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정부 탄소 배출권 거래제, 기본 계획부터 잘못됐다"

  • 등록 2025.01.03 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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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배출권 거래제 계획 발표..."재출권 가격 정상화·기업 자발적 감축 노력 이끌기 힘들어"

 

기후솔루션 등 6개 환경 단체가 정부가 발표한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환경 단체들은 "이번에 발표 된 소극적인 정책방향으로는 배출권거래제의 고질병인 배출권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또한 배출권 가격의 정상화나 기업의 자발적 감축을 촉진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배출권 거래제를 정착 시키고 탄소 중립 목표를 진성성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보다 과감하게 배출허용총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탄소누출업종에 대한 유상할당 전환을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정부의 기본 계획은 수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배출권거래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던 시민사회계는 이 같은 정부의 기본계획이 2030 NDC 감축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배출허용총량을 유지하고 탄소누출업종에 대한 유상할당 도입을 미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 했다.

 

다음은 환경 단체 입장문 전문.  

 

지난 12월 31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기업 탄소경쟁력을 견인하겠다며 향후 10년간(2026~2035)의 목표와 정책방향을 담은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기본계획은 배출허용총량 설정을 일부 강화하고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극적인 정책방향으로는 배출권거래제의 고질병인 배출권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배출권가격의 정상화나 기업의 자발적 감축을 촉진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배출권거래제를 정착시키고 탄소중립 목표를 진정성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보다 과감하게 배출허용총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탄소누출업종에 대한 유상할당 전환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정부의 기본계획은 수정되어야 한다. 

 

정부가 밝힌대로 배출권 공급 과잉 문제는 해결되어야 할 우선과제이다. 한국의 배출권 가격이 국제사회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톤당 7천원 대로 급락하는 등, 공급 과잉은 배출권 시장에서 정상적인 가격 형성을 어렵게 한 요인이었다. 배출권의 공급과잉과 낮은 가격은 기업의 선제적인 감축을 유인하기는 커녕, 다배출기업이 감축 실적 없이도 잉여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보게 하는 제도의 역기능마저 초래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배출허용총량 강화를 위해 4차 할당계획 기간(2026~2030)에는 그간 배출허용총량 외로 편성하던 ‘시장안정화 예비분’을 배출허용총량 내로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안정화 예비분의 비중이 매우 작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배출허용총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 부합하기 어렵다. 제3차 계획기간(2021~2025)만 보더라도 배출권총수량 30.7억 톤 중 시장안정화예비분은 1,400만톤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 3년(2021~2023)년 간의 배출권 공급 과잉분은 6천만톤 이상으로 5년간의 시장안정화예비분(2021~2015)의 4 배가 넘는 실정이다. 따라서 시장안정화예비분을 배출허용총량 내로 포함해 공급과잉을 해소한다는 것은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부는 또한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하고, “발전 외 부문은 업계 경쟁력, 감축기술 상용화 시기 등을 고려해 유상할당 상향 수준을 조정”하며 “5차 할당계획 기간에는 탄소누출업종도 산업보호 조치를 도입하면서 유상할당 대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한 책임이 있으면서도 배출권을 무상할당 받고 있는 철강 등 산업 부문에 대한 유상할당 도입 검토를 제5차 계획기간(2031~2035)으로 미룬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폭 상향’하겠다는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최소한의 상향 범위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이미 유럽연합,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발전 부문에 대해 100% 유상할당을 도입했으며 이 중 유럽연합은 탄소누출업종에 대해 2026년부터 유상할당 비중을 점차 늘려 2034년까지 유상할당을 100%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2026년부터 탄소누출업종에 대한 유상할당을 개시하지 않는다면, 향후 10년간 철강과 같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상 업종은 유럽연합과의 유상할당 격차로 인해 최소 800억원 상당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탄소누출업종에 유상할당을 도입하여 확보한 재원은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을 지원하는 기후대응기금으로 쓰일 수 있음에도,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향후 5년 이상은 유럽연합에 무역관세로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탄소누출업종의 감축을 촉진하고 탄소무역관세를 국가 재원으로 되돌리기 위해 탄소누출업종에 대한 유상할당 도입을 제4차 계획기간으로 앞당겨야 한다.

 

배출권 공급 과잉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배출권거래제의 감축목표를 상향조정하는 것이다. 이미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배출권거래제 감축 목표를 국가 감축목표보다 강화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제5차 계획기간, 즉 10년 이후에나 배출권거래제 감축목표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보다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제4차 계획기간에 해당하는 2030 NDC는 기준연도를 총배출량, 목표연도를 순배출량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를 순배출량으로 통일할 시 정부가 공표한 2018년 대비 40%가 아닌 36.4%만 감축하는 셈이 된다. 이는 지난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관의 다수(5인)가 위헌이라 지적한 사항이기도 하다. 정부는 제4차 계획기간 동안 적어도 2030 NDC 대비 감축률을 3.6% 강화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 확정을 통해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정부의 책무를 방기하고 이후 정부와 세대에게 막대한 부담과 책임을 지우는 그 동안의 행태를 반복했다. 2030 NDC 감축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배출허용총량을 유지하고, 탄소누출업종에 대한 유상할당 도입을 미루는 등 현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 책임있는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더욱이 현 정부가 전대미문의 국정 혼란과 공백을 초래한 상황에서, 책임지지 못할 향후 10년의 계획을 내놓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향후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은 보다 과감하고 책임있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정철우 기자 butyou@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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