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광풍 꺼지고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식산업센터’···해법은?

  • 등록 2025.12.10 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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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임대수익 보장...최고 투자처로 꼽혀
2022년 금리 급등·경기침체 등 겹쳐 대량 공실 발생
전문가 “입주 업종 확대로 공실문제 해결...공급 줄이고 주택용지 전환 필요”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때 부동산 투자 1순위로 꼽혔던 지식산업센터가 5년 연속 하향세를 겪고 있다.

 

9일 AI 기반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 3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520건, 거래금액은 2089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36.1%, 40.2% 감소하며 2021년 이래 최저 규모로 집계됐다. 또한 전체 거래규모의 약 90%를 차지하는 수도권에서는 전분기 대비 36.8% 하락한 458건, 41.7% 줄어든 1883억원으로 나타났다.

 

2021년 3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2184건, 거래금액은 8855억원에 달했다. 이같이 몰락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큰 인기

 

지식산업센터는 원래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형태로 1989년 처음 등장했다. 첫 번째 아파트형 공장은 인천 주안 시범공단이다. 이후 1990년대 초반부터 수도권에 아파트형 공장들이 지어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단순 제조업 공장 중심에서 연구개발(R&D), 지식기반 산업, 정보통신,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그 뒤 2009년 법률 개정으로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폐기되고 지식산업센터라는 명칭이 도입됐다. 또 과거의 회색 공장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편의시설과 문화공간을 갖춘 복합단지로 발전했다.

 

그러다 5~6년 전부터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대출 규제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다른 부동산과 달리 다주택자나 규제지역에 있다고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는 지식산업센터가 태생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식산업센터는 분양가의 60~80%선에서 대출이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 90%까지 대출이 가능해 초기 투자금이 적게 든다. 계약금 10%와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세금 감면 혜택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식산업센터는 기업 활성화를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분양받아 직접 입주하는 기업들에게 여러 혜택이 제공된다. 대표적으로 입주 기업은 취득세 50%, 재산세 37.6% 등의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과밀억제권역 내에서 외곽으로 이전하는 법인의 경우에는 4년간 법인세 100% 감면, 이후 5년간 50% 감면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러한 세제 혜택은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지식산업센터는 임대 수익률은 4~7% 수준으로 다른 수익형 부동산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인식됐다. 게다가 개인이 아닌 기업이 입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입주자 변동성이 낮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이는 임대 수익이 안정적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전국 지식산업센터 공실률 5년 평균 37.2%...실제 50% 넘어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지식산업센터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 수요예측 실퍠로 인한 공급과잉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던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규제 완화를 배경으로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으로 신축됐다. 특히 2020년~2022년에 공급이 집중됐다.

 

공급이 늘었지만 공실률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지식산업센터단지는 한때 공실률이 70~80% 수준으로 심각했다. 주변 삼성 평택 캠퍼스 증설을 기대하며 시작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현재 이곳의 입주율은 50% 수준으로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은 2020년 이후 공급된 건물로 한정했을 때 5년 평균 37.2%에 달한다. 2020년 1201개였던 지식산업센터는 2025년 11월 기준 1548개로 5년새 30% 가까이 증가했다.

 

공실률 문제는 2~3년전부터 시작됐다. 이는 2022년 금리가 크게 오르고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거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실이 계속 늘어나도 공급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자들은 임대를 통해 수익을 보려고 했는데, 공실 문제 등 때문에 대출이자도 못 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90%까지 과다하게 대출을 해주며 투기바람이 불던 것이 이제는 역풍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기업 유치를 하겠다며 지자체들이 앞다퉈 취득세 감면에 전매제한까지 풀어준 결과 공급과잉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공급과잉으로 도심 외곽 지역의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은 대체로 5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도심내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는 여전히 인기 있는 곳도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대표적이다. 인기 지역과 비 인기 지역으로 나뉘는 양극화 현상이 주택시장 뿐만 아니라 지식산업센터 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공급 예정된 용지를 주택용지 전환해야

 

그렇다면 뾰족한 해결책은 없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존 준공돼 공실로 남아있는 지식산업센터에 대해 입주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존에 제조업, 지식산업, 정보통신 관련 업종으로 한정하던 것을 완화해 다양한 업종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업종 제한을 풀어 일반 사무실처럼 쓸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앞으로 계획돼 있는 지식산업센터는 주택용지로 전환해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3기 신도시의 경우 자족 용지를 축소해 주택용지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지자체가 지식산업센터를 유치해 회사들이 들어오게 해 자족 도시를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철중 기자 almadore75@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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