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로 클릭’ 쇼핑 시대···AI가 이끄는 소비 패턴은?

  • 등록 2025.11.19 17: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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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에서 대화로, 소비 패턴은 AI 기반 자동 결제 방식으로 진화 중
브랜드, ‘발견되기 위한 콘텐츠’ 되기 위해 생존 전략 전면 개편
사용자 편의성 뒤편엔 보안 위협과 소비자 주체성 약화 우려 목소리도

 

최근 10년간 소비 트렌드는 ‘욜로(YOLO)족, 구독경제, 언택트 소비, ESG 소비, 리셀·리퍼브, 가치 중심 소비’ 등 다양한 변화의 패턴으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옴니보어(Omnivore) 소비’로 특정 취향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나 제품을 소비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검색’과 ‘AI(인공지능)’가 접목해 ‘제로 클릭(Zero-Click)’ 쇼핑 시대가 예상되고 있다.


‘제로-클릭(Zero-Click)’ 쇼핑은 AI가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대신해 상품을 추천하고 결제까지 자동화하는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이다. 이 흐름은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소비자 선택권과 브랜드 전략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제로-클릭은 사용자가 부엌에서 “캡슐 커피가 다 떨어졌네”라고 말하며, AI 스피커가 이 음성을 듣고 사용자가 구매하는 브랜드, 수량, 배송지까지 기존의 패턴을 파악해 자동으로 결제까지 완료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 ‘제로-클릭’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제로-클릭’ 쇼핑이 급속도로 확산하게 된 주된 원인은 AI 기술의 고도화에 있다. 오픈AI의 챗GPT가 쏘아올린 ‘생성형 AI’의 확산에 우리 기업들도 앞다퉈 뛰어들며 솔루션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개발한 생성형 AI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의 카나나, 뤼튼테크놀로지스의 뤼튼(Wrtn) 등이 대표적이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행동 패턴, 검색 이력, 결제 습관,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 예측 기반 추천이 가능해졌다. 음성인식 기술도 함께 발전해 알렉사, 빅스비, 챗GPT 음성모드 등 명령만으로 쇼핑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네이버페이, 애플페이, 토스페이 등 플랫폼에 결제시스템이 자동으로 연동되면서 간편결제 시스템의 보편화 역할도 했다. 온라인 쇼핑의 확산은 정기배송·구매의 반복되는 패턴을 AI가 관리하고, 구독형 커머스와 자동 장바구니의 활용이 확산되면서 소비자 개입이 최소화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AI 기술의 발달은 ‘제로-클릭’과 결합해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먼저 소비자 측면에서는 클릭 없이 상품이 미리 사용자에게 제안되어 편리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또 온라인 쇼핑을 위한 탐색과 상품 비교의 시간을 줄여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다만, 상품 비교 검색 및 결정을 AI가 대신하면서 소비자의 주체성이 약화된다는 우려도 있다.


기업·브랜드 측면에서도 AI 결제 패턴으로 바뀌면서 AI에 선택받는 브랜드만 생존한다는 위기에 직면한다. AI 추천 리스트에 상품이 포함되지 않으면 노출조차 어려워지는 것이다. 브랜드는 콘텐츠 전략을 ‘검색 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 SEO)’에서 ‘AI 인용 최적화(AI Optimization, AIO)’로 새로 짜고 있으며, 이 같은 기업의 대응은 마케팅 패러다임에서도 클릭 유도 대신 AI가 인용 가능한 구조화된 콘텐츠의 제작에 더 방점을 두고 움직이게 된다.

 

◇쇼핑의 흐름, ‘검색’에서 ‘발견’ 넘어 ‘대화’로


쇼핑 방식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2020~2023년 사이에 전국 100여개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이는 ‘검색 중심 쇼핑’, 즉 목적형 쇼핑으로 사용자가 구매 의도를 갖고 상품명을 검색, 가격 비교와 리뷰까지 확인한 후 구매를 결정하는 패턴이다. 생필품이나 기능 중심 제품에 적합한 소비 패턴으로 반복 구매 활동에도 효율적이다.

 

검색 중심 쇼핑이 소비자의 ‘검색’이 우선되는 방식이었다면, 판매자의 판촉 행위를 통해 ‘발견 중심 쇼핑’(탐색형 쇼핑)으로 한 단계 변화도 일어났다.

 

사용자가 SNS나 숏폼 콘텐츠, AI 추천 등을 통해 우연히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로 이어지는 방식인데, 감정적 연결과 취향 기반의 구매를 유도한다. 특히 패션, 뷰티, 홈데코 등 감성적 카테고리에 강세를 두고 있다. 네이버 플러스스토어의 카드형 피드, 틱톡 숏폼 콘텐츠가 이에 대한 대표적 사례다.


