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정부·민간 손잡은 ‘AI 자율주행 실증도시’ 관건은?

  • 등록 2026.02.18 15: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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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율주행 실증도시’ 프로젝트가 전남 광주에서 본격화된다. AI 실증도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구실 안에만 가두지 않고, 도시 전체를 거대한 실험실(Test-bed)로 삼아 실생활에 적용하고 검증하는 도시 모델이다

 

정부는 대규모 차량 운영을 통해 데이터와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고 3년 내 서비스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27년 레벨4 수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도시 조성과 규제 합리화 및 R&D 지원을 전방위로 추진키로 했다. 국비 약 617억원도 편성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는 ‘AI 자율주행 실증도시, 기술을 넘어 서비스’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카카오모빌리티(kakao mobility)가 공동 주최했다.

 

◇ 자율주행 기술의 본질은 엣지 케이스(edge case)

 

자율주행은 데모 수준에서는 비교적 쉽게 구현할 수 있으나 실제 도로에 나가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즉 ‘엣지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다.  최준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 기술의 본질은 이 '엣지 케이스'를 얼마나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엣지 케이스는 시스템의 작동 매개변수(operating parameter)의 극단(최대 또는 최소 한계)에서 발생하는 드물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문제를 의미한다. 

 

최 교수는 “'엣지 케이스'는 사전에 완전하게 정의할 수 없는 통계적 개념”이라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유형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규칙 기반 접근 방식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AI 기반 접근은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학습해 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도 일반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최근 자율주행 산업을 선도하는 테슬라(Tesla)와 웨이모(Waymo)는 대규모 데이터와 GPU 인프라를 활용해 성능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는 End-to-End 구조와 Mid-to-End 구조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어 왔다. End-to-End 구조는 인지부터 제어까지 하나의 신경망으로 연결해 전체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학습하는 방식이며, Mid-to-End 구조는 인지 모듈과 플래닝 모듈을 분리하되, 일부 단계에 AI 기반 모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최 교수는 "테슬라는 카메라 기반의 End-to-End 접근을 채택하고, 웨이모는 다중 센서 기반의 높은 인지 신뢰성을 확보한 뒤 AI 플래너를 결합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며 "기존 End-to-End 모델은 모든 엣지 상황을 데이터로 수집해 학습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 대안으로, Vision-Language Model(VLM)을 활용한 추론 기반 자율주행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상황을 경험 데이터에로만 판단하지 않고 인과적 추론을 수행하는 인간과 같이 추론 능력을 자율주행 시스템에 도입하게 된다면, 데이터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엣지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다만, "국내에서 단일 기업이 글로벌 수준의 AI 프론티어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될 것"이라며, "대학에서는 AI 모델을, 기업에서는 상용화와 사업화를 담당하는 협력 모델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자율주행 산업, 데이터 기반 E2E(End-to-End) 모델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

 

최근 자율주행 산업은 기존의 룰 기반(Rule-based) 체계를 넘어 데이터 기반 E2E(End-to-End) 모델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 중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서울의 고밀도 도심의 실증 경험과 광주의 대규모 실증을 결합해 데이터 휠을 구축하게 되면, 국내 기업도 E2E 기반 자율주행 시장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김건우 카카오모빌리티 미래플랫폼경제연구소 소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국내 역시 본격적인 전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확산 사례는 자율주행 기술이 단순 기술 실험 단계를 넘어 소비자 경험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이는 과거 스마트폰 생태계를 재편한 ‘아이폰 모먼트’와 유사한 산업 구조 재편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피지컬 AI 조직을 신설해 E2E 기반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한 그는, 데이터 격차 해소의 현실적 방안으로 데이터 파이프라인 자동화와 택시 네트워크 기반 대규모 데이터 확보를 꼽았다. 그러면서 시나리오 생성 자동화, 데이터 학습-재학습 순환 구조 확립 등과 함께 택시 차량에 센서 키트 탑재를 제안했다.

 

김 소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0여 년간 축적한 플랫폼 역량을 기반으로 한 수요 예측 모델과 배차·매칭 알고리즘 및 내비게이션 기반 자율주행 전용 라우팅 등을 통해 서비스 운영 상용화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광주 실증 정책은 SDV 200대 지원, GPU 기반 컴퓨팅 인프라 제공. GPU 기반 컴퓨팅 인프라 제공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구역형 대규모 실증 역량 확보와 데이터 규제 패러다임 전환 등의 사안 등에 대한 추가 검토를 제언했다.

 

◇기술적·제도적 가능성 충분한지 검토가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이동민 대한교통학회 수석부회장(서울시립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은 “최근 중국 우한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가 상용 운영되면서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위기감이 존재한다"며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가 자율주행 시장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차량은 우리가 생산하고 핵심 소프트웨어는 해외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며 "이런 점에서 광주 실증도시에서 200대 규모의 자율주행 차량이 동시에 운영되는 계획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고 반겼다. 또한 “광주는 서울과 같은 대규모 도시가 아니고 실증 경험도 많지 않은 도시인만큼, 이러한 실증 경험이 향후 서울 등 대도시로 확장될 수 있을지, 기술적·제도적 전이 가능성이 충분한지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실증 1~2년 지속되면 논의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서비스’로 이동

 

