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고율 관세 유예 조치를 90일 추가 연장하는 데 큰 틀에서 합의한 가운데, 최종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단에 맡겨졌다.
오는 8월 11일 종료 예정이었던 미-중 간 상호 24% 관세 유예는 사실상 11월 중순까지 연장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최종 승인할지 여부는 오는 30일(현지시간)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논의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8~29일 이틀간 진행된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도출됐다.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중국 측은 허리펑 부총리가 대표로 나섰으며, 베선트 장관은 “몇 가지 기술적 이슈가 남았지만 협상은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역시 "중미는 상호 24% 수준의 관세 유예 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지난 6월 미중 정상 간 통화에서 형성된 공감대가 협상의 기반이 됐다고 보도했다.
◇ ‘트럼프의 입’이 관건…美, 최종 협상은 후순위인 中에 미뤄둔 상태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국과의 통상 협상을 마지막 순서로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M이코노미뉴스에 “미국은 일본, EU, 한국 등 주요 우방국과의 관세 협상을 먼저 마무리한 뒤, 중국과는 보다 포괄적인 최종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장은 “중국은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나 유화적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중국과의 협상 타결을 선언하면,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 전략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주요국들과의 고율 관세 재조정 협상을 병행 중이며, 중국은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중국과의 협상은 오히려 마지막 카드로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中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비관세 보복 카드’ 여전히 유효
중국도 과거처럼 희토류 통제나 전략물자 수출 제한과 같은 비관세 조치를 동원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실제로 베선트 장관은 중국의 이란·러시아산 원유 수입, 합성 마약 펜타닐 밀반입 문제 등을 집중 거론하며 중국의 태도를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측은 "러시아와의 거래 지속 시 중국 제품에 ‘2차 관세’ 부과 가능성도 있다"는 경고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베선트 장관은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원하지 않는다”며 공급망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의 대응 여력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부장은 “중국은 과거 희토류 수출 제한과 같은 비관세 보복 조치를 사용한 바 있고, 이런 카드가 다시 활용될 수 있다”며 “동시에 중국도 미국의 반도체 제재나 수출 통제 조치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향후 90일이 양국 협상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며, 추가 관세 인하 등 완화적 조치를 포함한 타결이 이 시기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부장의 분석은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24% 수준의 상호 관세 유예 조치를 90일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과 맞물리며 주목된다.
◇ 연말 美-中 정상회담 가능성…APEC서 시진핑·트럼프 만날까
이번 유예 연장이 공식화되면, 미중 정상 간 대면 회담도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연말 이전 만남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르면 오는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시점에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APEC 회의 직전 중국을 전격 방문하거나, 정상회의 기간 중 별도 양자회담을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