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웃고' 삶은 '우는' 낯선 경제의 정체는?

  • 등록 2026.02.09 11: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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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제의 경고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경제 지표를 봐도 뭔가 답답함과 혼란이 뒤섞여 드는 기분이다. 기업과 소비자, 투자자와 노동자들이 과거의 경제적 어려움에 어떻게 반응해 왔는지를 보여주던 익숙한 지표들이 더 이상 믿을 만하지 않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경제 데이터는 폭포처럼 쏟아지는데, 정작 그것을 해석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는 한 번도 정상 궤도로 돌아온 적이 없다. 여기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시 밀어붙이고 있는 보호무역과 지정학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 재편은 불확실성을 한층 키웠다. 글로벌 공급망은 정치의 인질이 되었고, 통화·무역·안보가 뒤엉킨 세계에서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식 시장은 환호한다. 코스피는 5000을 넘었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000조 원에 이른다. 숫자만 놓고 보면 우리는 호황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하다. 하지만 거리로 나가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공실을 알리는 임대 간판이 즐비하고, 자영업자는 한숨을 쉰다. 물가는 이미 체감상 ‘천문학적’ 수준에 도달했다. 장바구니와 월세, 공과금이 삶을 압박한다. 대체 경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정책 당국은 여전히 익숙한 처방을 꺼낼 태세다. “이자율로 물가를 잡겠다” 턱없는 소리다. 솔직히 말해, 이제 그런 기제는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오늘의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수요 과열의 결과가 아니다. 돈이 너무 돌아서-미국, 유럽, 한국 모두 역대급 통화 공급을 했으니 틀린 말이 아니지만-가 아니라, 세상이 더 비싸게 작동하게 되어 일어난 현상이다. 다시 말해, 에너지, 식량, 물, 노동, 안보, 기후, 기술 전환, 물류, 인건비, 금융 등 경제의 모든 요소가 동시에 비용을 끌어 올리고 있다. 그러니 오히려 높은 이자율은 이미 취약해진 밑바닥 경제를 더 조이는 효과만 낳을 뿐이다.

 

과거의 인플레이션 공식은 경기 호황→소비 증가→기업 투자 확대→물가 상승이었다. 지금은 정반대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보다 현금 보유를 선호하고, 자영업과 서비스업은 침체다. 그런데도 물가는 내려가지 않는다.

 

그 사이 자본은 어디로 가는가? 인공지능이다. AI 관련 기업들은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것처럼 제자백가식 담론을 쏟아낸다. 그리고 돈은 그 말들을 따라 몰려든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라우드, 알고리즘.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은 AI를 미래의 모든 답처럼 떠받든다. 실물경제가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AI 기업의 주가는 하늘로 솟는다.

 

하지만 여기에도 질문은 남는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꾼다 해도,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은 수없이 많다. 전기는 누가 만들 것인가? 먹을거리는 어디서 올 것인가? 물 부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기후 변화로 농업과 에너지가 흔들리는데, 이 문제들은 알고리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AI는 계산할 수 있지만, 땅을 갈고 물을 끌어오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는 마치 두 개의 세계로 갈라진 듯하다. 하나는 금융과 기술, 데이터와 서사로 움직이는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월급과 임대료, 물가와 생계로 버티는 세계다. 문제는 이 두 세계가 점점 대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경고등은 켜져 있는데, 대시보드(dashboard, 핵심 정보만 요약해서 보여주는 시각화 화면) 를 읽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 버렸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데이터나 제가 백가 식 비전이 아니다. 새로운 해석의 프레임(틀), 즉 에너지와 식량, 물과 기후, 기술과 노동을 함께 묶어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 인류의 미래를 담보할 해답이 아니다. 그런 기술이 앞서갈수록, 인간의 삶을 떠받치는 기초 인프라와 실물경제에 대한 상상력은 더더욱 중요하고 중요하다. 배가 고프다고 인공지능을 삶아 먹을 수 있겠는가?

 

경제는 엄청나게 복잡한 존재다. 지금 우리는 그런 복잡한 질서가 무너지는 시대로 진입한 듯 보인다. 따라서 단순한 과거의 경험 법칙이 점점 더 통하지 않게 되었다고 해서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경제를 숫자의 잔치로 보는 순간, 사회가 쪼개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금 필자가 느끼는 경제에 대한 불안은 옛 경제법칙이나 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괴리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등이 보이는데도 안개 속이라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경제 지표는 웃는데 내 삶이 울상인 이유가 아닐까?


 

윤영무 본부장 기자 sy1004@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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