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AI 투자’ 확대 속 ‘데이터 역량’ 제자리...기업 경쟁력의 근본 흔들린다

  • 등록 2026.01.16 18: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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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도입 빠르지만 데이터 품질·거버넌스·아키텍처 등 기반 체계 미비
인력 부족·사일로·레거시 시스템이 AI 성과 가로막는 구조적 병목
‘기술 구매’에서 ‘조직 역량 강화’ 전환...지속 가능한 AI 경쟁력 확보

 

 

AI 전환(AI Transformation, AX)이 빨라지면서 국내 기업은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분석 도구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투자 규모와는 달리 실제 데이터 활용 역량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 절반만이 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으며, 데이터 아키텍처 개선도 계획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기술 도입과 내부 역량 간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M이코노미뉴스와 통화한 한 전문가는 문제 핵심을 ‘투자 부족’이 아니라 이를 운영·해석할 인력과 조직 역량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AI 도입 효과도 미미해 기술과 사람이 따로 노는 구조적 괴리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구축을 넘어 데이터 역량을 조직의 핵심자산으로 재정의하는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겉만 번지르르한 디지털 전환, 기반 없는 AI 투자 현실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지만, 실제 내부 역량은 아직 취약한 실정이다. 데이터 플랫폼 구축, 분석 솔루션 도입, 클라우드 전환 등 외형적 투자는 늘지만 ‘기술 도입=경쟁력’이란 오해로 기반체계 구축에 소홀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현장은 전문가 부족, 레거시 시스템에 묶인 아키텍처, 부서별 분산된 데이터 관리 등 기본 인프라의 한계도 뚜렷하다. 이에 데이터는 쌓여도 분석 가능한 형태로 정제되지 않고, 분석 도구가 있어도 활용 인력이 부족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돈은 쓰지만 기반은 없는 구조적 문제”로 규정한다. 단기적 기술 투자만으로는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할 수 없으며, 인력·조직·프로세스 중심의 체질 개선이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겉으로는 디지털 전환을 외치지만 실제 준비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자와 역량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원인으로는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 환경과 경영진의 데이터 이해 부족이 꼽힌다. 실적 압박 속에서 가시적 시스템 구축은 우선순위가 되지만, 데이터 거버넌스나 인력 양성은 뒷전으로 밀린다. 여기에 부서 간 사일로와 레거시 시스템이 데이터 흐름을 막아 최신 AI 솔루션을 도입해도 효과를 내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도입의 함정...기반 없는 데이터 체계가 성과 막아


디지털 전환이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으며 데이터 역량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데이터 품질 관리, 분석 인력 확보, 내부 활용 체계 구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AI 시대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AI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알고리즘의 한계가 아니라 중복·누락 정보, 시스템 간 정의 불일치 등 데이터 품질 문제에서 찾는다. 고비용으로 구축한 AI 시스템이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분석 인력 부족도 심각한 과제로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데이터 분석가와 엔지니어 수요가 늘었지만 공급은 부족해 자동화가 지연되고, 현업 부서는 데이터를 다루기 어려워 실질적인 활용이 제한되고 있다.


명확한 데이터 전략이 부재한 조직에서는 중복투자와 비효율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서별로 서로 다른 CRM을 도입하거나 동일 데이터를 각자 수집·정제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조직 전체의 단일 진실(Single Source of Truth) 구축이 어려워진다. 결국 데이터 품질과 활용 역량의 차이는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며, AI 경쟁이 본격화된 지금 데이터 활용 격차는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기 성과 갇힌 기업들, 데이터 기반 역량은 왜 항상 후순위인가


AX가 기업 생존전략으로 부상하면서 데이터 품질, 거버넌스, 아키텍처 등 기반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단기 성과 중심의 KPI에 묶여 데이터 표준화나 아키텍처 정비 같은 장기적 기반 투자를 후순위로 미루고 있다. 반면 즉각적인 성과가 보이는 마케팅 자동화나 챗봇 구축은 빠르게 추진되며 ‘보여주기식 AX’가 반복되는 문제가 지적된다.


데이터 거버넌스와 아키텍처 정비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임에도 구성원과 경영진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속해서 후순위로 밀린다. 데이터 카탈로그 구축, 표준화, 메타데이터 관리 같은 필수 과제조차 실질적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아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데이터 인재 확보 경쟁도 기반 구축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데이터 엔지니어와 아키텍트 등 핵심 인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기업은 필요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확보한 인력조차 단기 성과가 필요한 프로젝트에 우선 투입되며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조직 문화 역시 큰 장애물이다. 부서 간 데이터 공유를 꺼리는 사일로 구조, 데이터 소유권 갈등, 새로운 표준 도입에 대한 저항 등이 기반 체계 구축을 지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기초 체력이 ‘보이지 않지만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하며, 화려한 AI 프로젝트보다 기반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AI 경쟁이 심화되며 기업은 다양한 솔루션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지만, 기술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데이터 역량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데이터 전략은 단순한 시스템 구축을 넘어 기업 운영 방식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체질 개선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데이터 전략의 첫 번째 축은 ‘데이터 거버넌스’로, 데이터 소유권·책임·표준·정책을 정의해 조직 전체가 일관된 방식으로 데이터를 다루도록 하는 체계다. 두 번째는 ‘데이터 아키텍처와 인프라’로, 클라우드·데이터 웨어하우스·데이터 레이크·ETL/ELT 파이프라인 등 확장성과 유연성을 갖춘 기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데이터 품질과 관리’로, 정확성·일관성·최신성·완전성을 확보하고 메타데이터·마스터 데이터 관리(MDM)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이다. 네 번째는 ‘데이터 활용과 분석 역량’이며, BI·통계·머신러닝·AI 등을 활용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우선순위 높은 사용사례를 조직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문화와 조직 역량’이 중요하며, 데이터 리터러시 향상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 정착, 전문 인력 육성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AI 도입의 첫걸음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아키텍처 정비


데이터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기술 도입의 속도나 투자 규모로 판단되지 않는다. 기업이 어떤 솔루션을 얼마나 구매했는지가 아니라,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데이터 품질·거버넌스·아키텍처·조직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준비도가 낮은 조직은 아무리 첨단 AI를 도입해도 활용 효과를 내지 못하고, 반대로 기반 체력이 탄탄한 기업은 작은 기술 투자로도 큰 성과를 만든다.

 

데이터 시대의 승자는 ‘기술 소비자’가 아니라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체질을 갖춘 조직이며, 이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적 체질 개선을 통해 완성된다.


AI 전환과 관련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데이터 아키텍처와 거버넌스를 우선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이터 안전성, 위·변조 가능성, 민감정보 보호 체계를 점검하고, 활용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절차·보안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신뢰 기반 마련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AI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데이터 품질이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복·누락·불일치 등 데이터 품질 저하가 모델 정확도를 크게 떨어뜨리며, 특히 재난·환경처럼 양질의 실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분야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제·검증·대체 데이터 활용 같은 기술적 접근과 함께 품질 기준, 관리 책임, 승인 절차를 포함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책임연구원은 “기업이 겪는 데이터 인재 부족과 부서 간 장벽인 ‘데이터 사일로’도 주요 장애물”이라며 “결국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가 보장된 안전한 데이터 공유 체계와 기여도 기반 보상 구조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최근 EU 등에서 개인 데이터 보호 규제가 강화되며 원본 데이터 대신 학습 결과·가상 데이터 공유, 블록체인 기반 보상 모델 등이 주목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직이 명확한 규정과 준수 체계를 갖추고 위반 시 패널티를 부과해야 데이터 사일로를 넘어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명 기자 paul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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