우도록 하는 것은 보수의 제1원칙이자, 정언명령이다. 보수를 자처했던 대통령과 여당은 스스로 보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75%가 탄핵에 찬성하고, 71%의 국민들이 이번 계엄사태가 내란이라고 답했다(12.13, 한국갤럽여론조사).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미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데, 9명의 헌법재판관들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가 하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탄핵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비판과 불만들이다. 한국사회의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전환을 위해서는 특검을 통한 빠른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빠른 탄핵심판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국민들이 주도하는 헌법개정 3단계 방안

 

1987년 민주화운동과 그 결실로 전면적인 헌법개정이 이뤄졌고, 제6공화국이 설립됐다. 6공화국 헌법 아래 7명의 대통령이 나왔지만 대체로 불행한 모습을 보였다. 7명중에 3명이 탄핵절차에 들어갔고, 3명은 중형을 받고 수감생활을 했으며, 1명은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이후이긴 했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현재의 대통령도 내란죄로 탄핵과 중형의 위기에 몰려 있다. 불행한 한국 현대사의 단면들이다. 전문가들은 승자독식의 정치구조에 불행의 원인이 있다고 진단하고, 갈등을 완화하고 권력을 분점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헌법개정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치권들은 수수방관해 왔다.

 

오늘날의 계엄과 탄핵사태는 대통령 부부의 독특한 캐릭터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키는 법과 제도에도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법에 따른 탄핵절차를 진행하면서도 동시에 한국사회의 고질병의 원인이 된 헌법개정을 통해 새로운 사회질서와 제7공화국을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 헌법개정을 맡겨 둘 경우에는 지난 과거에 본 것처럼 이전투구를 거듭할 뿐, 사회적 합의를 만들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 대신에 국민들이 주도하는 헌법개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덕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소극적인 태도와 국민의힘의 반대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비판여론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때문에 헌법재판소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단계별 헌법개정을 통해 국민들의 판단과 선택을 확인하자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

 

제안되는 헌법개정의 1단계는 헌법부칙의 2가지 조항만 신설하자는 것이다. 하나는 이 헌법개정과 동시에 현 대통령의 임기를 종료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주도로 전면적인 헌법개정을 2026년 연말 혹은 새로운 대통령 취임으로부터 2년 내로 못을 박자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2년 내에 전면적 개헌을 하고, 제7공화국을 열지 않으면 위헌이 되니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만약 개헌 논의 중에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진다면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5·18의 전문수록과 함께 ‘국민주도의 2년내 개헌 국민투표’를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진행하면 된다.

 

2단계는 ‘국민주도 개헌’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는 ‘개헌절차법’을 마련하는 일이다. 1948년 헌법을 제정한 이후로 국민주도의 헌법개정은 우리 역사에서 생소하다. 정치적으로 유력한 정당과 정치인들이 밀실에서 만들었지 국민들과 공론화를 거쳐 만들어본 역사는 없다. 개헌절차법에서는 국민주도의 개헌을 어떤 방식으로 할 지를 국민들과 정당들의 협의로 만들어야 한다.

 

3단계는 차기 대통령이 선출된 다음에 2년 정도의 국민들의 숙의와 토론과정을 거쳐 자치분권, 균형발전, 국민주권, 복지국가, 행복사회 등의 가치를 실현할 전면적인 헌법개정을 하고 제7공화국 시대를 여는 일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용어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약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인식과 노력에 따라 추락할 수도 상승할 수도 있는 카이로스의 시간이기도 하다. 한밤중의 갑작스런 계엄을 국민들의 용기로 지혜로 막았던 것처럼 새로운 시대가 담대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 제7공화국을 위한 헌법개정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람과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공생을 만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편집국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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