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정책해부–인공지능] AI 주권시대, 핵심은 GPU 운용과 클라우드 생태계

  • 등록 2025.06.06 21: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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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경 교수 ‘경제성장수석’ 발탁… AI 국정 과제 강드라이브
산업현장 R&D·인재 양성·규제 정비해야 100조대 투자 완성
규제완화, 특구지정, AI 일상화 프로젝트 등 정교한 전략 필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인공지능(AI)을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구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취임 직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 대통령은 AI·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공언하며, 침체된 한국경제를 되살릴 새로운 엔진으로 ‘AI 중심 산업구조 혁신’을 제시했다.

 

그 구체적 실행의 출발점은 대통령실 조직 개편이다. 이 대통령은 6일 AI 전담 조직인 ‘AI수석실’을 신설하고, 기존의 경제수석실은 ‘경제성장수석실’로 개편해 성장동력 발굴에 무게를 실었다. 동시에 하준경 한양대 교수를 경제성장수석에 발탁하고, 'AI 3대 강국 도약'을 국정 과제로 내세우는 등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청사진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AI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과 제도 기반,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 규제 정비 등 다양한 요소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본지는 이재명 정부의 AI 공약과 정책 방향을 중심으로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통해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전략을 살펴본다. 

 

◇ "AI로 국가 미래 설계"…이재명 정부, ‘AI 주권’ 확보 본격 시동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제는 AI 주권 시대"를 강조하며, 기술 자립과 데이터 주권을 통해 글로벌 AI 질서 재편의 중심에 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AI 공약은 총체적이고도 공격적이다. 핵심은 약 100조원 규모의 AI 투자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의 활발한 투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재정 투입과 정책 설계를 병행하고, 연구자·기술자·기업·정부 간 유기적 협업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서 산업 전반에 AI를 접목해 국가 전반의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데이터 인프라와 GPU 확보는 공약의 중심축으로 꼽힌다. 정부는 국가 AI 데이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AI 학습에 필수적인 GPU를 5만 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AI 전용 반도체(NPU) 개발과 실증 사업을 병행함으로써 기술 자립을 꾀하고, 글로벌 빅테크 종속을 탈피한 ‘소버린 AI(Sovereign AI)’ 실현을 목표로 한다.

 

 

인재 양성 방안도 구체화됐다. 전국 권역별 거점대학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해 고급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병역특례 확대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인재풀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규제 개혁도 주요 과제다. 새 정부는 AI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기존 규제를 전면 재점검하고, ‘AI 특구’ 지정 확대, 산업융합 관련 법·제도 정비 등을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통해 일반 국민도 일상에서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새로운 사회적 생산성과 가치 창출로 연결하겠다는 복안이다.

 

◇ AI 100조 투자, 현실성과 과제는?…“수요 기반 전략과 정밀한 자원 분배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과제 1순위로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내세우며 "AI 3대 강국 도약"을 공언한 가운데, 업계와 학계에선 AI 집중 투자에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구체적이고 면밀한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중헌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AI는 의료, 농업, 국방, 통신, 반도체 등 모든 산업에 걸쳐 활용되는 범용 기술이기 때문에, 100조원이라는 투자 규모 자체는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부에선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AI는 통신이나 반도체처럼 고정된 산업이 아니며, 각기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응용된다”며 “그만큼 세부 수요에 기반한 정교한 전략 수립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정부가 약속한 ‘GPU 5만 장 확보’에 대해 “도전적인 목표지만, 필요성과 전략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GPU는 단순히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운용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사용자 수요에 따라 대규모 자원을 짧게 집중 투입하거나, 소규모 자원을 장기간 운용하는 등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연구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자원 분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GPU 스케줄링을 시간과 용량 기준으로 정밀하게 설계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해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또한, “100조원이라는 거대한 예산이 실제 어디에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체계적인 수요 조사와 기술 분류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기술 그 자체로 존재하기보다는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서 작동하는 만큼, 의료 AI, 신약개발, 위성 통신, 제조업 혁신 등 각 분야별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고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선언한 ‘AI 주권 시대’는 단순히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연산 자원·인재·규제·활용까지 아우르는 종합 전략을 요구한다. 김 교수는 “AI는 모든 분야에 스며든 기술인 만큼, 막대한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의 정밀도”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수요 기반 정책 설계가 이뤄진다면, K-AI가 세계 무대에서 독자적 존재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GPU 5만장 공약, ‘보급’보다 중요한 건 ‘운영’…“AI 인프라, 클라우드 생태계 전환 계기로 삼아야”

 

윤성로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GPU 5만개 확보' 공약이 반드시 필요한 조치임을 인정하면서도, “GPU를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운영과 활용 방식의 정교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M이코노미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정권에서 추진한 광주 AI 데이터센터 사례를 지적했다. 총 2000장의 GPU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족으로 올해 가동률이 50% 이하로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는 GPU는 있으나 이를 운영할 인건비나 전기료, 기술 지원이 끊기면서 고성능 자원이 ‘무용지물’이 된 사례로 윤 교수는 이에 대해 “GPU를 확보한 이후에 어떻게 안정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지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광주 센터는 예산이 끊기자 연구 프로젝트 수가 지난해 1186건에서 올해 121건으로 급감했다.

 

 

두 번째로 윤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이 “클라우드 산업 육성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그리고 모바일 혁명까지는 잘 대응했으나, 클라우드 인프라 확보에 있어서는 글로벌 흐름에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메모리나 SSD 같은 부품만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AWS, 구글 등)에 납품하고 있으나 부가가치가 높은 클라우드 운영 노하우는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윤 교수는 “GPU 5만장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보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클라우드 산업은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으로, AI 시대에 국가 경쟁력 강화와 산업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SK텔레콤, KT, NHN, 삼성SDS 등은 데이터센터 기반 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정부가 그들을 단순한 ‘GPU 소비자’가 아닌 ‘AI 클라우드 생태계의 주체’로 지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단순 GPU 보급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시켜 AI 인프라의 국산화를 견인해야 한다”고 본질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제언했다.

 

결국 윤 교수는 이 공약의 성공 여부는 “5만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보다 “그 GPU가 살아 움직이게 만들 운영 체계와 산업적 비전이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적으로는 예산의 연속성과 효율적인 GPU 스케줄링 시스템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산 클라우드 생태계를 키울 정책적 방향성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GPU 5만장 확보가 보여주기식 ‘장비 공약’으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운영’과 ‘전략’이 결합된 정밀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권은주 기자 kwon@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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