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3·5월에 이어 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 통화 완화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지난달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진 상태에서 한은만 연속 인하에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르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연준은 18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미국의 정책금리는 지난해 9월(-0.50%p), 11월(-0.25%p), 12월(-0.25%p) 잇달아 낮아진 뒤 올해 1월 29일 인하 행렬이 멈췄고, 3월 19일과 5월 7일, 이날까지 네 차례 연속 동결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관세 인상은 가격을 상승시키고 경제활동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 효과의 규모나 지속 기간, (관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소요 기간 모두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동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는 3.9%로 변화가 없었지만, 내년 말(3.6%)과 2017년 말(3.4%) 기준 예상치는 기존 점도표보다 각 0.2%p, 0.3%p 높아졌다.
●역대최대 2%p 금리차에 환율 위험…서울집값·가계대출도 불안
이번 연준의 동결로 한국·미국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00%p에서 줄어들지 않았다. 앞서 12일 이창용 총재는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따라 내외 금리차가 더 커질 수 있고 무역 협상 결과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최근 어렵게 1,300원대에서 안정된 환율이 내외 금리차 확대로 다시 뛰면, 지난 4월 금통위 당시처럼 금리를 낮춰도 통화 정책이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아울러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과도하게 낮추면 실물경기 회복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에서는 2020∼2021년 주택가격 급등기의 가격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불과 12일 사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약 2조원이나 불었다.
만약 다음 달 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시점까지 뚜렷하게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한은으로서는 불안한 금융·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일단 금리를 동결하고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효과 등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금융업계 전문가들도 많게는 두 차례 정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으로 1%p 기준금리를 낮추면 6∼12개월 시차를 두고 한국 경제 성장률을 0.1∼0.2%p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따라서 한은이 연내 8월과 11월 두 차례 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7월 초 미국과 관세 협상이나 새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등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