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너지 시장 움켜쥔 러시아에 대응하는 글로벌 가스 시장 향배는?

  • 등록 2025.10.06 10: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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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가스 시장 장악했던 러시아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운영 중단 파급
트럼프 대통령 “EU, 러시아 가스 구매 중단 앞당겨야” 거듭 압박
국내 가스 업계 관계자 “러시아 가스 의존 줄이는 대신 미국과 손잡아야”

 

유럽 가스 시장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두로 개입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2027년 말까지만 구매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가스 구매 중단 시점을 더 앞당겨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럽연합(EU)도 러시아산 가스를 2027년 1월까지만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유럽 가스 시장 점유율이 39%까지 치솟았던 과거로 회귀하지 않기 위한 EU의 노력으로 읽힌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지난달 19일 “이제 LNG의 수도꼭지를 잠글 때”라며 러시아산 LNG 전면 금지를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포함한 제재 패키지를 제안했다. 같은 날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2027년 1월까지 러시아산 LNG의 전면 금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이는 집행위의 제안 단계로, 실제 발효를 위해서는 27개 회원국의 승인이라는 절차적 관문을 넘어야 한다.

 

 

그동안 러시아는 유럽 최대 해저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을 활용해 유럽 에너지 시장을 장악해왔다. 2011년 11월부터 가스 수송을 시작한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핀란드–스웨덴–덴마크–독일의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통과하며, 유럽 가스 시장 내 러시아산 점유율을 50%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노르트스트림을 운영하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이 게라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이사직으로, 파보 립포넨 전 핀란드 총리를 자문역으로 영입하는 등 유럽 정치권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했다는 평가도 끊이지 않았다. 노르트스트림1의 주요 주주는 가즈프롬 인터내셔널 프로젝트 노스1 LLC(51%), 독일계 빈터스할데아·PEG인프라스트럭처(31%), 네덜란드계 가스유니(9%), 프랑스계 엔지(9%)다.

 

 

◇ 유럽 최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파손 뒤 EU의 대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2022년 노르트스트림1이 우크라이나 측으로 추정되는 사보타주로 파손되면서, 유럽은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에서 벗어나기 위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야 했다. 이는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노르트스트림을 운영하며, 러우 전쟁 자금을 대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한 러시아 가스가 움켜쥔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원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EU의 기민한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먼저 유럽 각국은 LNG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노르웨이, 알제리,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했다. 이런 노력은 단순한 ‘대체 조달’이 아니라 EU의 에너지안보·기후 전환·산업 경쟁력까지 걸린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8년 독일에서 착수한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고, 2019년에는 ‘유럽 에너지 안보 보호법(PEESA)’에 서명해 해저관 부설 선박·지원 기업을 제재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산 가스 구매 중단을 더 앞당기라”는 메시지를 던진 의미는 유럽의 대러 에너지 의존을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 가스 업계 관계자 “러시아 영향력 벗어나고 미국 알래스카 LNG사업 참여해야”

 

우리나라 가스 시장도 이런 유럽 변수의 파급을 빠르게 체감하고 있다. 국제 가스 시장에서 브로커로 활동해 온 ‘다음인터내셔널’의 한국인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KOGAS)는 러시아 ‘사할린2’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50만톤 규모의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를 받는 가즈프롬과의 대금 결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계 은행의 싱가포르 지점을 활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OGAS는 2027~2028년 개시할 장기 물량에 대해 입찰을 다수 진행했고, 최근에는 프랑스 토탈에너지와 2027년부터 연 100만톤, 2028년부터는 연 300만톤으로 확대하는 LNG 공급계약을 체결해 포트폴리오를 보강했다”며 “노르트스트림 폭파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내 가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 가스 시장의 내부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에너지전환으로 해외 LNG 물량 의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앞으로 펼쳐질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한국의 LNG수입은 2030년대 중반까지 20%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존재한다”며 “현재 국내 가스 업계의 물량 조달 방식이 ‘안정성과 유연성’ 위주로, 계약은 ‘짧고 옵션이 많은’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치와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가스 물량 조달에 있어 공급선 다변화를 취하며, 미국산 LNG를 늘려 국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는 국내 가스 업계가 정치 리스크와 미국 제재를 완화하는 동시에 러시아·중동산 가스 조달의 불안정성을 분산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미국의 규제 프레임 안에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EU의 대러 에너지 의존을 전면 축소하는 움직임과 함께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도 했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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