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오는 25일 종결하기로 결정하면서 3월 11일 전후로 최종 선고가 날 전망인 가운데, 2개월이 넘는 심판 절차에서 나온 결정적인 장면을 바탕으로 향후 탄핵정국은 어디로 갈 지 짚어보자.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포고로 지난해 12월 14일 두 번째 표결 결과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204명이 찬성하면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탄핵소추의결서가 송달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개시됐다.
탄핵 심판 내용이 군경을 동원한 계엄 실행과 이 행위가 국헌 문란인지 등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위헌·위법을 따지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개인적 정치 성향과 진영 논리를 따르기보단 법에 근거한 논리로 결론을 낼 것으로 헌법학자들의 분석하고 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10차 변론을 마무리하면서 “양측 대리인의 종합 변론과 당사자의 최종 의견 진술을 듣겠다”고 고지했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때로부터 73일 만이다. 윤 대통령과 국회 양측 모두 이 결정에 별다른 이견 없이 수용했다. 변론 종결부터 선고까지는 다른 변수가 없다면 약 2주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尹측, 탄핵심리 내내 비상계엄 정당성 주장... 결정적 증인과 증거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탄핵심판 과정에서 아무런 반성도 없이, 계엄선포와 지시 내용은 '남 탓'이라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 측은 여전히 탄핵심리 내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월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직접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국회 정치 활동 무력화’ 의혹과 관련된 비상입법기구 설치를 지시한 적도, 계엄 해제 요구를 의결하려던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하에서도 결코 제한할 수 없는 국회와 지방의회의 의정활동과 정당활동을 금지하고 국회권능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또,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직업의 자유, 정당설립과 활동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신체의 자유와 영장주의 등 국민의 기본권 침해하는 행위를 지시했다. 일부 증인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CCTV 등 영상이 고스란히 증거로 담겨져 있다.
가장 큰 쟁점은 국회에 특전사를 투입한 윤석열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여부였다. 탄핵심판 증인들 가운데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분명히 그렇게(끌어내라고) 들었다"고 윤석열의 면전에서 증언했다.
이에 윤석열은 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다 잡아들이라고 한 대상도 "정치인들이 아니라 간첩이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두 번이나 증인으로 나온 홍장원 전 차장의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라"라는 말을 들었고, 이후 여인형 전 사령관이 전화해 "체포자 명단을 불러줬다"라는 기존 진술을 이어갔다.
조지호 경찰청장 또한 앞선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6차례 전화해 ‘들어가는 의원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는 취지의 지시를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날 조 청장은 형사재판을 이유로 줄곧 답변을 거부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밝히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고 했다.
궁지에 빠진 윤석열 변호인 측은 이후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을 때 들었다는 말이 ‘의원’이라고 했다가 ‘요원’이나 ‘인원’으로 바꾸었고, 이 또한 통하지 않자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전화해 다 잡아들이라고 한 대상도 정치인들이 아니라 간첩이었다는 실언에 가까운 주장을 이어갔다.
윤석열은 6차 변론기일에서 발언권을 얻은 뒤 홍 전 국정원 차장과 곽 전 사령관을 상대로 ‘탄핵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두 사람이 계엄 사흘 뒤부터 민주당과 짜고 공작에 나서 자신을 탄핵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어 헌법재판소 문형배와 이미선, 정계선 재판관과 가족의 정치적 성향을 거론하며 제척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녀사냥에 나서 비겁함과 치졸함까지 선을 넘었다.

■ 탄핵심판 핵심적 쟁점, 비상계엄선포의 실체적 요건 갖추어졌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 결정이 임박했다.
탄핵심판의 수명재판관인 정형식 재판관은 제2차 변론기일 때 청구인의 소추의결서에 기초해 변론준비기일에서 논란이 된 청구인의 탄핵소추사유를 네 가지 쟁점으로 정리했다.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행위, 계엄사령관을 통해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를 발령하게 한 행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에 진입함으로써 계엄해제 요구권 행사를 포함한 국회 활동을 방해한 행위, 군대를 동원하여 영장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한 행위가 각각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김문수, 김현정, 박정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공동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리,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 토론회에서 위의 사안을 다루었다.
이날 토론회 발제에 나선 방승주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한양대 법전원 교수)은 “변론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고 있는 핵심적 쟁점은 비상계엄선포의 실체적 요건이 갖추어진 것인지 여부”라며 “실체적 요건에 대해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했다.
방승주 한양대 교수는 “피청구인과 김용현 증인(전 국방부장관)은 국회가 가결한 연속적인 탄핵과 예산삭감으로 인해 행정과 사법이 마비되었기 때문에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헌법 제77조가 규정한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의 요건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원식 전 안보실장 역시 제7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소위 하이브리드전 대비 필요성 등을 언급하면서 대통령의 비상사태에 대한 판단 내지 인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또한 피청구인과 변호인단은 선거부정과 선관위의 서버관리의 문제점이 대통령의 비상사태 판단의 주된 근거 중 하나였다고 주장을 하면서 중국의 개입가능성 등 근거없고 허무맹랑한 선거부정가능성을 장황하게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도 행정부의 마비를 야기했다고 하는 취지로 얼마 전 산자부가 실패를 자인한 대왕고래 석유시추사업까지 들고 있었는데, 피청구인 측의 이러한 장황한 주장들은 실로 들어주기 피곤할 정도로 황당하고도 근거없는 허무맹랑한 주장이었다”며 “중요한 것은 피청구인이 주장하고 있는 국회의 탄핵가결, 예산삭감은 결코 비상계엄선포의 실체적 요건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한덕수, 국회 현안질의에 출석 "비상계엄 실체적 절차적 요건 갖추지 못했다"
이번 변론에서 피청구인은 나름대로 국무회의를 개최했다고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국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12·3 비상계엄이 그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피청구인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육군 참모총장 박안수를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고 계엄사령관 명의로 계엄사포고령 제1호를 12월 3일 23:00 이후에 포고했으며 그 내용은 이 사건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됐다.