검색 중심에서 발견 중심 쇼핑으로, 그리고 그 이후에 AI와 접목된 새로운 쇼핑 유형은 ‘대화 중심 쇼핑’(에이전틱 쇼핑)이다. AI가 고도화되면서 소비자는 AI와의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상품을 추천받고 구매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때 AI는 사용자의 맥락과 의도를 이해하고 맞춤형으로 제안한다.

 

이 같은 패턴은 ‘검색-선택-결제’라는 기존 단계를 1초로 단축시킨다.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와 챗GPT가 협업해 “샐러드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을 하면 AI가 알아서 재료를 추천하고, 해당 재료에 대한 결제를 진행, 배송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단 한 번의 클릭도 없이(제로 클릭) 원하는 상품을 배송받게 된다.

 

◇제로클릭, AI가 쇼핑하고 소비자는 위임할 뿐


생성형 AI를 접목한 ‘제로클릭’ 쇼핑으로의 패턴 변화는 크게 네 가지의 핵심 요인이 있다.  ‘AI 추천 시스템’, ‘소셜 미디어의 확산’, ‘쇼핑 피로감 해소’, ‘에이전틱 쇼핑’ 등이다.

 

먼저 ‘AI 추천 시스템’의 고도화로, 사용자의 검색 이력, 구매 패턴,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 클릭 이전에 맞춤형 상품을 제안한다. 아마존의 ‘Buy Again’, 쿠팡의 ‘로켓추천’, 네이버의 ‘AI쇼핑리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서비스는 음성 명과 저장된 결제 정보를 활용해 구매한다. 소비자는 ‘무엇을 살까?’에서 ‘AI가 추천한 것을 믿을 수 있을까?’로 고민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둘째는 ‘소셜 미디어의 확산’이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에서 노출되는 콘텐츠 속 제품은 AI가 자동 인식해 구매 링크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콘텐츠를 시청만으로도 구매로 연결되며 판매자는 검색 최적화보다 AI와 소셜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게 된다.


셋째, 쇼핑 피로감 해소다. 수많은 선택지에 지친 소비자는 AI의 탐색 대행 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 소비자는 ‘AI가 나보다 너를 더 잘 안다’는 인식, AI에 선택을 위임하며 심리적 안정도 느낀다. 반복 구매 품목은 구독형 커머스로 전환되며 쇼핑 과정이 생략되기도 한다.


AI가 소비자 대신 구매를 결정하는 ‘에이전틱 쇼핑’도 주목받고 있다. AI가 사용자의 예산, 일정,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최적의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도 하면서 소비자는 AI에 구매 권한을 위임하며 미래형 소비로 나아가고 있다. 판매자는 ‘AI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플랫폼과 브랜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플랫폼’은 탐색형 소비 환경으로 진화해야 한다. 현재 플랫폼은 단순한 거래 중개를 넘어 소비자 경험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는 만큼 ‘콘텐츠 중심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 브랜드 스토리, 사용자 후기, 영상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변화하면서 소비자는 더 이상 스펙 비교를 따지지 않고, 감성적 연결로 소비자의 구매를 이끌고 있다.


다음은 ‘발견되기 쉬운 구조 설계’로 검색 최적화(SEO)보다 중요한 것은 감성적 콘텐츠 제작이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무수히 많은 콘텐츠 속에서 브랜드가 ‘발견’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인데, 대표적인 포털 네이버는 별도 앱으로 탐색형 소비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검색 중심의 기존 앱과 달리, 콘텐츠 기반의 쇼핑 앱은 소비자의 무의식적 탐색을 유도한다.


두 번째로 ‘브랜드’는 콘텐츠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콘텐츠가 브랜드 얼굴이 되는 시대인 만큼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브랜드의 철학, 가치, 창업자 이야기 등 감성 요소를 콘텐츠로 풀어야 한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이야기’에 반응한다. 또 사용자 후기, 리뷰 영상, 언박싱 콘텐츠 등은 소비자 신뢰의 자산이다. 브랜드가 직접 제작하거나,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방식이 좋다. 즉,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브랜드와 플랫폼의 공동 콘텐츠 제작은 이제 필수가 됐다는 얘기다.


미래의 쇼핑은 ‘검색’이 아닌 ‘발견’의 연속이다. 소비자의 눈에 띄는 콘텐츠, 클릭 없이 구매로 이어지는 경험의 시대가 ‘제로-클릭’ 쇼핑 시대다. 이는 브랜드와 플랫폼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이 시대에 생존의 열쇠는 감성적 연결과 콘텐츠 중심 전략에 달려 있다.

