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이사회 인사’ 강행 논란...노조, 천막농성·단식 돌입

  • 등록 2025.12.24 23: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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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전·자산매각 과정 관여 인사 ‘핵심 보직 복귀’ 거론에 내부 반발 확산
노조 “책임·사과 없이 중용은 면죄부”...이사회 ‘D-데이’로 규정하고 총력 투쟁
150조 첨단산업 기금 운용 앞두고 노사 갈등 격화...조직·인력 부담도 쟁점

 

KDB산업은행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기 여러 의혹 속에 추진됐던 산업은행 본점 이전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인물들이 다시 핵심 보직으로 거론되면서 내부 반발이 터져 나왔다. 특히 당시 본점 이전에 앞장섰던 인사들이 수석부행장, 부행장 등 주요 요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자, 산업은행 노조는 “역사의 퇴행”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됐던 산업은행 본점 이전 정책이다. 당시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산업은행 노조는 이에 반발해 3년 간 투쟁을 이어왔다. 특히 특정 대기업에 여의도 산업은행 부지를 넘기려 한다는 ‘특혜 매각설’이 나오고, 금융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학계와 정치권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본점 이전을 추진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처음에는 대기업, 특히 롯데그룹 쪽으로 부지를 넘기는 시나리오를 예상했지만, 지금 드러난 자료들을 종합하면 통일교와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시 이를 주도하거나 묵인했던 인물들이 지금 다시 요직으로 복귀하려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 책임과 반성 회피하는 윤석열 정부 인물들 이사회 진입 초읽기

 

현재 논란의 중심에는 산업은행 이사회가 있다. 이사회 안건에는 내년도 사업계획과 함께 임원 인사 문제가 포함돼 있고, 부행장 인선이 마지막 안건으로 상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이 인사가 강행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사회가 열리는 시점을 ‘디데이’로 규정하며, 회장실 앞에서 천막 농성과 단식에 들어갔다. 천막 농성은 7일째, 단식은 3일째 이어지고 있다.

 

노조의 반발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선다. 핵심은 ‘책임과 반성’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년간 직원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당시 경영진 누구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 시절 정책을 앞장서 집행했던 인물들을 다시 중용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은커녕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갈등은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드러난 인식 차이로 더욱 깊어졌다. 노조 측은 박 회장이 “산업은행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었고 모두가 피해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 논리라면 역사 속의 모든 부역 행위도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정당화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내란의 밤에 군대에 있는 사람들도 명령을 받았지만, 앞장서서 행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히 구분된다”며 “당시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인물들까지 피해자로 묶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 주요 보직 인사 논쟁 넘어...150조 기금 운용 체계가 새 쟁점으로

 

산업은행 내부의 갈등은 인사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은행 경영과 관련된 부분까지 확장되어 있다. 최근 발표된 150조 원 규모의 전략 산업 투자 구상 역시 노조의 비판 대상이다.

 

노조 측은 이 기금이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되고 있지만 인력과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히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공약이라는 이유로 발등에 불 떨어지듯 기금을 출범시켰지만, "50명 남짓한 인력으로 150조를 운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또한 이 기금이 기존 산업은행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별도의 기금 조직을 은행 내부에 또 하나의 ‘회사’처럼 얹는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인력은 줄어든 상태에서 업무는 늘어나고, 신규 인력 충원 역시 기획재정부의 승인 없이는 쉽지 않은 구조라는 설명이다.

 

노조 측은 “은행과 기금을 별도로 분리하다보니 운용뿐만 아니라 재무, 심사, 자금관리까지 모두 별도 인원을 갖춰야 한다"며, "기금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최소 1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번 투쟁의 방향을 단순한 ‘인사 반대’가 아니라 국정 철학과의 불일치 문제로 설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 충성했던 인물들을 다시 중용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국정 기조, 특히 분배와 지역, 노동 중심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향후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통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노조가 권력을 달라는 것도, 자리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산업은행이 새로운 정부의 국정 방향에 맞게 다시 설 수 있도록 최소한의 명분과 정당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더 강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단식을 시작했으니, 만약 인사가 강행된다면 투쟁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단순한 내부 인사를 넘어 과거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와 책임, 그리고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사회와 정부의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에 따라 금융 공공기관 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조승범 기자 jsb21@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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