방승주 교수는 “피청구인이 국회의 연속적인 탄핵과 예산삭감행위를 전쟁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파악한 것은 허용되는 한계를 넘어서는 ‘자의적 헌법해석’에 해당하고, 그러한 해석에 입각해 계엄군을 동원, 국회와 선관위를 장악하고 주요 정치인과 언론인, 법조인 등을 체포·구금·심문하려 했다는 것은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통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즉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체제 자체를 전복하려 한 민주주의의 적으로서의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청구인이 이러한 잘못된 비상계엄선포에 대해 국민들을 향해 반성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비상계엄선포를 정당화하면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향해 정치적 선동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피청구인은 헌법수호의 의지가 전혀 없다”면서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하는 결정을 선고해야 마땅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에서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더니 소환조사 불응한 것과 요원, 인원, 의원 말 바꾸기에 대한 문제도 불거졌다.
홍선기 동국대 법학과 교수(한국헌법학회 부회장)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된 국정농단 이후 발생한 박 전 대통령의 언행도 탄핵 사유 중 하나가 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번 탄핵사건에도 적용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문은 대통령이 거짓을 말한 경우 파면 결정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홍 교수는 탄핵 기각 이후의 시나리오를 준비해 만약의 사태를 우려했다. 그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통과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경우 탄핵안을 발의하고 (찬성)표결한 국회의원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대통령도 내란·외환죄의 주체가 됨을 명시한다. 대통령이 내란혐의로 구속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면, 탄핵기각결정이 있더라도 즉시 석방되지 않는다”며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 재판관의 ‘공정성 논란’... "집권 정당의 입장과 같은 결정 내린 바 있어"
이어진 토론에서 법적 외 관점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성향에 따른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부정이 매우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수연 제주대 법전원 교수(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은 “정치권 및 일부 윤 대통령에 대한 강성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성향을 근거로 헌법재판소 결정의 권위와 정당성을 흔들고자 하는 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재판관들은 이번 정부의 다른 탄핵심판,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이나 최근 이진숙 방송통진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집권 정당의 입장과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연 교수는 “지난 서부지법 침탈사건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사법부에 대한 폭력적 침탈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물리적․폭력적 침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법부 결정에 대한 불신과 불복종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결정의 내용을 문제삼는다면 사법부의 판단은 어떠한 경우에도 수용될 수 없게 돼 결국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이라는 근대 헌법의 가치는 무너지게 된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가능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결정이 나야 한다”면서 “신속한 재판이 졸속 재판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옳지 않다. 현재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국론의 분열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매우 위태롭게 하고, 대통령직의 공백은 외교, 국방, 경제 등 모든 측면에서 국가의 손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절차 진행 관련된 예측도 나왔다. 지금까지 진행된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을 종합적으로 보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에 대하여 파면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결정 선고 시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월 초중순경으로 예상된다고 노희범 변호사(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는 예측했다.
노희범 변호사는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절차 완료됐고 사실조회, 송부촉탁 등 증거조사도 완료됐다. 직권남용 내란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각 신문조서, 참고인조서, 기타 서류 등 물증에 대한 증거의견 및 증거채택 완료됐다”며 “소추사유에 관한 사실관계 및 법 위반의 정도 등에 대한 재판관들의 심증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사료된다”고 말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실체적 요건이 충족했느냐 여부인데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실체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절차적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떠나 그 자체(비상계엄선포)로 대통령에 대한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적법한 비상계엄 하에서도 국회의 권능을 제한할 수 있는 그 어떠한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국회에 군병력과 경찰력을 투입하여 국회 외곽을 점거하고 봉쇄한 것만으로도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범죄로 중대한 위헌이자 위법이며 그 자체로 대통령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두고 '갑론을박'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최상목 권한대행의 임명 거부에 대해 국회의장이 국회의 권한 침해를 이유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으나 이 과정에서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절차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지난 12월 31일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조한창·정계선)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한민국 국회 명의로 1월 3일 최 권한대행의 임명 거부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회의 의결을 얻지 않았다, 이에 최 권한대행 측은 1일 국회의장의 심판 청구는 청구인적격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므로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조유진 서경대 연구교수(처음헌법연구소 소장)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려면 국회의 임명촉구 결의안이 아니라 권한쟁의심판 청구안에 대한 정식 의결을 거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며 “국회의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인용되더라도 부작위의 특성상 무효 또는 취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형성력을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헌법소원이라면 행정소송법 제34조 제1항을 준용한 간접강제를 검토할 수 있으나, 대통령(권한대행)의 헌법기관 임명(또는 거부)행위는 처분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간접강제를 적용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는 재판관 8인으로 심판하는 것이 피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시했는데, 이번에도 9명 완전체를 만들기 위해 무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