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술 보호 정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통신 인프라 등 첨단 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개별 기술을 선별해 보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략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보호 체계로 정책 기조를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산업 경쟁력 확보를 넘어서 국가 안보 차원의 필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AI와 반도체는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좌우하는 미래 핵심 분야다. 기술 유출 방지와 안전한 기술 보호는 이제 국가 경쟁력 유지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초연결 사회를 지탱하는 ‘통신 인프라’의 보안 강화도 국민 생활 안정과 직결되며, 국가 차원의 기술 주권 보호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기존의 단편적 관리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보호 전략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생존을 좌우할 전략적 대응으로 평가된다. 기술 보호 정책의 전환은 산업 보호를 넘어 국가 전체의 기술 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리 경제와 기술 생태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신 인프라에서 AI까지...확장되는 기술 보호 정책의 파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안보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등과 함께 지난해 10월 말,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특히 ‘통신 인프라 보안 강화’를 핵심 과제로 명시했다. 이는 지난해 불거진 소형기지국(펨토셀) 사건을 포함해 최근 몇 년간 통신사·인터넷 서비스 기업 대상 공격 증가와 기지국·교환기·망관리시스템 등 핵심설비의 보호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가 핵심기술 보호 정책의 가장 큰 변화는 보호 범위의 확장과 더 엄격해진 심사 절차를 들 수 있다. 보호 범위 면에서 통신 인프라는 기존에는 주로 특정 장비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네트워크 운영 전반은 물론 보안 기술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됐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뿐 아니라, 연결된 전체 시스템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그동안 제조 공정이 핵심 보호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설계, 장비, 소프트웨어, 심지어 지적재산권(IP)까지 포함돼 기술 경쟁력의 전 영역을 포괄하게 된다. 인공지능(AI) 분야도 일부 기술·알고리즘에 그치지 않고, AI 모델, 데이터, 학습 알고리즘 전체가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지며 그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으로의 기술 이전과 관련한 심사도 엄격해진다. 해외 이전 승인 절차가 강화돼 기업이 기술을 해외로 이전하려고 할 때 더욱 철저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외국인 투자 심사(FDI)도 더 강화돼 외국 자본의 우리 기술 접근을 엄격하게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술 유출 리스크에 대한 평가 기준도 고도화되면서 잠재적 위험을 더욱 정확히 파악하고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산업계에 즉각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기술 이전이나 해외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승인 지연과 절차 복잡성으로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투자나 공동 연구개발(R&D) 협력도 강화된 규제로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가 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강화된 정책 기조가 산업계의 유연성과 신속성을 일부 제한할 수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산업 경쟁력 유지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국가 핵심기술 보호, 강화 넘어 ‘개방성과 혁신’의 조화가 관건
국가 핵심기술 보호 강화는 통신 인프라, 반도체, AI 등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이들 기술은 단순한 산업 자원을 넘어 미래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 이제 글로벌 공급망의 급변 속에서 기술 자립도 향상은 필수 과제가 됐다. 최근 기술 유출 사례가 잇따르며 산업 경쟁력 약화의 우려도 커지고 있어, 강력한 보호 조치 없이는 우리 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위험이 커졌다.
하지만 보호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혁신의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 발전은 개방과 협력이 뒷받침될 때 더 가속도가 붙는데, 규제가 심해지면 글로벌 협력도 위축되고, 기술 생태계의 개방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가 매우 중요한데, 과도한 규제가 이들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의 정책 변화는 ‘보호 강화’와 ‘혁신 및 개방성 유지’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데 성패가 달렸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보호와 혁신·개방성도 흐트러져 성과를 장담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정부, 산업계, 학계가 공동으로 현실을 직시해 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기술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동시에 혁신과 협력의 동력을 잃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될 것이다.
◇기술 주권 시대, 보호와 개방의 균형이 미래를 결정한다
국가 핵심기술 보호 정책의 변화는 단순한 규제 강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가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전략적 균형점의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기술 보호 체계는 더욱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산업계가 불필요한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글로벌 협력과 규제 사이에서는 신중한 조화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폐쇄적이면 혁신이 위축되고 산업생태계가 고립될 우려가 있지만, 반대로 방심하면 기술 유출과 안보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균형점에서 정부와 기업, 학계 모두가 긴밀히 협력해야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강화된 기술 보호 정책은 산업 생태계의 안정성 확보와 함께 글로벌 경쟁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AI, 반도체, 통신 인프라 분야에서 우리 기술의 독자성과 경쟁력이 탄탄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보호 조치들이 기술 혁신과 개방적 협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하는 만큼, 유연성과 엄격함을 적절히 조합하면서 국가와 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 편의성 높을수록 보안 허점 커져... 보안에 대한 투자 병행돼야
기술 보호는 단지 정부의 규제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핵심 축이며, 미래 경쟁력의 토대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 틀 안에서 안전과 혁신, 협력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조화를 이루도록 지속해서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보화 시대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을 확실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정보보호 전문가는 최근 발생한 팸토셀(Femtocell, 초소형 기지국) 악용 사건을 두고 “우리나라는 지난해 소형 기지국인 팸토셀 문제가 크게 불거졌지만, 이는 해외에서 이미 반복돼 온 유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SMS 블래스터라는 장비를 들고 다니며 주변 휴대폰을 3G·4G(GSM 기반) 같은 취약한 네트워크로 강제 연결시키고, 스미싱·피싱 문자를 직접 살포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하며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팸토셀이 악용된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해외는 GSM 기반이고 한국은 CDMA 기반이라 무관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안 사고의 본질에 대해서는 “편의성이 높아질수록 보안의 허점도 함께 커진다”는 점에서 찾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된 만큼, 최종 사용자 스스로가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제공하는 보안 지침을 가볍게 넘기지 말고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며, "편리함을 누리는 만큼 보안 투자와 개인의 주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