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4주차에 접어들면서 국제유가와 환율,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정부가 유류세 추가 인하, 공급망 안정, 취약부문 지원, 외환·금융시장 대응을 아우르는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2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브리핑을 통해 발표한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에서 현재 상황을 에너지 가격 급등, 금융시장 불안, 산업 현장의 수급 차질 우려로 진단했다.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브렌트유는 지난 2월 27일 배럴당 72.5달러에서 3월 25일 99.2달러로 약 41% 상승했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일부 하락했지만,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금융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3월 25일 기준 코스피는 전쟁 이전인 2월 27일보다 9.6% 낮은 수준이고, 3년 만기 국채금리는 52bp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까지 오르며 불안이 확대됐다. 정부는 수출 중소기업의 물류 차질과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고, 중동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와 요소 등 핵심 품목의 수급 불안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동전쟁이 장기화 할 경우 어렵게 살린 경제 회복의 불씨가 자칫 흔들릴 수 있고, 특히 서민, 소상공인, 중소기업, 농어민, 청년 등 취약계층과 지방에 더욱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이번 방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하에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 유류세 인하 확대...경유 가격 부담 완화에 방점
정부는 우선 에너지 가격과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27일부터 5월 31일까지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기존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25%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기존 대비 추가 인하폭은 휘발유 리터당 65원, 경유는 87원이다. 정부는 특히 산업·물류와 서민 부담을 고려해 경유 가격 상승폭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선박용 경유까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추가 적용하고, 화물·버스 대상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비율도 4월까지 한시적으로 50%에서 70%로 상향한다. 알뜰주유소 가격 점검과 정유사·주유소 담합 조사도 병행해 시장 교란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휘발유·경유·등유 등 석유 제품 관련 2차 최고가격제도 함께 실시한다. 2차 최고가격은 1차 최고가격을 기준으로 최근의 국제유가, 국내의 석유 수급 상황, 국민 생활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예정이다.
◇나프타·요소 등 공급망 비상...종량제봉투 최소 3개월이상 보급 가능
공급망 대응도 강화된다. 정부는 경제부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공급망 위기대책본부를 신설하고,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일일 점검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특히 나프타는 공급망안정화법상 위기품목으로 지정해 수급조정, 파급효과 분석, 기업 지원을 본격화한다. 요소·요소수에 대해서는 매점매석 금지와 유통 단속을 시행하고, 필요 시 공공비축 물량을 우선 방출한다.
앞서 정부는 원전과 석탄발전의 가동률을 높여 LNG 수요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승용차 5부제도 시행 중이다. 공공기관은 의무시행, 민간은 선택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제작 원료인 나프타 공급 부족으로 종량제봉투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공포가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하며 일시적인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종량제봉투는 지방정부가 조례로써 가격을 정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조사해 본 결과, 6개월 이상 봉투를 만들 수 있는 지자체가 50%가 넘고 아주 일부에서 1~2개월 정도의 봉투를 만들 수 있는 원료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적으로 최소 3개월 이상 종량제봉투 보급이 가능하고 재활용을 할 수 있는 플라스틱 재원이 충분하다고도 했다.
김 장관은 에너지 위기 상황 극복으로 위해 국민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국민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한 12대 국민행동지침’을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석유 다소비 상위 50개 업체들은 이번주까지 감축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 수출 중기·소상공인·농어민까지 취약부문 맞춤 지원
정부는 고유가와 물류 불안의 직접 영향을 받는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피해기업 대상 정책금융 지원 규모는 기존 20조3000억원에서 24조3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각각 금리 우대와 운전자금·유동성 지원을 강화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긴급경영안정자금 2500억원을 공급한다.
수출입 기업의 물류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기존 수출바우처를 통한 물류비 지원 한도를 최대 6000만원으로 늘리고, 긴급 수출바우처를 통해 위험할증료와 우회운송비까지 지원 범위를 넓힌다. 기존 한 달 이상 걸리던 검토 기간도 3일 내 결정하는 방식으로 단축한다.
소상공인과 농어민 지원도 포함됐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특별만기연장이 시행되고, 소상공인 경영안정바우처와 긴급경영안정자금이 지원된다. 농어민에게는 무기질 비료 원료구입자금과 긴급경영안정자금이 이어진다. 영업용 화물차와 노선버스에는 고속도로 통행료 1개월 면제, 연안화물선에는 경유 유류세 인상분 보조금 지원이 추진된다.
◇ 환율·채권·증시 24시간 점검…금융시장 안정 총력
외환·금융시장 대응도 병행된다. 정부는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되지 않도록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고, 외환수급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개인 외환안정 세법 입법과 국내복귀계좌(RIA), 연기금·국민연금 관련 ‘뉴 프레임워크’ 마련도 추진한다.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긴급 바이백 5조원 등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고, 필요 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추가 조치도 준비한다. 증시에서는 인위적 주가 부양 대신 가짜뉴스, 풍문,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금융권 전반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4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는 위와 같은 1단계 대응을 즉시 시행하고, 2단계 조치로 초과 세수를 활용한 25조원 수준의 전쟁 추경을 4월 중 최대한 빨리 시행해 위기에 본격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마지막 3단계 조치로 5월 이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경제안정 추가 대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필요시 즉각 시행할 계획이다.
구윤철 장관은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경제시스템 구축을 위해 경제 안보와 공급망 강화, 산업·에너지 대전환, 외환·금융시장 선진화 등 경제 혁신을 더 가속화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