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집단지성 민주주의는 가능할까?

  • 등록 2025.11.16 17: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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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유럽에 위치한, 과거의 고립에서 벗어나 현재 나토(NATO) 회원국이며, 유럽 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인구 3백만 명의 알바니아공화국은 “알고크라시” 즉 알고리즘에 의한 정부를 향해 실질적인 한 걸음을 내디뎠다. 아마 알고리즘을 도입한 첫 번째 국가일 것이다.

 

지난 9월, 알바니아 총리는 디엘라(Diella)라는 AI 아바타가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정부에 공급할 민간 공급업체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정하고 유능하며 알고리즘을 갖춘 디엘라가 이 분야에서의 부패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디엘라가 어떻게 선정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투명하게 밝히지 않거나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메커니즘이 없다면, 민간 공급업체들은 필연적으로 부당함을 느끼고 구제책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알고리즘으로 효율성을 최적화할 수 있지만 상충하는 여러 가치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바로 이 선택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를 알고리즘이 결정해도 후과(後果)가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강력한 인물, 권위주의자, 그리고 지금처럼 알고리즘과 같은 능력에 기대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정치만큼이나 오래된 패턴이다. 실제로 집단지성 프로젝트(Collective Intelligence Project)가 2025년 3월부터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사람들은 AI 챗봇이 그들이 선출한 의원들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우리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뭔가를 선택한다는 것은-사람을 뽑는 일을 생각해 보시라-힘든 일이다. 특히 민주적 심의(審議, 다수결 원칙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주장, 상호 존중, 그리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 결정을 도출하는 과정)를 통해 선택하고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알고리즘적 효율성에 결정을 맡긴다고?

 

더구나 오늘날 AI 기반 알고리즘은 갈등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다. 이를테면 순위 시스템은 분열을 일으키는 자료를 노출하여 공론을 저해하고 에코 챔버(echo chamber,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교류하여, 그 의견이 마치 메아리처럼 계속해서 반복되고 증폭되는 현상)로 우리를 몰아가고 있다.

 

그러니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AI의 결정으로 인해 사람들은 소외되고 환멸을 느끼게 되어 인간의 존엄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가운데 인간적 신뢰가 붕괴하며 그 틈으로 이념적 조작이나 선전 선동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AI도 쓰기 나름이다. 대만의 플랫폼 vTaiwan은 10년 넘게 AI가 민주적 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하는 방법을 입증해 왔다. 2013년 우버가 대만에 상륙했을 때, 전 세계 도시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은 갈등이 촉발되었다.

 

이때 대만 당국은 AI 기반 도구를 활용해 수천 명의 시민들로 하여금 vTaiwan에 의견서를 제출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의 제안에 투표하도록 했다. 다만 AI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여론의 지형을 분석하여 분열을 심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해소하는 여러 제안을 제시하게 함으로써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한 법안을 탄생시켰다.

 

민주주의는 항상 물류의 제약을 받아왔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한 방에 모을 수도 없고, 모든 사람이 발언할 수도 없으며, 그렇게 많은 관점을 처리할 수도 없다. 하지만 AI는 수천 건의 공개 의견을 요약하고, 공통된 우려 사항을 파악하며, 정책 입안자들이 유권자들의 우선순위를 이해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제약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국민 대부분은 생업에 매여 국회에서 무슨 법이 만들어지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정부의 약속대로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고자 한다면 대만식 집단지성 입법을 도입해 국민의 지혜를 법에 담는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을 시작해야 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위해 AI 집단지성 시스템을 구축해 보면 어떨까? 그것이 우리나라가 AI강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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