 

◇제로 클릭 쇼핑, 해킹 등 보안 사고도 신경 써야


제로 클릭 쇼핑 자체는 편리함을 추구하지만, 자칫하면 정보 유출 위험도 공존한다.

 

가장 큰 위험성으로는 제로 클릭 해킹과의 혼동으로 인한 사고다. 보안 업계에서 ‘제로 클릭’은 사용자가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실행되는 해킹 공격을 의미한다. 애플의 iMessage, 왓츠앱(WhatsApp) 메시지를 단순히 받는 것만으로도 감염되는 페가수스 스파이웨어 사례가 생긴다.

 

2016년 8월, 한 인권활동가의 아이폰에서 스파이웨어가 확인됐고, 2021년 7월에는 국제 언론단체들이 협력한 ‘페가수스 프로젝트’가 NSO 그룹 고객들이 감시 대상으로 삼은 정치인, 언론인, 인권운동가, 가족과 지인 등 5만개의 전화번호 목록을 확보했다고 공개했었다.

 

이에 쇼핑 플랫폼이 푸시 알림이나 자동 실행 콘텐츠 등을 활용할 경우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마트 기기 연동의 보안 취약점도 있다. 스마트 스피커, 스마트폰, TV 등과 연동된 쇼핑 기능은 기기 자체의 보안 수준에 따라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음성 명령 오작동이나 타인이 명령을 내리는 경우 정보 유출 및 오구매 가능성도 존재한다.


세 번째로 제로 클릭 쇼핑은 사용자 행동 데이터에 기반하는 만큼 위치, 검색 기록, 구매 이력 등 민감정보가 수집·분석되고 이 정보가 유출되면 프라이버시 침해가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제로 클릭 쇼핑을 위해서 기본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에 운영체제와 앱은 보안 패치를 포함해 업데이트해야 하고, 푸시 알림 자동 실행을 제한해 미리보기, 자동 실행 기능은 꺼둬야 한다. 아울러 음성 명령 PIN 설정, 인증 절차 추가 등 스마트 기기 보안 설정을 강화하고, 불필요한 데이터 수집 동의는 철회하는 것도 좋다.

 

◇ 편리함 있지만 최적화된 정보라 할 수 없어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 세대는 과거 검색 정보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관심 사항이 반영되고 있다"며 "검색을 건너뛰어 넘으면서 비판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쉬고 싶을 때 쇼핑을 자연스레 접하게 되면서 평소에 관심 있던 것들, 또 AI로 대화가 가능해지면서 제로 클릭 쇼핑이 확산되고 있다"며 “편리함은 있겠지만 과거 데이터에 기반하므로 ‘나에게 최적화된 정보’라고 말할 수 없고, 오히려 다양한 선택을 제한받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추천울 받으면 편하겠지만, 기업은 매출 향상이 목적인 만큼 결국 온라인 홍보·마케팅비 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단순한 정보제공이 아닌, 맞춤형 정보가 노출되도록 타게팅을 정확히 하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해졌다”고 덧붙였다.

 

◇ 바뀌는 소비 트렌드, 가장 시급한 것은? 

 

소비자들이 클릭해서 들어가는 것을 ‘풀(PULL) 전략’, 소비자에게 막무가내로 퍼붓는 것을 ‘푸시 전략’이라고 한다. 

 

최근 소비 트렌드가 '푸시 전략'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 패턴 등을 AI가 감시해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것을 푸시해 주는 패턴인데, 소비자로선 굳이 검색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리하다’고 느끼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모든 걸 AI에 맡기는 소비트렌드에 대해 '윤리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냐'는 질문에는 “소비자들이 의사결정을 AI에 위임할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검색이 귀찮은데 AI가 알아서 다 해주니까 좋을 수도 있지만, 다른 선택지나 대안을 가두리 입장에 갇혀서 세뇌시킨다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등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행동의 변화를 꾀해야 하고 다른 세계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려면 ‘AI가 얼마나 유능하냐’가 관건일 것"이라며 "소비자의 마음도 읽어야 하고, 다른 얼터너티브나 또 다른 초이스, 소비자가 원할 때 그게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윤리적 소비’와 '제로 클릭'과는 두 개념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며 왜 중요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윤리적 소비란,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다른 사람이 알지 않길 원할 수 있다”며 “개인정보보다 더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객의 정보를 윤리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이 고객의 어떤 정보로 무엇을 할 것인지 이 두 가지에 대해 논의의 장이 시급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영명 기자 paul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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