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자국 조선산업 재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우리 정부와 조선업계가 LNG운반선과 해군함정, 차세대 친환경 선박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협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19일 류민철 한국해양대학교 교수에게 의뢰해 발간한 ‘미국 조선산업 분석 및 한미 조선 협력에서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분야별 맞춤형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미국 해양 지배력 회복(Restoring America’s Maritime Dominance)’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종합 정책을 추진 중이다. 행정명령에는 ▲해양행동계획(MAP) 수립 ▲해양안보신탁기금(MSTF) 조성 ▲중국산 선박·장비 제재 ▲동맹국 협력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최근 발의된 ‘SHIPS for America Act’를 통해 전략상선단(Strategic Commercial Fleet)을 최대 250척까지 확대하고, 2047년까지 LNG 수출 화물의 15%를 미국산 선박으로 운송하도록 규정했다. 더불어 미 해군은 향후 30년간 364척의 군함 신조 계획을 발표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쇄빙선 40척 발주 방침도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라 2037년까지 미국이 총 403~448척 규모의 선박을 발주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한미 조선 협력에서 ▲상선·LNG운반선 ▲군함(MRO 포함) ▲차세대 선박 등 분야별 맞춤형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NG운반선은 미국 내 건조 역량이 제한된 만큼 한국 조선사의 현지화 및 합작 방식 참여가 유효할 것으로 봤다. 미국 전략상선단은 대부분 중형급으로, 국내 중형 조선업체의 수주 확대 기회도 존재한다.
해군 함정은 전투함보다 수송‧상륙함 위주로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고, 단기적으로는 선체 유지보수(MRO)에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선박은 중대형 CO₂운반선, 액체수소 운반선, 무인 자율운항선박 등이 주요 분야로, 한미 공동기금 조성을 통한 기술개발 및 사업화 협력이 제안됐다.
보고서는 미국 조선소 인수 및 기자재 투자 확대에 따른 양국 정부 간 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 진출이 국내 조선인력 유출로 이어지지 않도록 장기적 인력양성 방안을 마련하고, 은퇴 전문인력의 미국 고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핵심 기술을 제외한 조선기술 해외 수출 규제 완화도 국내 기업의 원활한 진출을 위한 과제로 꼽혔다.
보고서는 미래형 선박 대응을 위해 자율운항, 수소선박, 스마트조선소 등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를 뒷받침할 조선산업 전문 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은 우리 조선업계에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미래형 선박 지원, 생산성 제고를 위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