초기는 기술과 데이터 확보가 과제지만, 실증이 1~2년 지속되면 논의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서비스’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수영 현대자동차그룹 모빌리티사업실 상무는 “현재 자율주행 실증의 출발점은 기술"이라며 “다만,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가 보다는 그 기술이 시민들에게 어떤 이동 경험을 제공하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며 “차량 운행을 통한 데이터 축적과 데이터 기반 기술 고도화, 그리고 고도화된 기술의 안전성 확보 등 상용 서비스 전환 등의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율주행 상용화에 기술과 제도뿐 아니라 시민 수용성이 결정적 변수"라고 짚으며 ”역사적·사회적 의미가 큰 도시 광주는 단순한 실증도시를 넘어 상용화 모델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과 AI 분야에서 앞서고 있지만 우리가 지금 시작하게 된다면 결코 늦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정석원 엔비디아코리아 엔터프라이즈 전무는 "광주는 도심·교외 환경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다양한 주행 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라며 "여기에 가상 데이터 생성 기술과 시뮬레이션 환경을 결합하게 되면 눈·폭우 등 다양한 상황까지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2~3년간 AI 모델 효율성이 급격히 향상되며 200대 규모의 실증 차량이 과거 2만 대 수준의 학습 효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자율주행은 더 이상 기술 경쟁만의 영역이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 완성차, AI 기업, 지자체가 함께 협력하는 생태계 구축이다. 광주 실증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한국이 자율주행 상용화 경쟁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 실증 ...전국 확산 모델의 출발점 삼아야 

 

정상준 엔비디아코리아 솔루션 아키텍트 상무(기술 엔지니어)는 “5년 전부터 여러 국가가 자율주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고, 일부 국가는 훨씬 이전부터 준비해왔다"며 "광주 실증도시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정확한 출발선을 밟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하며 자율주행 산업의 핵심 과제로 ‘속도’와 ‘안전’을 동시에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야 하는 상황이이나 자율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전”이라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일 수 있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는만큼, 정부가 단순한 규제 기관을 넘어 대한민국 기술 발전을 돕는 파트너로서 역할을 확대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규제·실증 공간이 핵심...국정과제로 속도

 

이어진 토론에선 광주 자율주행 실증사업과 관련해 지역 주관 기관이 ‘속도감 있는 범정부 지원과 데이터 거버넌스 정립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진 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장은 “200대 실증, 선택과 집중으로 국가 표준 만들어야 한다"며 "이번 광주 실증은 도시 단위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국가적 도전인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내고 이를 전국 표준 모델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국내 자율주행이 뒤처진 원인을 분석해 보니 핵심은 규제와 실증 공간이었다”며 “광주가 도시 단위 실증을 제안하고 국토교통부 주요 사업 및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예산을 반영했지만 추가 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 등 문제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전면에 나서 쟁점 사항을 리스트업하고 일정 관리까지 총괄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1,000대 규모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 원장은 분산 배치보다 ‘집중 전략’을 강조했다. 200대씩 여러 지역에 나누기보다는 한 곳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표준화해 타 도시로 확산하고, 나아가 수출 모델로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김 원장은 "현재 3개 사업자 공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데이터 관리 체계도 주요 쟁점인데, 공동 데이터의 수집·처리·관리 주체를 명확히 하고, 지역이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밀지도, 관제센터, 데이터 플랫폼 등 실증 인프라를 사업 종료 후에도 지속 활용 가능한 ‘공공재’로 운영할 필요가 있고,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수용성 확보도 필수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람이 낸 사고에는 관대하지만 기계 사고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자율주행에 대한 인식을 확산해야 한다. 택시·화물 업계와의 상생 방안도 중요하다. 요금의 일부를 사회적 기금으로 조성해 업계와 상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것”을 제언했다.

 

임월시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정책과 과장은 “자본·시간·데이터 열세를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실증도시”라며 “3년간 기술 실증을 거쳐 서비스 상용화 단계로 전환하겠다”고 자율주행 실증도시 추진 배경과 향후 로드맵을 설명했다.

 

임 과장은 “미국과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한두 대 차량으로는 기술 고도화가 불가능하다"며 "대규모 차량 운영을 통해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기술 격차를 줄이는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광주는 자율주행 스타트업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GPU 인프라가 전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수준”이라며, 엔비디아 기반 연산 생태계와 결합할 경우 데이터 학습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과장은 지역 주민과 택시업계의 수용성도 강점으로 꼽았다. 과거 차량 호출 서비스 논란과 달리, 업계가 위기 인식보다는 ‘비즈니스 모델 전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시장 분위기도 전했다. 

 

광주 실증은 3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1~2년 차에는 대규모 데이터 축적 및 기술 고도화, 3년 차에는 완전 무인화 수준 시연 및 서비스 실증 전환이다. 이번 1단계에 투입되는 200대 차량은 자율주행 승용차다. 정부는 향후 △택시 △장애인 이동지원 △관용·공유 차량 등 다양한 서비스 모델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임 과장은 “기존의 포지티브 규제 체계에서는 기업들이 자율적 실험을 하기 어렵다”며 “광주 전역을 규제 샌드박스화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율주행 특화 보험 상품 개발을 병행해 사고 발생 시 스타트업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완화하고,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자율주행 보험 모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3년 뒤에는 생활 체감형 자율주행 서비스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광주에서 구현될 것”이라며 “이번 실증이 대한민국 자율주행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광주가 자율주행 실증도시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을 원활하게 해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사전에 짚어야 할 문제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정부는 올해 1월, 전남 광주를 국내 최초의 '도시 전체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지정했다. 특정 구간이 아닌 도시 전역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자율주행차 200대를 광주 도심 전역(주택가, 지하차도 등 포함)을 24시간 운행할 예정이다. 초기에는 안전관리자가 탑승하는 유인 주행으로 시작하며, 기술 검증을 거쳐 점차 완전 무인 주행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최동환 기자 photo7298@m-e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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